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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슈, 판데믹 와중 美 아라키스테라퓨틱스에 1억9000만달러 쏴 RNA치료제 개발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0-04-09 20:26:21
  • 수정 2020-04-09 22:4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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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용화되면 최대 70억달러 마일스톤 … 질병 유발 RNA 작동 못하게 막는 소분자물질 목표
마이클 길먼 아라키스테라퓨틱스 CEO
로슈(Roche)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RNA 분자를 표적으로 하는 소분자약물을 공동 개발하기 위해 아라키스테라퓨틱스(Arrakis Therapeutics)에 1억9000만달러를 투자한다. 

로슈와의 거래는 아라키스가 창업 이래 맺은 첫번째 계약으로 RNA 표적화 소분자약물 개발 업체가 선불 현금으로 받는 금액으로 가장 큰 규모다. 이번 협약에 따라 아라키스가 가능성 있는 신약후보물질을 도출하면 로슈는 그에 대한 라이선스를 도입해 임상시험에 들어가며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최대 70억달러의 마일스톤을 지불하게 된다. 아리키스는 “1억9000만달러 수표를 받고 수십억달러 가치의 가능성을 넘겼다”고 표현했다. 1억9000만달러는 대부분 추가 연구에 투입될 전망이다. 

아라키스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 소재하고 있으며 질병 유발 RNA를 타깃해 다양한 소분자약물을 개발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유망 이머징 회사다. 이 회사의 세포내 약물 타깃 기술력은 다른 방법을 동원해도 불가능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암, 신경계질환, 희귀질환, 이상지질혈증 관련 신약의 초기 발굴 단계를 진행하고 있다. 

RNA는 DNA가 가진 유전정보를 전사해 갖고 있으며 이는 단백질 합성에 이용된다. 워낙 난해한 영역이어서 오랫동안 화학의약품이 도전해야 하는 목표가 됐다. 그러다 최근 몇 년간 핵산의 기능을 의도적으로 차단하는 소분자 약물을 설계하려는 노력이 이뤄졌고 점점 대형 제약사와 바이오기업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열쇠가 풀리고 있다. 

핵산은 지속적으로 모양이 바뀌고 세포 내부를 이동하기 때문에 작은 분자로 RNA를 표적으로하는 것은 쓸데없는 것으로 간주됐다. 대신 다수의 바이오벤처는 체내 세포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의 생산을 방해하기 위해 ‘간섭 RNA 서열’을 사용했다. 그러나 알닐람파마슈티컬(Alnylam Pharmaceuticals)과 이오니스파마슈티컬(Ionis Pharmaceuticals) 등이 사용하는 이런 접근 방식은 세포막 투과가 어렵거나 표적유전자 외에 다른 유전자(오프타겟 유전자)를 억제해 이상반응을 유발하는 등 도전할 과제가 많다. 

2016년 스크립연구소(Scripps Research Institute)의 한 팀이 발표한 연구에 의해 RNA를 표적으로 하는 화학약물 사용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됐다. 소분자물질로 RNA가 활동하지 못하도록 동결시키면 이에 의해 생성되는 잠재적 유해 단백질이 특정 작업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영역에 새로운 길을 내는 계기가 됐다. 

이 개념을 바탕으로 2017년 이후 아라키스, 스카이호크테라퓨틱스(Skyhawk Therapeutics), 고탬테라퓨틱스(Gotham Therapeutics), 익스팬전테라퓨틱스(Expansion Therapeutics), 액센트테라퓨틱스(Accent Therapeutics) 등 유사한 전략을 구사하는 스타트업이 탄생했다. 이들 기업은 신약개발 연구 초기에 있지만 기존 대형 제약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예컨대 스카이호크는 미국 머크(MSD), 바이오젠(Biogen), 세엘진(Celgene)과 거래하고 있다.

지난 8일(미국 현지시각) 아라키스의 CEO인 마이클 길먼(Michael Gilman)은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것을 알아내는 데 시간이 걸렸다. 마침내 우리는 암호를 해독했다”고 자신의 블로그에 밝혔다. 그는 바이오젠 출신으로 피인수된 스트로메딕스(Stromedix)와 패드록테라퓨틱스(Padlock Therapeutics) 등 2개 바이오기업의 대표를 지냈다.

이번 계약은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전세계적으로 검역이 강화되고 대부분의 출장 여행이 감축된 상황에서 매우 어렵게 성사됐다. 길먼은 자신의 포스트에 “관계를 매끄럽게하고 협상을 촉진하는 대면 접촉은 그저 가볍게 일어날 수 없었다”며 “로슈의 계약팀은 지난 3월 중순 보스턴으로의 여행을 취소하고 대신 비디오 채팅을 통해 T셔츠와 후드티를 입고 각자 집에서 재택 협상을 벌였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비디오로 협상하는 데 약간의 결점이 있었다. 길먼은 “팬데믹 협상을 전략으로 추천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상황이 서로를 이해하고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 도움을 줬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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