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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DA, 라니티딘 성분약 판매금지 … 국내 위장약 시장 격변 예상
  • 손세준 기자
  • 등록 2020-04-02 23:54:57
  • 수정 2020-12-15 15:3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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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서 판매 재개 기대한 제약사 ‘절망’ … H2수용체길항제·PPI 계열 제네릭 등록 급증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1일 판매금지 처분을 내린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 '잔탁정'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 1일(현지시간) 라니티딘(Ranitidine) 성분 의약품에서 발암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Nitrosodimethylamine·NDMA)이 검출된 것을 근거로 판매 금지를 결정했다. 이에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이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게 됐다. 이미 약을 구입한 소비자에게는 복용을 즉시 중단하고 처분할 것을 권고했다.

NDMA는 인간발암물질(probable human carcinogen)로 FDA 발암물질 분류 등급상 암 발생에 대한 근거가 제한적으로 알려진 2A 등급이다. 의약품 제조·포장 과정에서 생성되는 불순물로 알려졌으나 정확한 생성 원인에 대해선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소량 섭취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지만 일정량 이상을 초과하면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부터 FDA는 사노피(Sanofi)의 위장약 ‘잔탁’ 일부 제품에서 발암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Nitrosodimethylamine·NDMA)이 검출돼 같은 성분 의약품을 대상으로 함유량과 위험성을 조사해왔다. 하지만 판매 중단 처분을 내릴 만큼 충분한 근거를 마련하지 못해 사용 자제 및 대체 의약품 사용을 권고하는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10월 사노피를 시작으로 11월에는 산도스(Sandoz), 카디널헬스(Cardinal Health), 닥터레디(Dr.Reddy), 노비티움(Novitium), 오로빈도(Aurobindo), 실락스(Silarx Pharma), 암닐(Amneal Pharmaceuticals) 등 일부 제약사가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의 자발적 리콜을 시행했다. 하지만 더 강력해진 이번 조치로 모든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이 다른 치료제로 대체돼야 하는 상황이다.

FDA 약물평가연구센터 자넷 우드콕(Janet Woodcock) 박사는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높은 온도에서 보관할수록 발암물질 양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허용할 수 없는 수준의 물질이 소비자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어 “이번 조사한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에서 위험 수위를 넘는 NDMA가 검출된 품목은 없었지만 각 개인이 약을 보관하는 환경이 다르고 보편적 안전성 확보가 어려워 판매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강조했다. FDA 조사 결과, 일부 업체의 제품에서 하루 최대 허용치인 0.32ppm을 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선 지난 9월 이미 판매 금지 … 국내 제약사 타격 현실화

국내에선 지난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 7종을 조사해 대상 품목 전체에서 NDMA가 잠정관리기준인 0.16ppm을 초과해 검출됐고 최대 53.5ppm을 기록, 기준치의 334배가 넘는 품목도 나왔다. 이에 식약처는 국내 유통 중인 라니티딘 원료의약품 7종 및 이 원료를 사용한 전체 완제의약품 269품목에 대해 제조·수입·판매 중지 및 회수 조치를 내리고 처방을 제한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FDA 발표는 식약처가 선제적인 조치에 성공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며 “지난해 안전 관련 조치를 모두 취해 추가 조치는 이뤄지지 않을 예정이며 유럽의약품청(EMA)도 이와 관련한 발표를 앞두고 있어 지켜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라니티딘 성분 약을 생산·판매했던 국내 제약사는 이미 판매 금지에 따른 손실이 발생한 상태다. FDA 발표 결과에 따라 판매 재개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일부 제약사는 이번 발표로 절망하는 분위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2019년 6월까지 국내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 중 처방량이 가장 많았던 품목은 대웅제약의 ‘알비스정’으로 1723만건에 달한다. 이어 대웅바이오 ‘라비수정’(649만건), 일동제약 ‘큐란정’(533만건), 일동제약 ‘큐란정75밀리그램’(481만건), 한국휴텍스제약 ‘루비스정’(418만건), 마더스제약 ‘라세틴엠정’(372만건), 알피바이오 ‘가제트정’(343만건), 휴온스 ‘엘버스정’(342만건), 넥스팜코리아 ‘넥시나정’(333만건), 한미약품 ‘라니빅에스정’(235만건) 등 순이었다.

지난달 31일까지 품목허가 유효기간이 만료 예정이던 잔탁정, 알비스정, 큐란정 등 라니티딘 성분 함유 주요 품목이 판매 재개를 기대하며 허가기간 2025년까지로 갱신한 상태다.

라니티딘 의약품은 다른 품목 대비 제조원가가 높지 않아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다. 판매 금지로 처방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대웅제약은 580억원, 일동제약은 22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대웅제약이 개발 중이던 라니티딘·폴라프레징크 복합제 DWJ1386 개발도 지난 10월 중단되면서 그동안 쏟아부은 연구개발비 300억원도 고스란히 날렸다. 이에 비하면 라니티딘 단일제의 오리지널 약으로 GSK가 판매 중인 ‘잔탁’은 국내 매출이 32억원에 수준에 그쳐 피해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편이다.

대웅은 포기하지 않고 NDMA가 검출이 않는 원료로 제조한 약을 판매하기 위해 안전성 등 분석 결과를 기다리는 중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FDA 발표로 향방이 불투명해졌다.

라니티딘 대체 의약품 품목허가 줄이어 … PPI·H2수용체길항제 계열 및 애엽 성분 약 급증

FDA가 현재까지 NDMA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힌 대체 의약품은 H2수용체길항제 계열인 파모티딘(famotidine), 시메티딘(cimetidine), 니자티딘(nizatidine), 록사티딘(roxatidine), 라푸티딘(lafutidine) 등과 프로톤펌프억제제(PPI) 계열인 오메프라졸(omeprazole), 에소메프라졸(esomeprazole), 란소프라졸(lansoprazole), 판토프라졸(pantoprazonle), 라베프라졸(rabeprazole) 등이다.

대웅제약은 PPI 계열 ‘넥시움정’(에소메프라졸, 아스트라제네카로부터 도입)과 위장관운동제 ‘가스모틴정’(모사프리드)을 내세워 알비스정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일동제약은 동아에스티와 코프로모션 협약을 맺고 H2수용체길항제 계열인 ‘동아가스터정’(파모티딘)을 공동 판매하고 있으며, 자사 제품인 PPI 계열 ‘라비에트정’을 대체 약으로 공급하고 있다.

다른 제약사들도 이같은 변화에 따라 이들 계열의 제네릭 등록 러시가 시작됐다. 지난달 31일까지 식약처 품목허가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파모티딘 24개, 라푸티딘은 21개, 시메티딘 1개, 에소메프라졸 5개, 애엽추출물 7개 등 총 58개 품목이 허가를 받았다. 

파모티딘과 라푸티딘은 대표적인 H2수용체길항제 계열 약물로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등에 사용한다. H2수용체길항제는 위벽에 많이 존재하는 H2수용체에 히스타민이 작용하는 것을 경쟁적으로 막아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기전이다. 지난 2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약제급여목록 및 급여 상한급액표’ 일부 개정고시에 따르면 1일부터 ‘파모티딘20mg’ 성분 제네릭 시장에는 보령바이오파마, 경동제약, 대한뉴팜, 대웅바이오, 미래제약, 티디에스팜, 테라젠이텍스, 씨엠지제약, 한국피엠지제약, 삼천당제약, 시어스제약, 삼성제약, 성원애드콕제약, 익수제약 등이 진입했다.

‘라푸티딘10mg’ 성분 제네릭 약은 일동제약, 국제약품, 뉴젠팜, 알리코제약, 메딕스제약, 이든파마, 영일제약, 한국프라임제약, 라이트팜텍, 엔비케이제약 등이 이름을 올렸다.

PPI 계열 약은 위벽 벽세포에 존재하면서 위산을 만들어내는 프로톤펌프(Proton Pump)에 부착돼 산 분비를 억제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다림바이오텍, 한국파메딕스, 케이에스제약, 씨티씨바이오, 비씨월드제약 등이 에소메프라졸 성분 제네릭을 목록에 추가했다.

애엽(쑥잎)을 유효성분으로 하는 국산 6호 신약인 동아에스티 ‘스티렌정’(애엽95%에탄올연조엑스)의 제네릭으로 한풍제약 ‘스토마정’, 한국파메딕스 ‘팜스티렌정’도 급여 목록에 올랐다.

의사 지식·정보공유서비스 제공업체 인터엠디가 2019년 10월 의사 1021명을 대상으로 라니티딘 제제 판매 중단 이후 약제 선택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병용 처방 약제의 위장장애 예방에는 H2수용체길항제를 사용한다는 답변이 48%로 가장 많았다. 이어 PPI 28%, 방어인자 증강제(삼일제약 글립타이드정, 한국오츠카 무코스타정, 제일약품 가스트렉스과립 등) 19%, P-CAB제제(HK이노엔 ‘케이캡정’) 4%, 기타 1%로 나타났다. 소화성궤양의 치료에는 PPI 44%, H2수용체길항제 40%, 방어인자 증강제 9%, P-CAB 6%, 기타 1% 순으로 조사됐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라니티딘 성분 제품 판매금지 이후 각 제약사가 대체 시장을 겨냥해 H2수용체길항제나 PPI 계열 제네릭 출시를 준비해왔다”며 “신규 허가 품목이 크게 늘어난 만큼 라니티딘의 빈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제약사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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