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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의약품 도매업계 양극화 심화 … 지오영·백제 합쳐 4조6735억원, 공적 마스크도 독점 유통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0-03-31 18:10:06
  • 수정 2020-04-01 04:5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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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출 5000억원 넘어야 8위권, 50위권 1000억원, 100위권 280억원 등 규모별 경사 가팔라
백제약품 파주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포장 작업을 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200여개에 달했던 의약품 종합도매업체가 상당수 부도 처리되면서 지금은 약 50여개로 줄었다. 의약분업 이후 일반약 및 전문약의 약국 유통이 비중·물량·수익 면에서 줄고 중소업체간 인수합병으로 대형화됐기 때문이다.

현재 기준으로 업계에서 도매상은 규모에 따라 100억원 미만의 품목도매, 100억~1000억원 미만의 중소도매, 1000억원 이상의 종합도매로 분류한다. 대략 규모별 매출 중앙값은 30억원, 250억원, 1100억원 정도된다.

종합도매업체는 제약사로부터 직접 약을 받아 약국에 유통하는 업체로 특정 품목만 거래하지 않고 일반의약품(OTC), 전문의약품(ETC) 등 모든 의약품을 취급하는 곳을 말한다. 의약분업 전에는 주로 약국에 OTC 위주로 납품했지만 이후엔 전문약, 특히 외자사 약의 매출 비중이 커지면서 이를 감당할 종합도매가 점차 줄고 있다.

종합도매업체는 전체 의약품을 관리·납품해야 하기 때문에 더 큰 물류창고와 많은 인력과 배송 차량, 고도화된 관리 프로그램이 필수적이다. 의약분업 이전 단골 약국을 확보하던 수준의 영업활동은 취급 물량과 시장 규모 확대로 대형화가 필요했다. 

이에 따라 지오영, 백제약품, 쥴릭파마코리아, 지오영네트워크, 온라인팜, 복산나이스, 엠제이팜, 인천약품 등 2018년 기준 5000억원 매출이 넘는 8위권 이내와 50위권(1000억원), 100위권(280억원) 업체와의 경사가 가파르다.

서울·인천·경기 북부를 담당하는 지오영은 2018년 1조5767억원의 매출로 1위를 고수했다. 2위는 백제약품 1조3032억원, 3위는 외자사인 줄릭파마코리아가 8846억원이었다. 4위는 지오영네트웍스(수도권 남부)로 8846억원이다. 지오영그룹은 지오영, 지오영네트웍스, 청십자약품(울산), 대전지오영, 호남지오영, 경남청십자약품(진주), 선우팜(군포), 강원지오영, 제주지오영, 성창약품(서울 서부), 남산약품(서울 서부) 등 11개 계열사 매출을 합해 전년 대비 10.8% 증가한 3조3703억원을 기록해 확고 부동한 업계 리더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외자사인 쥴릭파마코리아는 2017년 매출액 9709억원으로 창업 15년만에 적자를 내더니 2018년에도 8846억원으로 역성장했다. 적자도 같은 기간 18억원에서 64억원으로 확대됐다. 

의약분업 이후 물류·배송비 증가, 제약사 수수료 인하, 의약품 일련번호제 시행 등이 겹치면서 자금력을 많이 갖춘 업체가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하지만 다국적 외자사인 쥴릭파마는 비용 증가를 감당하지 못해 적자를 보고 있고 과거 탄탄한 영업망을 갖췄던 송암약품, 인영약품, 성일약품 등 대형 종합도매업체 2008~2013년 사이 부도를 맞았다.

도매업계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서 자금력이 부족한 업체는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며 “사업 비중이 큰 대형병원 한 곳에 납품한 뒤 병원이 어려워 대금 변제가 늦어지거나 고객이 다른 업체로 거래처를 바꾸면 손실이 커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물론 오너들이 무리한 부동산 투자 등으로 한눈을 팔며 돈을 날린 경우도 제법 많았다.

현재 이같은 틈새에서 복산나이스, 인천약품, 엠제이팜 등은 제법 잘 버틴 업체들이다. 인천약품은 2011년 연매출 2400억원을 2018년 5162억원으로 불리며 업계 12위에서 8위로 상승했다. 인천약품은 기업명에서 알 수 있듯이 인천 지역만 전문으로 하는 도매상이었지만 수원을 중심으로 영업하던 인영약품 등이 사라지면서 영역을 확대해 지금은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 납품하고 있다. 복산나이스(복산나이스팜 복산팜 복산약품이 2016년에 합쳐진 신규 회사)는 이 기간 5747억원(합산 기준 4위)에서 6766억원(6위), 엠제이팜은 3560억원(별도 4위, 복산나이스 감안 시 5위)에서 5466억원(7위)으로 자리바꿈했다. 

한미약품이 2012년 세운 온라인팜은 2018년 6790억원으로 업계 5위를 차지했다. 한미약품 및 같은 계열 자동조제기 회사인 제이브이엠 등의 물량이 잡혀 상대적으로 급성장했다는 시각도 있지만 오프라인 영업을 최소화하고 온라인 영업을 최대화하는 새로운 영업 패턴으로 상당한 매출을 일궜다는 점에서 평가의 호불호가 겹친다. 

문제는 중소도매와 품목도매의 취약성이다. 도매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는 사후관리 문제로 일부 제품만 거래하는 품목도매보다는 규모 있는 종합도매와 거래한다”며 “종합도매 업체 수가 줄어들수록 이들 업체로부터 납품받는 품목도매 업체는 오히려 늘어나는 구조여서 편중 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생 도매업체가 종합도매업체로 성장하는 경우는 보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종합도매업체가 제약사로부터 8%의 마진을 챙긴다고 가정하면 중소도매나 품목도매 업체에 제품을 넘길 때 약 3~4% 정도의 마진을 취한다. 중소도매나 품목도매는 결국 4~5%의 마진을 남기고 그 안에서 적자를 면해야 한다. 하지만 날로 상승하는 인건비와 운송비는 도매업계의 목을 죄고 있다. 

도매업계 관계자는 “중소도매는 오랜 전통으로 버티고 있고, 품목도매는 제약사나 병원을 퇴직한 임직원이나 업계 사정에 밝은 사람들이 소소한 이익을 보려고 챙기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2016년 자체 창고 없이도 의약품 유통을 허용하는 ‘위탁도매가 허용되면서 2015년 2728개였던 도매업체 수가 2016년 3783개로 폭증했다”고 말했다.

이상원 성균관대 제약산업학과 교수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의뢰로 연구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과 2018년의 도매업체 수는 각각 1500개, 2600개 정도로 추산됐다. 하지만 도매업계는 각각 2424개, 3869개로 추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양쪽 집계의 큰 격차는 지역도매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영세 도매상이 통계에 잡히지 않은 탓으로 보인다”며 “열악한 품목도매 업체의 실상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신종코로나가 확산되자 태부족한 공적 마스크 유통을 업계 1, 2위인 지오영과 백제약품에 맡겨 버렸다. 도매업계와 상의도 하지 않고 결정한 터라 업계는 밀실 담합, 특정 업체 밀어주기라고 비판했지만 ‘규모의 경제’가 정확·신속·효율을 통해 시장을 장악하는 장면이 실현됐다. 도매업계만 투덜댈 뿐 국민들이 이런 사정까지 봐주지는 않는다. 

지오영 등 대형도매업체는 중소도매 및 품목도매와 상생의 길을 모색한다고 하지만 승자의 눈물은 금세 증발할 수준이다. 미국은 매케슨, 아메리소스버진, 카디널헬스 등 3대 도매상의 점유율 합이 80%를 넘는다. 겉으로는 순마진이 1%이지만 박리다매로 별 문제가 없이 굴러가고 있다. 

2009년 지오영은 미국계 투자회사(IB) 골드만삭스로부터 400억원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고 합자회사를 설립, 회사를 급성장시켰다. 2009년 7839억원에서 2010년 9936억원, 2011년 1조1660억원으로 매출을 가파르게 올렸다. 외국계 자본은 고수익보다는 안정적 수익을 기대하고 투자했고, 틀에 박힌 유통 인프라를 급성장시키는 데 시드머니가 필요했던 조선혜 지오영 회장으로서는 묘수를 부릴 수 있었다. 

반면 2016년 7월에 일본의 3대 유통사 중 하나인 스즈켄으로부터 500억원을 유지한 복산나이스는 2011년 업계 4위에서 2018년 6위로 현상 유지하는 선에서 그쳤다. 지오영이 규모와 고효율로 선점한 시장을 삭감하지 못한 탓으로 분석된다. 

흔히 도매업계에서 법정 마진인 1.8%에, 제약사로부터 할인 또는 할증을 통해 추가로 5~8%의 마진을 챙기고 이 중 3~5%를 인건비와 운송비, 1~3%를 리베이트로 지출하면 2.5~3%의 순익이 보장된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는 도매업계에 50위권(1000억원) 밖의 업체들이 얼마나 버틸지 의문이다. 적절한 구조조정과 업체간 협업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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