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데시비르, 희귀약 지정에 7년 독점권 확보 … 칼레트라, 예상밖 부진한 효과에 특허 포기
클로로퀸, 독하지만 트럼프 추천에 기세 등등 … 아직 또렷이 효과 입증된 약 없어
미국 뉴욕주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확진자가 2만명을 넘어서자 앤드류 쿠오모(Andrew Cuomo) 뉴욕주지사는 혈장 항체치료와 말라리아치료제인 클로로퀸의 치료에 들어가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23일(미국 현지시각) 포브스(Forbes)가 보도했다.
혈장항체치료는 신종 코로나로부터 회복된 환자의 혈액에서 항체를 얻어 이를 신규 확진자에게 투입하는 것이다. 이에 협력할 파트너 제약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다케다와 리제네론이 거론되고 있다.
경구치료제는 클로로퀸이 가장 유력한 가운데 길리어드사이언스의 항 에볼라바이러스 신약후보물질이었던 렘데시비르(remdesivir), 몰레큘린바이오텍의 포도당미끼 프로드럭(glucose decoy prodrug) 췌장암 및 뇌종양 치료제, 비르(Vir Biotechnology) 및 알닐람(Alnylam Pharmaceuticals)의 RNAi(RNA간섭) 치료제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한편 애브비의 에이즈(HIV감염증) 치료제인 ‘칼레트라정’(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 lopinavir·ritonavir)은 중증 환자에서 별다른 치료혜택이 없었다는 중국 연구진의 논문이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실리며, 오히려 70년 역사의 오래된 말라리아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국내의 경우 지난 20일 서울아산병원이 두 약의 효과를 비교하는 연구자 주도 임상 계획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아 조만간 실제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애브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에서 주문되는 칼레트라정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신종 코로나 치료 용도의 특허 개발을 사실상 포기하고, 제네릭에 대해서도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해당 국가에서 이를 구입하는 것을 막지 않겠다는 시그널을 보냈다.
반면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는 23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종 코로나 치료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FDA는 또 코로나19 치료용 렘데시비르에 대해 길리어드에 7년간 독점권을 부여했다.
앞서 지난 22일 길리어드는 며칠 동안 렘데시비르 수요의 기하급수적 증가로 동정적 사용(compassionate use)에 따른 환자 긴급사용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22일 밝혔다. 다만 중증 COVID-19를 가진 임산부와 18세 미만의 어린이는 예외로 뒀다. 유럽과 미국에서 COVID-19 환자가 급증하면서 동정적 사용이 남발됐고 팬데믹 대응 차원에서 신약개발에 매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일찍이 세계보건기구(WHO)가 가장 유망한 신종 코로나 치료제 후보로 렘데시비를 낙점한 데다 이번 FDA 결정으로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이에 반해 칼레트라는 예상 외의 저조한 임상 효과에 스스로 퇴로를 마련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클로로퀸을 ‘게임 체인저’라고 부르며 “매우 고무적인 결과를 보여줬다”고 말한 후로 미국 안팎에서 수요가 폭증했다.
그러나 클로로퀸은 부작용이 심한 ‘독한’ 약으로 통한다. 미국 메인주 뉴잉글랜드대학의 미생물학자 메건 메이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안전성이 클로로퀸보다 훨씬 개선됐지만 그래도 상당한 부작용이 있다”며 “이 약이 코로나19 치료에 이로운지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스콧 코틀리브 전 FDA 국장은 21일 CBS 방송에 출연해 “현재로선 초기 임상시험에서 아주 고무적이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확실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이는 약은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선 진단키트 공급 부족 … 지루한 기다림, 당황, 미국민 ‘정치권 성토’ 분위기
미국에서는 엄청나게 빨라지는 신종 코로나 확산세에 진단키트 공급이 모자라 그동안 ‘정부와 의회가 뭐했냐’,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월 초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는 200개 테스트(개당 400~400명 진단) 키트를 전국 주 및 카운티가 운영하는 100개 이상의 공중보건실험실에 배포했다.
그러나 초기에는 키트 정확도에 오류가 나타나는 문제가 제기됐다. 또 50개주에 균등하게 배분되다보니 사우스다코다주의 경증 환자는 쉽게 진단검사를 받는 반면 뉴욕, 보스턴, 시애틀, 샌프란시스코에서 정치인조차 중증 질환을 앓아도 검사를 받지 못하는 형평성 문제도 지적됐다.
미국은 신속한 진단과 자가격리, 사회적 거리두기의 중요성을 뒤늦게 강조하고 있다. 또 진단키트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선사용 후승인 같은 제도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강조하고 있지만 공급이 달리는 상황이다.
로슈는 지난 13일 FDA로부터 첫 긴급사용승인을 받아 40만개 키트를 미국 전역의 실험실에 공급했으나 수요가 이를 능가하고 있다. 결국 로슈진의 세베린 슈완(Severin Schwan) CEO는 “다른 회사에서도 긴급승인을 받아 키트 공급을 늘리는 것은 다행”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트 공급이 모자라 광범위한 진단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증상이 위중한 고위험 환자를 우선적으로 선별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 첫 사망자가 발표된 이후 2주가 넘어서야 진단키트가 미국 워싱턴주에 도착했고, 시애틀 커크랜드(Kirkland)의 요양원에서는 이미 치명적인 질병이 발병한 상태였다. 몇 주 안에 COVID-19에 감염된 20여명이 사망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주의 COVID-19 확진자는 지난 20일 현재 1300명이 넘어 주 전역에 퍼지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기다림과 당혹 속에서 릴리는 인디애나폴리스주 소속 의료인에게 무료 드라이브쓰루(drive-through) COVID-19 검사를 권장하고 나섰다. 한국에서 먼저 시행된 이 시스템의 유용성을 인정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