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이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코로나 정복을 위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진단시약 전문기업은 신제품 개발과 해외 진출 준비로 분주하다. 제약사들도 기존 약물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전환하는 이른바 ‘약물재창출’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GC녹십자엠에스는 23일 액체생체검사 암진단 기업 진캐스트(대표 백승찬)와 코로나19 진단시약 공동개발을 위한 협약을 맺고 유전자증폭검사법(RT-qPCR) 기반 제품인 ‘GCare SARS-coV-2’ 개발·판매를 공동 진행한다. 양사는 각각 인플루엔자 진단키트, 결핵·비결핵 항산균 검출키트, 암 유전자 돌연변이 검출키트 등을 상용화한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신속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엔 진캐스트의 초민감도 DNA 중합효소 기술인 ‘선별적 유전자 증폭시스템(ADPS)’이 적용된다. 이 회사는 “변이가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의 561개 유전자 데이터에 ADPS 기술이 적용되면 정확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안은억 GC녹십자엠에스 대표는 “이번 협력은 GC녹십자엠에스가 추구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의 하나로 양사 개발 역량을 모아 큰 시너지가 발휘될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진단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기존 개발된 약물에서 코로나19 억제 효과를 발견한 연구 결과가 공개돼 치료제로 개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신약후보물질 ‘EC-18’의 코로나19(COVID-19) 제거 작용 기전을 기반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시험승인(IND) 신청을 서두르는 등 한국과 미국에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조도현 엔지켐생명과학 미국법인 대표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우주건강중개연구소(TRISH) 의료대응조치(medical countermeasure MCM) 연구의 하나로 EC-18의 방사선에 의한 세포사멸 감소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미국 여러 대학의 연구기관과 공동연구를 실시한 결과 바이엘의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Chloroquine)보다 세포사멸을 감소시키는 데 우수한 효과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미국 보건부 산하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iomedical Advanced Research and Development Authority, BARDA)의 코로나19 MCM 강화에 부응해 지난 18일 ‘코로나19 전담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 BARDA에 COVID-19 임상개발 프로그램 개발을 신청했고, 미국 특허청에 EC-18의 코로나19 감염증과 폐렴 치료제 관련 특허를 출원하는 등 부산하게 대응하고 있다.
차세대 항바이러스 신약물질인 EC-18은 면역세포가 바이러스를 신속하게 제거하고 증식을 막는 작용기전을 가지고 있다. 바이러스가 세포내 엔도좀(endosome)으로 침입하면 순간적으로 다량의 활성산소(ROS)를 생성시켜 바이러스를 제거하고, 바이러스 복제와 그에 따른 프로제니(Progeny 후계자)를 억제하는 동시에 프로그램화된 세포사멸(Necroptosis)을 막아 바이러스가 다른 세포로 퍼지는 것을 차단함으로써 사이토카인 폭풍을 제어해 염증을 방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포의 죽음은 세포자살(apoptosis), 세포괴사(necrosis), 세포사멸로 나뉜다. 세포자살은 불필요한 세포를 스스로 없애는 과정이고, 세포괴사는 화학적·물리적 충격에 의해 수동적으로 프로그램화되지 않은 과정에 의해 무분별하게 죽는 것을 말한다. 세포사멸은 TNF-α, FasL, TRAIL과 같은 작용자(agonist)와 사멸유도체(death receptor)를 자극함으로써 유도되는 프로그램화된 죽음이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코로나19에 대한 ‘약물 재창출’ 연구를 통해 아스트라제네카의 천식치료제 ‘알베스코흡입제’(Alvesco, 성분명 시클레소나이드 ciclesonide)의 주성분이 코로나19에 효과적임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연구소가 보유한 미국 FDA 승인 약물 1500종을 포함한 약 3000여종을 대상으로 세포 수준 실험을 통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는 약물을 발굴한 것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지원하고 있는 ‘국민생활안전 긴급대응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이미 허가됐거나 개발 단계의 약물 중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적용 가능한 물질을 찾고 있다. 최근 시클레소니드 등 효능을 보이는 약물 20여종을 발굴해 코로나19와 유사한 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스) 바이러스를 활용해 예비 실험을 진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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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NCCP No.43326)를 분양받아 약효를 분석한 결과 발굴된 화합물들은 국내외에서 현재 임상시험 중인 치료제인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에볼라바이러스 치료 신약후보 렘데시비르(Remdesivir), 애브비의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증 치료제 ‘칼레트라정’(Kaletra 성분명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 lopinavir·ritonavir) 등과 비교하면 세포실험에서 항바이러스 활성이 동등하거나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시클레소니드는 안전성, 약효성, 관련 해외 사례, 국내 판매 여부 등에 대한 검토 결과 가장 타당성 있는 약물로 선정됐다. 연구결과는 지난 21일 논문 사전 게재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공개됐다.
류왕식 한국파스퇴르연구소장은 “발굴된 약물들은 세포에서 항바이러스 활성이 관찰된 것으로 실제 임상에서 약효성이 확인돼 환자의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더 효과적인 약물을 발굴하기 위해 약물 재창출 연구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