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써모피셔 신속 승인 뒤 후발주자들 탄력 … 학계선 N유전자 지표 때문에 ‘민감성 높다’ VS ‘위양성 높다’ 논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코로나19 진단키트 규제를 완화하고 나섰다. 지난 13일 미 하원 관리개혁위원회 청문회에서 마크 그린 공화당 의원이 “FDA가 한국산 진단키트에 대해 응급용으로라도 미국 내에서 이 키트가 사용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는 발언이 나온 지 1주일도 안 돼 나온 조치로 진단키트 성능 논란을 딛고 본격적인 검사가 시작될지 주목된다.
지난 16일(현지시각) FDA는 코로나19 관련 업데이트 자료에서 혈청검사(면역검사)를 권고하고 주 정부 허가만으로 진단키트 판매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앞으로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 및 테스트 관련 사항은 미 FDA가 아닌 각 주 정부가 책임진다. 이에 키트 개발사들은 FDA 허가 없이 주 당국의 승인만 받으면 판매가 가능하다. 민간기업의 코로나19 키트도 정식으로 허가받기 전에 상황에 따라 사용이 가능토록 했다.
현재 90여 개 진단키트 제조사가 FDA 긴급승인절차(EUA)를 신청했으며, 40여개 사도 추가 신청을 준비 중이다. 지난 16일 이후 성능 검증이 완료된 제품에 대해 FDA는 제조사가 웹사이트에 키트 사용에 대한 안내와 임상시험 결과를 게재하면 사용을 승인할 방침이다.
이번 조치는 진단시약 및 키트 개발사인 로슈(Roche)와 써모피셔(Thermo Fisher)가 신속승인을 받은 뒤 취해졌다. 이 분야 글로벌 2위 기업인 홀로직(Hologic)과 랩코프(LabCorp) 제품 승인이 임박했고, 벡톤디킨슨(Becton, Dickinson and Co.,BD)은 바이오지엑스(BioGX)와 협력해 심사 서류를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마크 캐스퍼(Marc Casper) 셔모피셔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 진단키트 신속승인으로 감염 확산을 막고 신속하게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FDA는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 시 사용할 혈청(Serological) 검사를 개발자에게 권장했다. 이는 항원·항체 반응을 이용하는 혈청검사(면역반응검사)가 유전자진단 등 분자(molecular) 검사보다 절차가 간단하고 항체 식별로 감염 여부를 가리기 때문에 개인 유전자정보 누출 위험이 없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감염 초기의 무증상 환자에서 항원·항체검사는 민감도가 낮아 진단을 놓치기 쉽다. 국내 전문가들은 면역반응검사는 정확도가 80~85% 수준인 반면 유전자검사는 95%이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국내서는 현재 수출용을 포함해 모든 국내 허가 제품이 유전자분석 방식을 따르고 있다. 이에 FDA도 “코로나19 감염 진단·배제나 감염을 확진하는 유일한 근거로 면역반응검사를 사용돼선 안 된다는 경고 문구를 부착하라”는 단서를 달았다.
지난 2월말 코로나19 진단키트 CE 인증을 받은 코다이에그노스틱스(Co-Diagnostics)의 드와이트 이건 CEO는 “이번 FDA 발표는 유 증상자의 키트 접근성을 확대할 수 있어 제조사 입장에서 의미가 크다”며 “미국 내에서 FDA 허가 없이 보다 광범위한 이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는 진단키트 규제 완화를 발표했지만 미국 내에선 코로나19 환자에게 사용하는 진단키트 성능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성능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양성이 아닌데도 양성 판정이 나와 재검사가 수차례 이어지는 등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미국기업협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미국 내 하루 진단키트 공급능력은 약 3만7000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 내 진단검사는 중증 증상자와 최근 중국·이란 등 감염지역을 여행한 사람, 감염자와 밀접히 접촉한 사람 등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검사 범위가 확대되면 확진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1월부터 진단키트 개발을 시작해 지난달 4일 미 FDA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이 진단키트는 코로나19를 검출할 때 기준이 되는 유전자 중 N유전자의 세 특정 부위인 N1, N2, N3를 실시간중합효소연쇄반응(RT-PCR) 방식으로 증폭해 이들이 모두 나오면 양성 여부를 판정한다.
한편 N 유전자가 진단 지표로서 적합하느냐는 논란이 국내외에서 일고 있다. WHO는 코로나19 발생 초기 RdRp 유전자와 E 유전자를 표준으로 권고했으나 지난 1월말 N 유전자를 항목에 추가했다. RdRp 유전자는 효소 부분으로 양이 적게 나오고 N 유전자는 몸통에 해당돼 RdRp 유전자보다 많이 검출된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그러나 N유전자의 민감도가 더 높아 바이러스 확인에 효율적이라는 의견과 과도한 고민감도가 위양성 판정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CDC는 N 유전자 부위 중 N3 파트를 진단하는 시약에 오류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국내외에서 제기되자 지난달 28일 미국 내에 보급된 키트에서 N3 시약은 사용하지 말고 N1과 N2 시약으로만 판별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N1에도 일부 오류 사례가 보고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