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MDS서 50% 완전반응 데이터 발표 … 포티세븐의 버티기 … 길리어드, 세포치료제 이어 비세포치료제 정복욕
길리어드사이언스(Gilead Science)가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면역항암제 개발 전문제약사인 포티세븐(Forty Seven)을 49억달러에 인수했다. 이는 포티세븐의 최종 종가에 81%의 프리미엄을 얹은 주당 95.5달러에 해당하는 값이다. 이것이 어떻게 성사됐을까? 그 배경과 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작년 크리스마스 직전, 포티세븐의 긍정적인 임상 데이터가 발표된 후, 두 회사의 경영진은 길리어드 본사에서 만나 양사 간 인수합병(M&A)을 놓고 대화를 나눴다.
길리어드와 포티세븐의 인수과정이 담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최근 PDF 자료에 따르면 길리어드는 포티세븐의 임상자료에 호감을 가졌다. 또 은밀하게 제공된 비공개 고급 임상 정보에 길리어드는 군침을 흘렸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난 1월 14일에 개막된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JP Morgan Healthcare Conference)’ 기간에 길리어드가 이미 매입 절차를 시작했다.
컨퍼런스에서는 거래가 잘 이뤄질지에 대한 불가피한 질문이 오갔다. 길리어드의 CEO 다니엘 오데이(Daniel O’Day)는 침묵을 유지했다. 2017년 10월 110억달러 규모의 항암제 신약 개발기업인 카이트파마(Kite Pharma)를 인수한 이후 길리어드의 첫 번째 생명공학회사 M&A 거래(포티세븐 인수)가 성사되기 불과 몇 주전의 일이다. 컨퍼런스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그 사실을 몰랐다.
포티세븐은 이번 M&A 성사로 2억달러를 벌어들인 어브 와이즈먼(Irv Weissman)과 스탠퍼드대 동료들이 만든 항-CD47 항체 면역항암제 개발 벤처기업이다. 회사명도 CD47에 따왔다. 포티세븐은 이와 함께 2가지 단일클론항체 치료제와 대식세포를 자극하는 면역관문억제제도 개발 중이다.
CD47은 암세포 표면에 발현하는 단백질로 면역세포에게 ‘나를 잡아먹지 마세요’라고 시그널을 보내 면역회피를 유도한다. 포티세븐은 CD47의 역할을 알아내는 연구를 2015년 시작해 항-CD47 단일클론항체 매그롤리맙(magrolimab)을 개발했다. 신물질은 암세포를 파괴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하는 CD47을 표적으로 하며, 환자의 타고난 면역체계가 암세포를 에워싸고 죽이는 것을 돕는다.
지난해 12월 7일 포티세븐은 골수이형성증후군(myelodysplastic syndrome, MDS)과 급성골수성백혈병(acute myeloid leukemia, AML) 환자에게 매그롤리맙과 세엘진의 ‘비다자주’(vidaza, 성분명 아자시티딘, azacitidine)의 병용요법을 실시한 결과를 61차 ‘2019 미국혈액학회 연례회의’(ASH-2019)에서 발표했다. 결과는 MDS에서 환자의 50%가, AML에서 41%가 완전반응(CR)을 보였다. 이를 통해 매그롤리맙은 MDS와 AML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신약후보로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유럽의약청(EMA)로부터는 AML 희귀약으로 지정됐다.
이 연구결과는 공개시장에서 대부분 주당 20달러 이하로 거래되었고, 지난해 10월에는 6달러까지 떨어졌던 포티세븐의 주식을 2주 만에 15달러에서 40달러로 상승시키며 길리어드의 입질을 이끌어냈다. 길리어드는 최종적으로 포티세븐의 가치를 주당 95달러로 매겼다.
두둑한 프리미엄이 매그롤리맙의 다양한 추가 적응증에 얹혀졌다. 포티세븐은 MDS와 AML에서의 2상 임상시험 외에도 현재 비호지킨성림프종(non-Hodgkin lymphoma, NHL),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diffuse large b-cell lymphoma, DLBCL), 결장·난소·방광의 고형암 환자에게 매그롤리맙을 시험 중이다.
이밖에 포티세븐은 항cKIT 항체인 FSI-174를 매그롤리맙과의 병용요법으로 골수줄기세포이식에 제한이 있는 환자에게 적용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 중이다. 또 항SIRPα 항체인 FS1-189를 골수줄기세포이식 같은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를 대상으로 적용하는 방법을 개발 중이다.
오데이는 “매그롤리맙은 혈액암에 대한 카이트파마의 세포치료제 파이프라인에 비세포치료제 프로그램을 추가해 혈액암 분야의 기존 포트폴리오를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트파마는 CAR-T세포 치료제(chimeric antigen receptor T cell) 치료제로 유명한 ‘예스카다’(Yescarta, 성분명 axicabtagene ciloleucel 엑시캅타젠 시로루셀, 코드명 KTE-C19)를 갖고 있다.
예스카다는 현재 2~3상을 진행 중인 희귀의약품으로 DLBCL, 원발성종격동B세포림프종(Primary Mediastinal B cell Lymphoma, PMBCL), 형질전환여포성림프종(transformed follicular lymphoma, TFL) 등에 적응증을 갖고 있다. 이밖에 KTE-C19는 적응증을 넓히기 위해 외투세포림프종(mantle cell lymphoma, MCL, 2/3상), 성인 및 소아의 급성림프구성백혈병(acute lymphoblastic leukemia, ALL, 1상), 무통증성 NHL(전임상), PD-L1 억제제와의 병용요법을 통한 DLBCL 치료(1상), DLBCL 단독 2차 치료(전임상), 만성림프구성백혈병(chronic lymphocytic leukemia, CLL, 전임상) 등의 치료제로 임상 개발 중이다.
또 Human Anti-CD19는 2세대와 3세대가 헴악성종양(Heme malignancies) 치료제로 개발되기 위해 각각 1상 및 전임상을 밟고 있다. KITE-585 (anti-BCMA)는 다발성골수종(multiple myeloma, MM), KITE-796 (anti-CLL-1 control CAR)은 급성골수성백혈병(acute myeloid leukemia, AML)으로 전임상을 진행 중이다.
T CELL RECEPTOR (TCR) 치료제로는 MAGE A3/A6(고형암), KITE-718(MAGE A3/A6, 고형암), MAGE A3(고형암), HPV-16 E6 & E7 (자궁암 및 두경부암) 등이 1상을 진행 중이다. 이밖에 KITE-439 (HPV-16 E7, 자궁암 및 두경부암), SSX-2(고형암), KRAS(고형암), Neoantigens(자궁암 및 두경부암) 등이 전임상을 하고 있다.
길리어드가 처음 포티세븐에 인수를 공식 제안한 것은 밸런타인데이를 앞둔 지난달 10일 오데이 CEO가 포티세븐의 마크 맥카미시(Mark McCamish) CEO를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Palo Alto)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만난 자리였다. 길리어드가 먼저 포티세븐 인수에 관심을 보였고 두 사람은 종양학에 대한 그들의 열정과 비전을 논의했다. 길리어드는 관심사와 매그롤리맙의 잠재력 극대화 방안을 포티세븐에 물었다.
이 자리에서 “오데이는 잠재적인 포티세븐 인수 의사를 표명했으며, 길리어드는 포티세븐의 모든 주식을 인수하는 제안서를 조만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길리어드는 첫 제안에서 주당 57.5 달러에 사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캘리포니아의 레스토랑에서 가진 두 번째 만남에서 포티세븐은 더 이상 주사위를 보여주지 않고 더 많은 것을 원했다. 길리어드가 더 지갑을 크게 열도록 설득하기 위해 더 많은 비공개 임상 데이터를 보냈다.
양자간 전화 통화에서 주당 9달러를 더 얹혀주기로 제안이 이뤄졌지만 곧 거절됐고, 몇 달러가 더 추가되었다. 결정적인 순간 누군가 블룸버그통신에게 양사간 거래 상황을 제보했다. 보도가 나오자 인수 제안 직전에 주가가 급등했다. 길리어드는 며칠 후 주당 77달러를 제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포티세븐은 “거래는 종료됐고, 실익 없이 끝났다”고 말했다.
3월 3일 오전 11시 길리어드는 포티세븐에 최종 제안을 했다. 길리어드는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훌륭한 암 약물 데이터를 가지고, 두 번 이상의 기분 좋은 식사를 하고, 블룸버그로부터 거래를 성사하라는 모종의 압력을 받고 미래를 위해 번갯불 같은 투자를 감행했다. 드디어 인수합병이 성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