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치의 정식 명칭은 ‘치아우식증’이다. 입안에 있는 세균이 당분을 분해하면서 생성되는 산에 의해 치아가 녹는 증상이다. 개인의 연령, 구강관리 상태, 치아 형태, 식습관 등에 따라 진행 양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잘못 관리하면 큰 통증이나 비싼 치료비를 감당해야 한다. 충치의 예방법 및 치료법을 김선영 서울대치과병원 치과보존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충치는 치아에 퍼진 범위에 따라 4단계로 분류할 수 있다. 치아의 제일 바깥층인 법랑질에만 퍼진 1단계는 증상이나 통증이 거의 없다. 법랑질 안의 상아질까지 부식된 2단계는 치아가 시린 느낌과 약간의 통증이 발생한다. 치수까지 도달한 3단계에서는 상당한 통증이 느껴진다. 치아가 모두 부식돼 뿌리만 남은 4단계에서는 일상에서 통증은 없지만 음식을 씹을 때 심한 통증이 생겨 식사에 어려움을 겪는다.
가장 기초적인 예방법은 적절한 칫솔질이다. 치아 표면에는 지속적으로 세균막이 형성되는데 이를 매일 제거해야 한다. 횟수보다는 정확하고 꼼꼼한 칫솔질이 예방에 더 중요하다. 특히 치아에 달라붙거나 당분이 많은 음식물을 섭취한 후에는 바로 칫솔질을 하도록 한다.
치약에 있는 불소는 치아를 단단하게 하고 치아 표면에 막을 형성해 치아우식증을 유발하는 세균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불소가 든 치약 사용 외에도 3~6개월 간격으로 치과에 방문해 불소 도포를 받는 것도 충치 예방에 좋다.
어금니 표면은 가느다란 홈과 다수의 구멍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런 공간으로 음식물이 들어가면 세균이 쉽게 번식한다. 이런 경우 칫솔질만으로는 관리가 어려우므로 플라스틱 계통의 복합레진(실란트)으로 홈을 미리 막아주면 충치를 예방할 수 있다.
이밖에 우유·멸치·치즈·과일·채소·등푸른 생선 등 치아건강에 유익한 음식을 자주 섭취하고, 과자·탄수화물·청량음료·요구르트 등 치아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멀리한다.
과거에는 치아우식이 번지지 않도록 발치했지만 최근에는 치아를 남기는 보철치료가 우선된다. 이 때 사용되는 재료와 방법에 따라 치료법을 나눌 수 있다.
아말감 치료
아말감은 수은을 이용한 합금의 일종으로 작은 충치에서 넓은 범위의 충치까지 널리 사용된다. 다만 치아와 색이 달라 심미성이 떨어지고 직접적인 접착력이 없어 광범위한 충치에 적용하면 탈락이나 치아 파절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글라스아이오노머 치료
글라스아이오노머는 최초로 치아와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재료로 불소를 방출하는 장점이 있다. 치료받은 부위 주변의 충치를 예방해 충치가 잘 생기는 환자에게 사용된다. 하지만 재료의 강도가 부족하고 치아와 색이 달라 강함 힘이 작용하는 어금니나 심미성이 요구되는 앞니 등에 쓰기엔 제약이 있다.
레진 치료
치아와 색과 질감이 비슷한 레진은 전치(앞니)나 소구치(작은 어금니) 등 눈에 보이는 위치의 치아 또는 간단한 충치에 주로 사용된다. 과거에 쓰이던 레진은 시간이 지나면 변색이 일어나거나 잘 깨지는 문제가 있었지만 최근엔 재료와 접착제의 발달로 이런 결점이 해결돼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인레이 치료
충치가 너무 광범위하거나 옆 치아와 맞닿은 경우 아말감이나 레진 등으로 일부만 정교하게 보철하는 게 한계가 있다. 이럴 땐 충치를 제거하고 본을 뜬 후 치아의 모형을 수복하는 인레이(Inlay 심미보철) 치료가 요구된다. 전통적으로 생체적합성이 뛰어난 금이 재료로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치아 색과 비슷한 세라믹이나 레진을 쓴다. 다만 이들 재료는 금보다 깨지기 쉽기 때문에 이를 꽉 무는 습관을 가지고 있거나, 이갈이를 하는 환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 근관치료(신경치료)
치아 내부에는 혈관과 신경 등으로 이루어진 치수라는 연조직이 존재한다. 충치가 계속 진행돼 치수까지 퍼지면 치수가 감염되거나, 치아에 적절한 영양이 공급되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는 근관치료가 필요하다. 치아에 치수로 도달하기 위한 구멍을 뚫고 작은 기구를 이용하여 감염된 치수를 제거한 후 이 구멍을 생체에 적합한 재료로 충전한다. 근관치료를 받은 치아는 매우 약해져 있어 음식을 씹다가 깨질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단단한 재료로 구멍을 매운 후 치아를 깎아서 보철물을 덧씌우는 크라운 치료가 병행된다. 치수 감염을 방치하면 염증이 치아뿌리 쪽으로 계속 진행돼 통증이 발생하고 농양이 생겨 치조골에도 질환이 생길 수도 있다.
치아는 신체 다른 부위와 달리 한번 질환에 걸리면 자연 치유가 어렵고 재생되지 않는다. 예방이 최우선이고, 치료도 가능한 빨라야 한다. 평소 구강관리를 성실하게 하고 주기적으로 치과에 방문하여 검진을 받으면 도움이 된다. 김 교수는 “충치 예방을 위해서는 3개월마다 한 번씩 치과를 방문해서 치아 상태 확인, 식이상담, 구강관리 교육 등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