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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레코다티 쿠싱병 신약, 美 FDA 승인 … 노바티스서 저렴하게 사들여 ‘대박’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0-03-10 12:15:55
  • 수정 2021-06-22 11:5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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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산화효소 차단 코르티솔 과다 생성 직접 차단 … 수술후 대안없는 환자에 처방 늘듯

지난해 1월 소규모 계약으로 스위스 노바티스의 내분비계 치료제 3총사를 집어 삼킨 이탈리아의 레코다티(Recordati)가 1년도 채 되지 않아 후기 임상 단계의 쿠싱병(Cushing’s disease) 치료제를 미국 식품의약국의 허가를 얻어 시장에 내놓을 수 있게 됐다.  

지난 6일 FDA는 이전에 뇌하수체 전엽 절제술을 받았거나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를 위한 쿠싱병(부신피질기능항진증, 부신피질호르몬인 코티솔 과잉 분비) 환자에 대한 치료제로 레코다티의 ‘이스투리사(Isturisa, 성분명 오실로드로스태트)를 승인했다. 11-베타-수산화효소를 차단해 코르티솔의 과다 생성에 직접적으로 관여해 이 호르몬의 합성을 저지하는 기전의 쿠싱병 치료제로서 FDA의 허가를 취득한 것은 ‘이스투리사’가 처음이다. 

코티솔(Cortisol) 합성 억제제인 이스투리사는 FDA의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돼 향후 7년간 시장 독점을 인정받게 된다고 레코다티는 밝혔다. 이 약은 오는 2분기 또는 3분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FDA는 ‘이스투리사’를 복용군의 86%가 8주 복용 후 소변에서 정상적인 코르티솔 수치를 나타내 위약 대조군의 29%를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난 3상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허가를 내줬다. 임상시험은 24주 동안 단일그룹, 개방표지 시험으로 진행됐으며 평균 연령 41세의 환자 137명이 참여했다. 이 중 4분의 3은 여성이었다. 전체 피험자들은 ‘이스투리사’ 시작용량으로 2mg을 1일 2회 복용했으며, 2주 간격으로 최대 30mg을 1일 2회 복용하는 방식으로 증량이 이뤄졌다. 

이스투리사와 위약을 8주 단위로 번갈아 복용한 결과 24주가 경과 시점에서 전체 피험자들의 절반 정도에서 코르티솔 수치가 정상적인 범위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험자들 가운데 71명은 시험 후반기 12주 동안 용량증량을 필요로 하지 않았으며 내약성을 나타냈다. 

이스투리사 임상시험에서 나타난 고빈도 부작용은 부신기능저하증(코티솔결핍증), 두통, 구토, 구역, 피로 및 부종 등이었다. 이밖에 심전도 QT 간격 연장, 부신호르몬 전구체 및 안드로겐 수치 상승 등도 나타났다.

레코다티는 “활발하게 영업팀 및 마케팅팀을 구축하기 위해 미국 내 내분비사업부를 최근 설립했다”며 “전문 약국을 통해 포괄적인 유통 모텔로 약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스투리사를 과거에 보유하고 있던 노바티스는 2014년 3억9000만달러를 받고 내분비계 치료제 중 3종을 레코다티에 넘겨줬다. 시그니포주(Signifor, 성분명 파시레오타이드, pasireotide), 장시간 작용하는 후속약인 시그니포라르주사(Signifor LAR(long-acting release), 이스투리사 등이다. 

노바티스는 시그니포가 특허 만료 및 제네릭 난립으로 2018년 15억9000만달러의 시장을 사실상 잃게 되자, 2014년 시그니포라르를 FDA로부터 승인받아 시그니포의 대를 이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연 7200만달러에 그치자 성에 차지 않아 이스투리사와 함께 묶어 레코다티에 매각하기에 이르렀다. 다만 이스투리사에는 향후 매출 관련 로열티가 노바티스에 지급되도록 계약돼 있다. 시그니포의 파시레오타이드 성분은 소마토스타틴 유사체(somatostatin analogue)로서 성장호르몬 과잉 분비에 의한 말단비대증 치료제다. 국내서는 노바티스가 수입 유통하고 있다. 

레코다티는 쿠싱병 치료제 트리오 인수할 당시 “희귀질환 치료제 포트폴리오 확보를 위한 축복”이라며 “핵심적이고 역사적인 마일스톤 계약”이라고 흥분했었다. 이스투리사는 하루 두번 복용하는 경구약으로 의사의 관리 아래 근육주사를 맞아야 하는 파시레오타이드보다 편의성이 높고 유효성과 부작용에서 앞서 많은 수익이 기대된다.

쿠싱병은 뇌하수체에 부신(副腎) 및 뇌하수체 이상으로 나타난다. 비만, 2형 당뇨병, 혈당 불내성, 고혈압, 각종 감염성 질환, 다리·폐 혈전, 골 손실 및 골절, 면역계 약화, 우울증 등을 수반할 위험성이 증가한다. 30~50세에 주로 발병하며 남성들보다 여성들의 유병률이 훨씬 높다고 알려져 있다. 

뇌하수체 종양이 원인으로 밝혀지면 절제 수술을 하고 이후에도 잔류종양이 나타나면 감마나이프방사선수술(GKS)이나 사이버나이프(CyberKnife) 수술과 함께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이런 약물로 파시레오타이드가 가장 많이 추천받았다. 소마토스타틴 수용체 아형 5에 작용해 부신피질자극호르몬(ACTH)의 분비를 특이적으로 억제하는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비교적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안으로 화이자의 프로락틴 분비 뇌하수체 양성종양 치료제인 ‘도스티넥스정’(성분명 카베골린 cabergoline)는 지속적인 투여로 약효가 감소하는 도피현상(escape phenomenon)이 관찰됐다. 다형성 교아종 치료제인 한국 MSD의 ‘테모달캡슐’(성분명 테모졸로마이드, temozolomide)(제품명 테모달)’는 공격적인 양상을 보이는 쿠싱병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선에서 그쳤다. 

이밖에 항진균제인 케토코나졸(ketoconazole)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간독성, 소화계장애, 남성의 성선기능저하증 등의 부작용이 문제시되고 있다.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수용체 길항제로서 외국에서 피임 및 낙태유도제로도 처방되는 미페프리스톤’(mifepristone)은 프로게스테론의 경쟁적 저해제로 과다 복용할 경우 코르티솔결핍증 및 고혈압의 악화 또는 저칼륨혈증, 자궁내막증식증 등이 초래될 수 있다. 

대한내분비학회는 “일반적으로 쿠싱병은 스테로이드의 장기간 과다복용 등으로 발생하는 쿠싱증후군과는 원인부터가 다르고, 뇌하수체에 생긴 종양이 쿠싱병의 직접적인 유발요인”이라며 “쿠싱병의 진단과 치료가 지체되면 코르티솔 과다 분비로 인해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희귀질환으로 지정된 쿠싱병의 진단과정을 간소화하고 정확도를 높이는 동시에 치료효과를 끌어올린 신약의 사용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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