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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방미인 ‘숯’의 다양한 효능 알아보기
  • 김신혜 기자
  • 등록 2020-02-24 00:10:41
  • 수정 2021-06-22 12:4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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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기정화·탈취·습도조절·전자파 차단 등 일상에서 대활약 … 약물중독 해독 기능도

다공질의 탄소 덩어리인 숯은 축축할 때엔 습기를 흡착하고 건조할 때에는 수분을 방출하는 성질이 있다.
지글지글 익는 시각적 효과 때문인지 몰라도 숯불구이 고기집에서 참숯화로에 구워 먹는 고기는 유독 더 맛있게 느껴진다. 참숯에 고기를 굽게 되면 실제로 숯불의 복사열로 인해 고기가 빨리 구워지고, 훈연효과로 고기 풍미가 좋아진다. 빠르게 익는 만큼 육즙 손실도 적다. 만족스러운 육식생활에 큰 도움을 주는 숯의 쓰임새는 이보다 훨씬 다양하다.

숯(Charcoal)은 나무를 숯가마에서 구워 만든 검은 탄화물로 목탄(木炭)이라고도 한다. 순수한 우리말로는 신선하고 힘이 좋다는 뜻도 있다. 숯은 다른 연료와 달리 온도를 1200도 이상으로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고대 철 제련에서 매우 중요한 연료였다.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는 연소되는 과정에 유화물을 형성해 제련할 때 철 속에 황이 유입되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숯은 전체가 탄소로 이뤄져 있어 연소할 때 산화반응이 빨리 일어나기 때문에 철을 환원시킨다. 이 화학반응의 차이 덕분에 숯으로 제련한 철은 황 함량이 적어 기본적인 탈황 공정만 거쳐도 질 좋은 철이 생성된다. 반면 화석연료로 제련한 철은 반드시 기본적인 탈황 과정 외에 추가 탈황 공정이 필요하다.

숯은 공기를 정화하고 오염물질을 흡착하며 습도를 조절하는 등 탁월한 환경 정화 효과도 효과를 가지고 있다. 예로부터 아기가 태어난 집에서 금줄을 문간에 내걸 때 숯을 매달아 벽사적인 용도로 쓰이기도 했다.

숯은 나무의 종류와 굽는 조건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흔히 사용되는 나무로는 참나무·소나무·물푸레나무·동백나무·오동나무·신갈나무 등이 있는데 나무의 종류에 따라 쓰임새가 다르다. 목질이 단단한 나무가 화력이 강해 좋은 연료용 숯이 된다.


그래서 참나무가 주로 쓰이고 그 중에서도 가장 좋은 재료는 신갈나무(물갈나무)다. 이 나무로 만든 숯은 부딪히면 쇳소리가 울릴 정도로 탄탄하다. 오동나무처럼 목질이 연한 나무는 전소돼 재가 돼버리는데 화장품 재료 등으로 쓰인다.

숯은 만드는 과정에 따라 흑탄과 백탄으로 나뉜다. 흑탄은 600∼700도로 가열한 뒤 통풍구와 굴뚝을 밀폐하고 숯가마 안에 2∼3일간 두었다가 섭씨 100도 정도가 되었을 때 꺼낸 것을 말한다. 


탄질이 부드럽고 진한 검은색을 띠는데 불이 잘 붙으며 순간 화력이 좋아 공장용이나 연료용 등으로 많이 쓰인다. 백탄과 달리 유해가스를 빼내지 않아 태울 때 가스가 발생하는 게 단점이다. 때문에 생활용보다 공장용에 적합하다.

백탄은 가마 밖에서 소화시켜 제조한 숯이다. 800∼1300도 고온으로 가열한 뒤 꺼내어 흙·재·숯불이 섞인 가루를 덮어 빠른 속도로 불기를 제거한다. 백탄은 흑탄보다 탄화 온도가 높으므로 탄소 함유비율도 83.3%로 75.2%인 흑탄에 비해 높다. 고온에서 만들어지는 백탄은 잡냄새나 연기가 없고 미세한 기공이 많아 흡착력이 강하다. 


무엇보다 이산화탄소 등 유해가스를 배출하지 않아 음식 조리, 실내 탈취, 습기 조절 등에 주로 쓰인다. 표면에 재가 앉아 회백색을 띠므로 백탄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으며 탄질이 단단하고 치밀해 경탄(硬炭)이라고도 한다. 숯은 딱딱한 정도에 따라 딱딱한 경탄과 무른 연탄(軟炭)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숯은 일상에서 팔방미인처럼 다양한 효능을 발휘한다. 숯은 제조 과정에서 미세한 구멍을 많이 만든다. 당연 표면적이 넓어져 기체 및 액체 흡착력이 뛰어나 습도조절 및 탈취 효과를 발휘하며 공기 정화에 매우 효율적이다.

숯을 바구니에 말린 꽃이나 조화와 함께 담아두면 장식 효과와 공기 정화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 화장실·냉장고·쓰레기통·신발장·싱크대 배수구에 두면 악취를 제거해준다. 흔히 말하는 화장실 냄새는 암모니아 가스 냄새다. 숯은 자기 부피 50배 이상의 암모니아 가스를 흡착해 악취를 제거하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다공질의 탄소 덩어리인 숯은 축축할 때엔 습기를 흡착하고 건조할 때에는 수분을 방출하는 성질이 있다. 따라서 실내에서 숯을 천연 가습기로 활용할 수 있다. 옷장 속에 두면 습기와 곰팡이를 제거해준다. 전자제품 주변에 두면 전자파 차단에 도움을 준다고도 알려져 있다.

요리를 하거나 음식을 보관할 때도 숯은 유용하다. 쌀통에 숯 조각을 넣어두면 내부의 습도를 조절하고 신선도를 유지해 쌀벌레가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전기밥솥 안에 숯을 넣어두면 밥을 보온할 때 생기는 이상한 냄새가 없어지고 밥이 누렇게 변색되는 것을 막아준다. 여러 번 씻어 검은 물이 나오지 않는 상태의 숯을 밥을 지을 때 함께 넣으면 밥맛이 좋아진다.


숯에 있는 미네랄 성분이 물에 용해되고 원적외선 작용으로 윤기 있는 밥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과일이나 채소를 적당량의 숯과 함께 10~20분 정도 물에 담그면 농약 성분과 유해한 불순물이 제거되고 신선도가 오래 유지된다.

종종 식용으로 숯을 직접 먹기도 한다. 최근 유행했던 ‘숯 아이스크림’을 비롯한 차콜 푸드(Charcoal Food)는 식용숯가루라고 불리는 활성탄소로 만들어졌다. 이들은 코코넛 껍질이나 대나무를 태운 재를 사용해 색을 낸다. 민간요법에서는 숯이 자연치유력을 높여 병을 고쳐준다고 믿는다. 동의보감에도 숯은 해독과 어혈 개선하는 용도의 약재로 쓰인다고 기록돼 있다. 

일본에는 숯가루를 먹는 ‘차콜요법 (charcoal therapy)’이 있다. 숯가루를 약용하면 각종 노폐물과 독소를 흡착해 몸 밖으로 배출하는데 도움을 주고, 대장염·위궤양·숙변 제거 등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또 숯에는 칼슘, 칼륨 등 각종 미네랄이 함유돼 있어 노화방지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

쟈오핑 리(Zhaoping Li)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인체영양센터소장 교수는 “인류진화론적으로 보면 검은색은 식욕을 돋우는 색은 아니지만 숯 성분이 수세기 동안 소화불량 시 탄산칼슘 대용으로 의약품처럼 쓰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18년 6월 미국 뉴욕시는 활성탄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며 차콜푸드 판매를 금지했다. 뉴욕시는 활성탄이 식품 첨가제 또는 식품의 착색제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규정을 인용해 이같은 조치를 내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숯은 일부가 의약품으로 허가됐지만 의사 처방 없이 사용할 수 없다. 의약품으로 가공되는 숯과 달리 일반 숯은 성분이 확인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무를 태워 만들기 때문에 각종 불순물과 비소나 납 같은 중금속이 포함돼 있을 수 있다. 이세준 연세대 용인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숯을 식용으로 다량 복용할 경우 오히려 장 기능 이상으로 복통이나 구토, 변비 악화가 나타날 수 있고, 소량씩 장기간 복용하더라도 미량 영양소의 결핍 등이 초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숯은 구강건강에도 활용될 수 있다. 활성탄이 입 속 해로운 박테리아를 제거한다. 치아 미백에도 효과적이라고 알려졌지만 아직은 논란거리다. 미용 분야에서 활성탄이 페이셜 마스크나 크림, 스크럽제, 세안제, 헤어케어 제품 등에 들어간다.
 
숯은 오랜 시간 해독제로 사용됐고 약물 과다복용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 숯이 공장에서 가공과정을 더 거치면 활성탄이 되는데 이 활성탄은 약물 과용과 중독 치료를 위해 응급의학에서 활용된다. 활성탄을 일정 용량 이상 투여하면 약물이나 독극물에 결합해 장내 흡수를 막는 기능이 있다. 알코올·파라치온·페놀·니코틴·모르핀 등 80가지 이상의 화학약품을 흡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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