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약 광고 허용되는 美서 작년 7조원 시장 창출 … 제약사, “소비자가 ‘수요 창출’ 핵심” 인식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많은 광고비를 집행한 의약품은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휴미라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5억7730만달러를 써서 2018년 5억760만달러 대비 14% 늘었다. 휴미라는 9가지 적응증을 갖고 있지만, 광고는 류마티스관절염, 건선, 궤양성대장염, 크론병 등에 집중됐다.
2위는 화이자의 JAK 억제제 궤양성대장염 치료제인 ‘젤잔즈정’이다. 지난해 2억290만달러의 광고비를 지출했다. 2018년보다 조금 줄어든 금액이지만 몇 년간 지속적으로 광고에 투자하고 있다. 화이자는 2018년 젤잔즈가 궤양성 대장염에 새로운 적응증을 획득하면서, 기존 류마티스관절염에 투자하던 금액과 동일하게 대중광고를 시작했다.
3위는 인터루킨 4(IL-4) 및 인터루킨 13(IL-13)을 억제하는 사노피의 아토피피부염치료제 ‘듀피젠트프리필드주’다. 약효도 기존 약에 비해 탁월하지만 지난해 1억9940만달러를 질환 캠페인 광고에 투자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 특히 작년 말에는 집에서 주사할 수 있는 약물이라는 콘셉트로 천식 적응증에도 초점을 맞춰 TV 광고를 추가했다. 이 약은 지난해 9월까지 매출이 이미 15억6000만달러에 달해 작년 매출이 20억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이같은 광고집행액은 미디어 분석회사인 칸타미디어(Kantar Media)가 TV, 디지털(인터넷), 라디오, 인쇄물, 옥외 등에 노출된 광고 지출액을 종합해 산출한 것으로 소셜 미디어는 제외됐다.
칸타미디어는 미국 제약사의 의약품 대중 광고(direct-to-consumer advertising, DTC 광고) 비용을 조사한 결과 2019년 1~3분기 지출이 약 47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5억4000만달러보다 다소 늘었다. 추적 검토 결과 지난해엔 4%가량 광고시장이 성장해 지난해 광고총액은 64억6000만달러(7조원 상당)ㅇ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런 광고 성장세는 더디게 보이지만 제약 광고 물량은 여전히 풍부한 편이다. 미국인은 평균 매일 TV에서 9개의 DTC 광고를 보고 있으며 수천만개의 디지털 광고가 이메일, 배너, 동영상, 소셜미디어 포스트를 채우고 있다. 특히 DTC 광고가 최근 TV 위주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더 많은 노출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디지털 광고는 TV 광고보다 월등히 싸기 때문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일반약은 물론 전문의약품도 DTC 광고가 허용된다. 미국에서조차 의약품 대중광고에 대한 여러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광고가 제약사의 수익을 늘리는 도구 역할을 확실해 탄탄한 수요가 있다.
DTC 광고는 옹호론자와 반대론자가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논란거리지만 전문약 광고가 지난 20년간 수많은 법적 규제와 사회적 비판에도 살아남아 지난해 7조원 상당의 시장을 이룬 것만으로도 존재의 이유가 있다.
대부분 DTC 광고는 소비자에게 먹힌다. 기존 연구를 리뷰한 연구에 따르면 환자는 잘 포장된 DTC 광고의 조언을 따른다. TV나 온라인에서 DTC 광고를 본 후 자신의 건강 상태나 특정 의약품에 대해 의사에게 실제로 문의하는 일이 허다하다.
질환별 포괄수가제(DRG) 연구에 따르면 의약품 디지털 광고를 본 환자 중 42%가 의사에게 특정 처방을 요청한 반면 TV 광고를 본 사람의 22%는 같은 처방을 받았다고 한다. 광고분석 회사인 워트(Wharton)과 남가주대(USC) 교수팀의 또다른 연구에 의하면 광고 노출이 10% 증가할 때마다 그 약을 구매한 처방전 수가 약 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회사인 DTC퍼스펙티브(DTC Perspectives)의 CEO인 봅 에를리히(Bob Ehrlich)는 “소비자, 정부, 의사, 보험회사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제약사의 DTC 광고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은 명백하다”며 “제약사들이 비록 의약품 디테일과 학술지 광고를 통해 의사를 구워 삶더라도, 소비자가 수요 창출의 핵심임을 알고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