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에는 낮아진 기온 탓에 땀의 배출이 적어 요의를 자주 느끼고 수시로 화장실을 들락날락하게 된다. 증상이 유독 심해 시도때도 없이 소변이 마려워 하루에 8회 이상 변기를 찾는다면 ‘과민성 방광’을 의심해봐야 한다.
과민성 방광은 갑작스럽게 소변이 마려운 느낌이 들면서 참을 수 없는 절박뇨(urinary urgency)가 있으면서 빈뇨 또는 야간뇨를 동반하는 경우를 말한다. 정상인의 하루 평균 배뇨 횟수는 5~6회로 횟수가 8회 이상인 경우 빈뇨라고 한다. 야간뇨(nocturia)는 자는 동안 한 번 이상 깨서 소변을 보는 것으로 발생시간, 유발요인, 삶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치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심해지면 소변이 마려우면 참지 못하는 절박요실금(urgency incontinence)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과민성 방광은 과거 과민성 방광증후군(overactive bladder syndrome), 절박 증후군(urge syndrome), 절박뇨-빈뇨 증후군(urgency-frequency syndrome) 등으로 불리었다. 한의학적으로 소변빈삭(小便頻數), 소변불금(小便不禁), 소변자리(小便自利) 등의 범주에 해당한다.
방광은 방광 내·외부로부터의 자극에 반응해 소변을 저장하고 배출하는 과정을 거친다. 과민성 방광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소변의 저장이나 배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능 장애로 알려져 있다. 신경계질환, 방광·요도의 국소적 자극, 방광 출구 폐색, 고령 등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에 따르면 2002년 18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과민성방광을 비롯한 하부요로증상의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과민성 방광의 전체 유병률은 12.2%였으며 남자(10.0%)와 여자(14.3%)에서 비슷하게 나타난 바 있다.
윤하나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과민성 방광은 방치하면 경제활동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수면부족으로 인한 체력저하, 심리적 불안감에 의한 사회적 고립감과 우울증 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일상생활이 망가지지 않으려면 비뇨기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 및 치료를 받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민성 방광은 장기적으로 치료를 이어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증상이 개선됐다고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치료를 중단하면 재발하거나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물 효과는 대개 복용 후 2주 안에 나타나지만 만족스러운 치료 효과를 얻으려면 최소 6개월 이상 약물을 복용하는 게 좋다.
과민성 방광의 치료는 행동치료·약물치료·수술적 치료로 나눌 수 있다. 약물치료는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치료법이고, 행동치료는 대개 약물치료와 병행하게 된다. 과민성 방광 치료제는 방광 수축을 억제하고, 방광 용적 증대 및 요의 저장 능력 향상을 유도한다. 크게 방광의 수축을 억제하는 약물과 방광 이완을 촉진하는 약물이 과민성 방광 치료에 사용되며 항무스카린제, 베타-3 효능제 등이 있다.
인체는 방광 배뇨근에 위치하고 있는 자율신경계의 여러 수용체와 작용하면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해 소변을 저장하고 배출한다. 자율신경계 중 부교감신경 말단에서 분비된 아세틸콜린은 무스카린 수용체에 결합해 평활근의 하나인 방광 배뇨근을 수축시킨다. 콜린 수용체(cholinergic receptor)의 일종인 무스카린 수용체(muscarinic receptor)는 방광의 수축에 관여한다.
항무스카린제는 무스카린 수용체를 차단하고 평활근을 직접 이완시킨다. 이에 따라 방광 용적과 저뇨량이 증가되고, 방광 수축이 억제된다. 대표적으로 톨테로딘(tolterodine)·트로스피움(trospium)·솔리페나신(solifenacin)·페소테로딘(fesoterodine) 등이 있다.
이들 약제는 대부분 1일 1회 식사와 상관없이 복용한다. 다만 야간뇨를 걱정해 늦은 오후나 저녁 식사 후 복용이 일반적으로 권고된다. 약제에 따라 수용체 선택성·작용기전·관용 등이 다르기 때문에 치료반응에 개인차가 나타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항무스카린제는 요절박·절박성요실금·빈뇨 등 과민성방광 증상을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알려져 있으며 보통 요실금 횟수를 60~75% 정도 감소시킨다. 그러나 다른 장기에 존재하는 무스카린 수용체도 억제해 입마름·변비·안구건조증·졸림·어지러움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한국화이자제약의 ‘토비애즈서방정’(성분명 페소테로딘), ‘디트루시톨에스알캡슐’(성분명 톨레토딘), 한국아스텔라스 ‘베시케어정’(솔리페나신) 등이 대표적 오리지널약이다.
항무스카린 효과 외에 평활근 이완, 국소 마취 효과 등 배뇨근에 직접적인 효과를 보이는 이중작용제도 종종 쓰인다. 옥시부티닌(oxybutynin)·프로피베린(propiverine)·플라복세이트(flavoxate) 등이다.
옥시부티닌은 항무스카린 작용 외에도 평활근 이완 효과와 국소마취 효과를 동시에 나타낸다. 이 성분은 혈액-뇌 장벽(blood-brain barrier, BBB)을 통과해 졸음, 인지장애 같은 중추신경계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프로피베린은 항무스카린 효과와 더불어 칼슘 차단에 의한 평활근 이완 작용으로 증상을 완화한다. 플라복세이트는 칼슘 차단과 국소 평활근 마비 작용을 하며 항무스카린 효과는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얀센 ‘라이리넬오로스서방정’(옥시부티닌), 제일약품 ‘스파게린정’(플라복세이트), 제일약품 ‘비유피-4정’(프로피베린), 명문제약 ‘유로나정’(프로피베린) 등이 대표적이다.
교감신경 말단에서 분비된 노르에피네프린은 방광에 존재하는 β3 수용체에 결합해 방광 이완을 일으키는 작용을 한다. 교감신경계 베타-3 수용체는 방광 체부에 존재하며 방광 이완을 담당한다. 이에 따라 베타-3 효능제(촉진제)가 과민성 방광의 치료에 사용된다. 소변 저장과 방광 용적 증가에 매우 효과적으로 작용, 기존 항무스카린제로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에 대안이 될 수 있다.
미라베그론(mirabegron) 성분이 최근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한국아스텔라스제약의 ‘베타미가서방정’이 오리지널약이다. 미라베그론은 방광 내 베타-3 교감신경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 방광 배뇨근을 이완시켜 빈뇨·절박뇨·절박성 요실금 등을 치료한다. 항무스카린제는 입마름이나 변비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나 미라베그론은 무스카린 수용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그런 부작용이 적은 편이다.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과민성 방광 치료에 도움이 된다. 첫째로 수분 섭취량을 줄여보는 것이다. 하루 수분 섭취량을 1500~2400ml로 조절하고, 오후 6시 이후나 잠자리 들기 2~3시간 전에는 수분 섭취를 줄인다.
니코틴은 방광을 자극하므로 금연하는 게 좋다. 카페인은 배뇨근 활동을 자극하므로 줄여야 한다. 또 변비나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같은 장질환은 배뇨기능에 악영향을 주므로 평소 섬유질 섭취, 꾸준한 운동 등으로 개선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