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W중외제약그룹 계열 의료기기 전문회사인 JW바이오사이언스는 서울 강남구 강남세브란스병원에 방사능 유출 위험이 없는 X-레이 방식 혈액방사선조사기 ‘상그레이’를 국내 대형병원 최초로 설치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기기는 수혈용 혈액백에 X선을 조사시켜 수혈 후 발생할 수 있는 수혈 관련 이식편대숙주병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된다.
이식편대숙주병은 수혈된 림프구가 면역기능이 저하된 환자의 정상 조직을 공격하는 질환으로 치사율이 매우 높다.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수혈 전 혈액백에 방사선을 조사해 림프구 증식을 억제하는 방법으로 예방해야 한다.
국내 대형병원 중 이 기기를 보유한 곳은 50여개 기관에 이르지만, X-레이 방식의 혈액방사선조사기가 국내에 설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운영 중인 기존 기기는 방사능 물질인 ‘세슘137’을 활용한 감마선 방식이다.
새 기기는 방사능 위험물질을 사용하지 않아 자연재해에 의한 방사능 물질 유출 위험이 없고 방사능 폐기물 처리에 따른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상시 감마선을 방출하는 기존 제품과 달리 작동 시에만 고전압을 통해 X선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안전하다.
상그레이는 정확한 조사량 관리가 가능한 특허기술을 적용했다. 자체 내장된 선량계가 가장 낮게 조사된 선량을 측정해 전체 조사량을 적정 수준으로 조절해준다. 또 조사 결과를 라벨 프린터로 혈액백에 즉시 기록할 수 있어 사용자 편의성을 높였다.
JW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프랑스, 노르웨이, 일본 등 해외 의료선진국에서도 방사능 유출 위험이 없는 X-레이 방식 장비로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며 “기존 감마선 방식 제품이 노후화돼 안전·정확성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상그레이의 경쟁력을 부각시키는 마케팅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대한수혈학회지에 실린 ‘국내 의료기관의 방사선조사 혈액제제와 혈액방사선조사기에 대한 현황’ 논문에 따르면 국내에서 혈액방사선조사기를 자체적으로 보유한 의료기관은 총 48개 기관으로 모두 감마선 방식의 혈액방사선조사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7.5%에 해당하는 42개 기관이 제조된 지 10년이 넘은 노후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북미·유럽 주요국에선 감마선 방식 조사기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슘-137 반입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으며, 혈액방사선조사기의 80% 이상을 X-레이 방식으로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