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고

Top
기사 메일전송
의학건강
6000원 vs 120만원, 충치 치료비 치과마다 천차만별인 이유
  • 박정환 기자
  • 등록 2020-02-07 08:24:16
  • 수정 2021-06-22 14:02:38
기사수정
  • 법랑질 구멍나고 충치 상아질 침범하면 치료, 이전엔 과잉진료 의심 … 한 번 때운 자연치아, 회복 불가능
치아 법랑질이 조금 검게 보이더라도 치아 표면에 구멍이 나지 않았다면 무조건 치료할 필요가 없다는 게 일부 양심적인 치과의사들의 주장이다.

대학원생 오모 씨(26·여)는 얼마 전 스케일링을 받으러 집 근처 치과를 찾았다가 충치가 3개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치과의사는 아말감은 현재 사용하지 않고 복합레진으로 치료시 30만원, 금으로 씌우면 120만원 가량 비용이 든다고 했다.


 ‘왜 이렇게 비싸지’라는 생각에 인근 다른 치과를 방문했더니 ‘치아관리를 잘해서 딱히 치료할 필요가 없겠는데요’라는 말을 들고 진료비 6000원만 지불하고 나왔다. 오 씨는 병원마다 치료비용이 100만원 가까이 나는 것을 경험하고는 헛웃음을 지었다.

치과는 비급여진료가 많아 병원마다 치료비 널뛰기가 심한 편이다. 그동안 치과 과잉진료의 주범으로는 손상된 치아를 뽑고 그 자리를 인공치근(치아뿌리)과 보철물(크라운)로 대체하는 치아임플란트시술이 꼽혔지만 뜻밖에 충치치료도 소비자의 주머니를 터는 약탈자에 속한다. 

누가 진료하느냐에 따라 치료가 필요한 충치 개수가 다르고, 치료비는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까지 차이나기도 한다. 특히 주로 고령층에 한정되는 치아임플란트와 달리 충치는 어린이부터 중장년층까지 연령대가 다양해 과잉진료 피해 사례가 훨씬 많다.

최근 일부 양심적인 치과의사들이 과잉 충치치료 문제를 공론화하고 있다. 2011년부터 1인 치과를 운영하고 있는 강창용 그린서울치과 원장은 2015년 5월 SBS 스페셜 ‘하얀정글에서 살아남기’ 편에 출연해 치과계에 만연한 과잉진료 병폐를 폭로, ‘양심 치과의사’로 이름을 알렸지만 치과의사들 사이에선 내부고발자로 낙인찍혔다. 과잉진료 관련 정보를 올리던 페이스북 계정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정지되기도 했다. 그는 최근 유튜브를 통해 환자를 위한 영상을 제작 및 공유하고 있다.

주로 문제가 되는 게 초기 충치다. 충치가 심할 경우엔 대부분 진단이 비슷하지만 초기 충치라면 치과의사마다 판단이 다르다. 충치검사에는 육안검사와 X-레이가 주로 사용된다. 먼저 탐침과 거울로 치아의 구멍이나 변색을 확인하고 충치가 의심되면 X-레이로 최종 확진한다. 이 때 치과의사들의 해석은 초기 충치일지라도 빨리 때우고 치료해야 하는지, 좀더 지켜봐야 하는지로 갈린다.

강창용 원장은 “심한 충치는 당연히 바로 치료해야 하지만 초기 충치는 먼저 진행 상황을 지켜봐도 괜찮다”며 “치아 법랑질이 조금 검게 보이더라도 치아 표면에 구멍이 나지 않았다면 무조건 치료할 필요가 없고 칫솔질만 잘해도 충치 진행을 멈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충치치료는 충치가 상아질 근처로 넘어가는 시점에 시작해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법랑질은 치아 표면을 단단하게 싸고 있는 부분으로 상아질과 치수를 보호한다.

과잉 충치치료가 위험한 이유는 그만큼 자연치아에 가중되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흔히 충치치료를 치아의 썩은 부위만 도려내고 아말감, 세라믹, 금 같은 충전재료를 채워 넣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상은 원래 충치 부위보다 치아를 1mm 이상 더 파내야 충전재료를 제대로 넣을 수 있다.

게다가 충전재료는 주기적으로 교체해줘야 한다. 기존에 넣었던 충전재료를 제거하고 새로 넣을 때에도 자연치아를 조금 더 파내야 한다. 강 원장은 “결국 충치가 조금 있다고 파내고 때우다 보면 다음에는 충치가 더 깊은 곳에서부터 시작하게 된다”며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때운 부위에서 생긴 충치가 더 빨리 신경까지 침범해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고 차후 치아임플란트시술 시기가 앞당겨져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이나 북유럽 국가들도 자연치아 보존을 위해 치아 표면에 육안으로 확인되는 구멍이 없거나, 충치가 상아질을 침범하지 않았다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없다는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있다. 스위스의 경우 조기 충치치료를 아예 ‘과잉진료’라고 명시하고 있다.

과잉진료는 치과뿐만이 아닌 의료계 전체의 병폐가 된 지 오래지만 이를 규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의학적으로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의료행위는 과잉진료로 봐야 하지만 의학은 전문적인 영역이고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비효율적인 지출을 식별하고 적절하게 규제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의사의 치료행위를 무조건 과잉진료를 몰아붙이고 과도하게 타이트한 진료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면 오히려 과소진료를 부추겨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과잉 충치치료를 예방하려면 세 군데 이상 치과를 방문해 검진만 받고 싶다며 확실히 의사 표현을 하고, 충치가 있는 치아의 위치와 치료법 등을 녹음하거나 수첩에 메모해둔다. 가능하다면 진단서, 치료계획서, 구강 X-레이사진 등을 확보하면 좋다. 치료비 견적이 많이 나올 경우 치아에 맞는 건강보험 또는 실손보험 치료를 찾아보고, 치료가 급한 치아부터 치료를 요구한다.

상담실장이나 코디네이터가 기존 진료에 추가적인 치료를 권유하거나, 당일에 선납하면 할인해준다는 식으로 당일치료를 유도하는 병원은 피하는 게 좋다. 2~3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치과진료를 받는데 갑자기 5개 이상 충치가 있다고 하면 과잉진료를 의심해봐야 한다.

단순히 치아가 시리다고 해서 무조건 충치인 것은 아니다. 임은미 강동경희대치과병원 보존과 교수는 “시리면 무조건 치아가 썩었을 것이라는 오해만 버려도 과잉진료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심한 양치질로 잇몸 부위가 상했거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거나, 귤·오렌지·이온음료 또는 너무 차갑거나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에도 일시적으로 이와 잇몸이 시릴 수 있으므로 무조건 겁먹지 말고 정밀진단을 받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초기 충치의 진행을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양치질이다. 하루 3번, 매끼 식사 후 3회, 3분간 양치질을 하는 3·3·3 법칙은 치아 관리의 기본이다. 산 성분이 많이 포함된 음식, 탄산음료, 주스 등은 물로 입을 행구고 20~30분 뒤 칫솔질을 하는 게 좋다. 산 성분이 강한 음식을 섭취하면 입 안이 약산성으로 바뀌는데 이 때 바로 양치질을 하면 치약 성분이 치아의 에나멜층을 손상시킬 수 있다.


 

0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부광약품
동화약품
존슨앤드존슨
탁센
동아ST
한국다케다제약
사노피
동국제약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차병원
신풍제약주식회사
정관장몰
한국화이자
한국아스트라제네카
휴온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