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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코로나 치료제에 뭐가 있나 … 에이즈·에볼라·독감·간염 치료제 총동원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0-02-05 16:50:21
  • 수정 2020-02-14 18:5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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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지부 ‘HIV 치료제·인터페론’에 건보 적용 … 中 에볼라 신약후보 ‘렘데시비르’ 임상 3상 전격 허용
중국 우한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치료제로 부각받고 있는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에볼라바이러스 치료제 신약후보 렘데시비르(사진 왼쪽부터), 애브비의 에이즈치료제 ‘칼레트라정’, 로슈의 인터페론 제제 ‘페가시스프리필드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5일 오후 3시 현재 18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이날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고시를 개정해 의료진의 판단으로 신종코로나 환자나 의심 환자에게 항바이러스제인 ‘인터페론’과 HIV 치료제인 ‘칼레트라정’(Kaletra)’를 허가사용 범위를 초과해 10∼14일 투여하더라도 요양급여를 인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들 치료제를 허가 범위를 넘어서 신종코로나 환자나 의심 환자에게 사용하더라도 초과사용 약값 전액을 건강보험이 부담해준다.

인터페론은 감염된 숙주(사람) 세포에서 세포독성-T세포(Cytotoxic T lymphocyte)를 증폭시켜 이것으로 하여금 세포를 파괴하는 바이러스를 죽이도록 유도하는 면역조절단백질이다. 주로 B형간염, C형간염에 쓰인다. 만성 C형간염 치료의 경우 C형간염바이러스(HCV)의 RNA가 사라지는 음전율(SVR)이 12~16%(어떤 연구에선 25~30%) 정도에 그친다. 일반적으로 6개월 이상 C형간염 바이러스를 갖고 있고 바이러스 수치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간경화 위험이 높아질 때 인터페론 치료를 한다. 인터페론은 마땅한 치료제가 없을 때 흔히 쓰이는 항바이러스 주사치료제다. 인터페론알파-2a가 간염치료에, 인터페론베타-1a 및 인터페론베타-1b가 다발성경화증에 응용된다.

C형간염 치료제로는 인터페론 외에 소포스부비르(Sofosbuvir)와 리바비린(ribavirin)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효과적일 것으로 검토되고 있다. 아브도 엘피키 이집트 카이로대 분자생물물리학과 교수는 지난달 28일 국제학술지 ‘랜싯’에 실은 논문을 통해 이같은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들 약물은 HCV가 세포 내에서 유전물질을 증식할 때 반드시 필요한 RNA중합효소를 억제한다. 이 효소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HCV의 RNA 생산이 차단된다. 엘피키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HCV와 마찬가지로 RNA바이러스로, 세포 내에서 RNA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같은 효소를 억제하는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RNA중합효소를 3차원 모델링하고, 소포스부비르와 리바비린이 결합할 수 있는지 시뮬레이션해 이들 약물을 신종 코로나에 적용할 수 있다는 이론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동물실험이나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 약물이 실제로 임상에서 효과적일지는 확정할 수 없다.  

칼레트라는 로피나비르(lopinavir)와 리토나비르(ritonavir)가 복합된 단백분해효소억제제(protease inhibitor, PI,protease) 계열 에이즈 치료제다. 에이즈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된 질환으로 RNA를 유전물질로 하는 레트로바이러스에 속하며 이를 억제하는 치료제를 항 레트로바이러스제제라고 한다.

다국적 제약사 애브비가 판매하는 칼레트라는 1995년에 특허를 받았으며 2000년에 의약품으로 승인됐다. 로피나비르는 혈장단백질과 98~99% 결합되며, 약의 효과를 끌어올리기 위해 부스터약물(performance-enhancing drug)인 리토나비르 성분과 함께 복용해야 한다. 

HIV는 숙주세포에 침입한 다음 자신의 역전사효소를 이용해 이중가닥의 DNA를 만든다. 통합효소는 바이러스의 DNA가 숙주의 염색체(DNA) 속으로 끼어 들어가는 데 필요하다. 이후 바이러스DNA(proviral DNA)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미성숙한 HIV단백으로 번역된다. 단백분해효소는 이 HIV단백을 절단해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성숙한 단백을 생성한다. 만들어진 HIV는 이같은 과정을 반복해 증식한다. 뉴클레오시드에 인산기가 결합하면 DNA 또는 RNA 등 유전물질의 구성 성분인 뉴클레오티드(nucleotide)가 된다. 칼레트라는 HIV의 증식에 필요한 단백질분해효소의 활성을 억제한다.

이들 치료제는 앞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에 사용했을 때도 건강보험을 적용받았다. 여기에 함께 쓰이는 항바이러스제 인터페론(페그인터페론 포함)도 보험급여 인정을 받는다.

복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코로나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하는 등 진료의 시급성을 고려해 우선 국내 전문가 권고안에 따른 허가사항 범위를 초과해 요양급여를 확대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첫 신종코로나 환자로 확진된 35세 중국 국적 여성을 치료한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팀이 대한의학회 발행 국제학술지(JKM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이 환자에게 HIV 치료제를 투여한 결과, 최고 38.9도까지 올랐던 열이 격리 입원 11일 만에 정상 수준으로 떨어졌다. 14일째(1월 31일)에는 호흡곤란도 개선됐다. 흉부 X-레이 검사 결과 폐 병변도 줄어든 것으로 평가됐다.

태국 보건부도 지난 2일 신종 코로나 환자인 71세 중국 여성에게 칼레트라와 독감치료제인 쓰이는 오셀타미비르((oseltamivir, 오리지널약 로슈 타미플루캡슐)를 투여해 효과를 봤다고 밝혔다. 이 여성을 치료한 의료진은 기자회견에서 “약물을 투여한 뒤 48시간 만에 바이러스 검사 결과 음성 반응이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중국도 신종 코로나 환자들에게 칼레트라를 투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 보건당국은 애브비에게 칼레트라 생산 전량을 중국에 공급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대섭 고려대 약대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증식에는 단백질분해효소’가 반드시 필요하고, 킬레트라 등 HIV치료제가 단백질분해효소를 억제해서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역할을 한다”며 “신종 감염병이 출현하면 신약개발에 몇 년이 걸리다보니 기존 약물 중에 과학적으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약물을 임상에 적용해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환자를 돌보다 감염된 의료진에게 칼레트라ㆍ인터페론(항바이러스제)ㆍ리바비린(C형간염 치료제)를 예방적으로 투여했고, 단 한명도 감염되지 않았다”며 “호흡부전을 동반하는 중증 폐렴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에볼라 치료제 신약후보물질인 렘데시비르(remdesivir, 코드명 GS-441524)도 신종 코로나 환자들에게 투약하고 있다. 미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환자가 성공적으로 치료된 사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단 한 건의 치료 사례에도 불구하고 중국 보건당국은 렘데시비르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3상 임상시험을 전격 승인했다. 

미국 서부 워싱턴주 시애틀 에버렛의 35세의 코로나 감염 남성 환자는 중국 우한을 방문한 뒤 지난달 15일 귀국했고 19일 마른 기침과 미열로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입원 후 7일째(26일)부터 렘데시비르를 투약받았고 다음날 39.4도의 고열이 37.3도 내려갔고 치료 나흘째 고열이 사라졌다. 산소포화도는 94~96%로 개선됐다. 폐렴으로 인한 양측 하엽의 청진기 수포음(水泡音, rales)도 사라졌다. 

렘데시비르는 아직 미국에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바이러스의 RNA-의존성 RNA 중합효소(RNA-dependent RNA polymerase)를 타깃하는 에볼라 치료제 신약후보물질이다. nucleoside/nucleotide (NUC) analogue inhibitors에서 유래돼 NUC inhibitors로도 불린다. 에볼라바이러스 감염증의 정맥주사용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이 약의 항바이러스 능력은 광범위해서 이미 열성 유행성 출혈열 질환을 일으키는 마르부르그(Marburg) 바이러스에 효과를 보였으며 생물학적으로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호흡기 호흡기세포융합(respiratory syncytial, RES)·주닌(Junin)·라사열(Lassa fever)·메르스 신종 코로나(MERS-corona) 바이러스에도 상당한 효과를 보였다. 또 급성호흡기증후군(SARS)과 이번 우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2019-nCoV)에도 잠재력 있는 효과를 보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니파(Nipah)·헨드라(Hendra) 바이러스 감염증 치료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번 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잡을 마땅한 항바이러스제 후보군이 몇 안되는 가운데 렘데시비르 3상 임상을 허용한 중국 정부의 결정은 얼마나 이번 사태가 위중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엄중식 교수는 “최근 감염학회 차원에서 ‘한국에서도 임상연구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여러 신약 후보군을 요청해서 써보자’는 제안을 해둔 상태”라며 “위급 상황에서는 보건 당국이 기존약의 적응증 외 처방이나 모험적인 신약후보군 사용을 허용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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