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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뜨릴까 말까’ 물집의 건강학, 천포창 생명까지 위협?
  • 박정환 기자
  • 등록 2020-02-03 18:25:52
  • 수정 2020-09-12 20:4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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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집 터지면 진피 노출돼 통증·2차감염 위험 … 방치시 사망률 80%, 피부 벗겨지는 ‘니콜스키징후’ 동반
 손발바닥농포증을 장기간 방치하면 피부가 갈라지고 가려움증과 통증이 동반돼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다.

맨손으로 도구를 쥐고 장시간 작업하거나, 평소보다 오래 걸은 뒤엔 손바닥이나 발바닥 표면에 마치 물이 찬 듯한 물집이 생기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의학적으로 수포(blister, 水疱)로 불리는 물집은 말 그대로 피부에 액체가 들어있는 주머니가 생기는 증상이다. 정확히는 직경이 0.5cm 이상이면 수포, 이하이면 소수포(vesicle)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보통 수포로 통칭한다.

여러 원인으로 발생하지만 특정 신체 부위에 강한 힘이 반복해서 가해져 생기는 빈도가 가장 높아 압박종(壓迫腫)으로도 불린다. 인체 피부는 바깥쪽부터 표피, 진피, 피하지방으로 구분된다. 마찰로 피부의 가장 바깥층인 표피의 세포가 파열되면 단백질 성분의 묽은 액체가 나오면서 피부 표면이 팽창되고 동시에 진피신경이 눌려 통증이 생긴다.

물집 속 액체는 맑은 색이거나 혈액으로 인해 살짝 붉은색을 띤다. 물집이 노란색이거나 주변이 빨개지고 통증이 심하면 물집 부위가 곪은 것이다. 이렇게 물집이 커지면 터뜨려야 할지, 놔둬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윤현선 서울시립 보라매병원 피부과 교수는 “물집과 통증이 심하지 않으면 1주일 안에 저절로 없어지므로 일부러 터뜨리지 않는 게 좋다”며 “물집이 터지면 진피가 노출돼 통증이 더 심해지고 2차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 소독 후 의료용 솜이나 거즈를 덧대 고정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별다른 마찰이 없는데 손가락 사이에 울긋불긋한 물집이 생긴다면 한포진(Acute vesiculobullous hand eczema, pompholyx, dyshidrotic eczema, 汗疱疹)을 의심해볼 수 있다. 한포진은 뚜렷한 이유 없이 손바닥, 발바닥, 손톱 주위 피부에 투명하고 작은 물집이 생기는 비염증성 수포성 질환이다. 주로 손바닥이나 손가락 사이가 가려워지면서 물집이 생기고, 심할 경우 피부껍질이 벗겨지고 갈라지면서 피가 나기도 한다. 어느 연령대에서나 발생할 수 있지만 10~40세에 발생률이 높은 편이다.

윤 교수는 “한포진은 주로 땀이 많이 나는 부위에서 병변이 나타나 땀 한(汗)자가 병명에 쓰였지만 실제로는 땀관(한관)과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과도한 정서적·신체적 스트레스, 아토피피부염, 금속, 니켈, 코발트, 흡연, 아스피린 및 경구피임약 복용 등이 발생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병변을 긁으면 세균이 감염될 수 있어 냉찜질로 가려움증을 줄이고, 3주가량 지나도 저절로 없어지지 않는다면 피부과 진료를 받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입 안 쪽에 생긴 물집이 점점 커진다면 만성 자가면역질환의 하나인 천포창(Pemphigus)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 질환은 표피 내 각질형성세포를 서로 연결시켜주는 ‘데스모글린(desmoglein)’이라는 당단백질에 대한 자가항체가 생겨 각질형성세포의 연결이 끊어져 피부 표피와 점막에 수포가 생긴다. 초기엔 주로 입 안이 헐면서 잇몸에 물집이 생긴다.

시간이 갈수록 혀, 입천장, 입 안 옆볼 등에 염증이 생기고 심하면 식도 상부까지 헐고 피가 나 수 있다. 물집 주변에 정상처럼 보이는 피부를 손으로 누르면 피부가 벗겨지는 ‘니콜스키징후(Nikolsky sign)’가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제 때 치료하지 않으면 물집이 전신 피부에 생기면서 화상을 입은 것처럼 피부가 벗겨지고 체액이 밖으로 빠져나가 사망률이 80%까지 치솟을 수 있다. 병명을 들어본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의 희귀질환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결과 2017년 기준 국내 환자는 1895명이다.

윤 교수는 “천포창은 국내 환자가 많지 않은 희귀질환이라 대중에게 잘 열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증상이 있어도 무작정 방치하기 쉽다”며 “아프타구내염, 베체트병, 헤르페스감염증 등 다른 질환으로 오해하기 쉬워 첫 증상이 나타나고 확진받기까지 보통 6개월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입 안에 생긴 물집이 잘 낫지 않고 점차 넓은 부위로 퍼진다면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천포창 여부를 체크해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각질형성세포를 공격하는 자가항체가 생성되는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고용량 자외선 또는 X선 노출,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디페니실라민(d-penicillamin), 고혈압 치료제 캅토프릴(captopril), 결핵 치료제 리팜핀(rifampin) 등이 천포창 발병과 연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엔 보통 스테로이드를 쓴다. 초기에는 고용량을 사용하다가 증상에 따라서 서서히 감량한다. 그 외에 생물학적제제인 리툭시맙(rituximab)이나 면역글로블린 정맥주사를 처방하기도 한다.

손이나 발에 이유 없이 노랗게 곪는 물집이 생긴다면 손발바닥농포증(palmoplantar pustulosis)일 가능성이 높다. 수족농포증 또는 수장족저농포증으로도 불리는 이 질환은 국소농포건선의 일종으로 손과 발에 2~4mm 크기의 무균성 농포와 붉은색 발진이 나타난다. 심해지면 각질층이 두꺼워지면서 피부가 갈라지고 가려움증과 통증이 동반돼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고, 아예 손톱과 발톱 모양이 변형되기도 한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부 환자에서 건선 병변이 동반돼 건선과 연관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치료는 스테로이드제제, 아시트레틴(Acitretin), 사이클로스포린(cyclosporine) 등을 사용한다. 흡연자에서 유독 증상이 빠른 속도로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금연이 필수다.

피곤할 때마다 입 주변이나 눈가에 따끔거리는 작은 물집이 생긴다면 헤르페스바이러스(herpes virus)에 속하는 단순포진바이러스(herpes simple virus, HSV, 단순헤르페스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단순포진(herpes simplex)을 의심해볼 수 있다. 크게 1형과 2형으로 구분된다.

1형은 초기에 인후염 또는 구내염 형태로 나타나고 재발할 경우 입술이나 입 주변에 물집이 생긴다. 드문 확률로 뇌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2형은 성관계를 통해 전파되며 성기 주변에 물집이 생기고 발열과 근육통이 동반된다. 남성은 음경 포피·귀두·요도 부위에 여성은 음순·외음부·음핵·자궁경부에 주로 발생한다.

1형과 2형 모두 스트레스, 고열, 수면부족 등으로 체내 면역력이 저하되면 발생할 수 있다. 물집 주변을 깨끗이 소독하고 잘 말리면 자연치유가 된다. 물집을 만지거나 터뜨리면 바이러스가 다른 부위로 옮겨 증상 부위가 넓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증상이 장기간 지속될 땐 아사이클로비르(acyclovir) 같은 항바이러스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극심한 신경통과 함께 발진과 물집이 띠 모양으로 생기는 대상포진도 헤르페스바이러스의 하나인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Varicella zoster virus, VZV)에 의해 발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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