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는 항생제 발견으로 수명연장의 시대를 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항생제 발견 이전 인간 평균수명은 40~50년 정도였다. 암이라는 질병이 생기기도 전에 감염질환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항생제는 세균 성장을 억제하거나 죽이는 약으로 세균성 감염질환에 사용된다. 심한 상처·화상·화농성 염증·호흡기감염증·수술후 감염 예방 등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흔히 세파계 항생제로 부르는 세팔로스포린(Cephalosporins)계 항생제는 베타락탐(beta-lactam) 항생제와 구조적 유사성 및 작용 메커니즘을 공유하는 광범위 항생제다. 흔히 알려진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penicillin)이 대표적인 베타락탐계다. 베타락탐계 항생제는 화학식에 공통적으로 베타락탐(beta-lactam) 고리를 포함하고 있다.
세균의 세포벽을 이루는 물질 펩티도글라이칸(peptidoglycan)의 합성을 막고 박테리아 세포벽 합성을 억제해 살균효과를 나타낸다.
세팔로스포린은 항균물질을 만드는 진균을 연구하던 이탈리아의 약학자 주세페 보르추(Giuseppe Brotzu)가 1948년 곰팡이의 일종인 세팔로스포륨 (cephalosporium)·아클레모늄(acremonium)의 배양액에서 추출한 것이다. 세팔로스포린 C, N, P1 의 세 가지 이성질체가 존재하며 세팔로스포린C의 반합성 유도체가 가장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견 이후 많은 과학자가 세팔로스포린C를 기본 골격으로 다양한 변형을 시도하며 세파계 항생제가 개발됐다. 페니실린계 알레르기가 있는 환자에게도 처방할 수 있으며 경구제 혹은 주사제로 투여된다.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는 현재 임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항생제군으로 항균영역 및 특징에 따라 1~5세대까지 존재한다. 각 세대별로 효과적인 항균영역이 달라 원인균의 종류에 따라서 적절한 항생제 선택이 필요하다. 예컨대 1세대는 그람양성균에 효과적이고 3세대는 그람음성균에 더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람양성균과 그람음성균은 세포벽 구조에 차이가 있다. 그람양성균의 두꺼운 막은 굵고 느슨한 짜임의 스웨터처럼 침투가 쉬운 구조인 반면 그람음성균은 침투하기 어려운 얇은 막을 가지고 있어 일부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더 강하다.
1세대 세팔로스포린은 포도상구균(葡萄狀球菌, Staphylococcus)에서 생산되는 페니실린 분해효소에 의해 베타락탐 고리가 가수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페니실린 분해효소를 생산하는 포도상구균에 항균력이 있다. 수술창상 감염 예방을 위해 사용하는 예방적 항생제 선택 시 피부 상재균인 포도상구균에 효과가 좋은 1세대가 가장 적절한 선택이 될 수 있다. 피부 및 연조직감염증 등에 효과적이며 호흡기계감염증·요로감염증에도 쓰인다.
이밖에 장구균(腸球菌, enterococcus)이나 메티실린내성황색포도알균(Methicill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 MRSA)을 제외한 다른 그람양성균에 효과적이다. 그람음성균인 대장균·살모넬라균·이질균 등에도 사용된다. 그러나 헤모필루스(Haemophilus)를 비롯한 다른 그람음성균 및 많은 혐기성 세균에는 항균력이 없다.
1세대에 속하는 세파계 항생제는 약제에 따른 항균력 차이가 거의 없다. 혈중 반감기도 1시간 내외로 거의 비슷하다. 세파졸린(cefazolin)의 반감기가 유일하게 2시간 정도로 길어 다른 1세대 약제보다 혈중농도가 높게 유지되고 투여간격에도 유리할 수 있다.
1세대 약물로 경구제인 세프라딘Cephradine(Cephradine)·세파드록실(Cefadroxil)·세팔렉신(Cephalexin)·세파트리진(Cefatrizine)·세파피린(Cephapirin) 등이 있으며 주사제는 세파졸린, 케푸린(Cephalotin) 등이 있다.
신풍제약 ‘세프라딘주·세프라딘캡슐’(성분명 세프라딘), 세프라캅셀(세파트리진), 대화제약 ‘세파메칠정’(메칠로세팔렉신), 종근당 ‘종근당세파졸린주’(세파졸린), 유한양행 ‘유한세파졸린주’(세파졸린) 등이 대표적이다.
2세대 세팔로스포린은 1세대에 비해 그람음성균 장내세균 항균범위가 넓어졌으며 혐기성 세균에 대한 항균력도 뛰어나다. 그러나 그람 양성균에 대한 효과는 1세대보다 떨어진다. 헤모필루스·클렙시엘라(Klebsiella)·시트로박터(Citrobacter)·모르가넬라(Morganella) 등에 효과가 있으며 약제에 따라 항균력 차이가 있다.
경구제로 쓰이는 세파클러(Cefaclor)·세프록심(Cefuroxime)·세프로질(Cefprozil)과 주사제로 세파만돌(Cefamandole)·세포티암(Cefotiam)·세폭시틴(Cefoxitin)·세프테졸(Ceftezole)·세포테탄(Cefotetan)·세프메타졸(Cefmetazole)·세프부페라존(Cefbuperazone)·세프미녹스(Cefminox) 등이 있다.
세폭시틴은 그람음성균에서는 약물 침투력이 떨어지지만 그람음성 혐기성균인 박테로이드 프라질리스(Bacteroid fragilis)의 베타락타마제(β-lactamase)에 안정해 효과가 높다. 이밖에 황색포도구균·표피포도구균·폐렴연쇄구균·대장균·펩토구균·임균 등의 균에 유효해 폐렴·폐농양·신우신염·방광염·임질·복막염·자궁내막염·패혈증 등의 질환에 효과적이다.
신풍제약 ‘크린세프시럽’(성분명 세파클러수화물)·‘세록심정’(세푸록심악세틸)·‘셉타신주’(세프메타졸), JW중외제약 ‘파세틴주’(세폭시틴) 등이 대표적이다.
3세대는 다양한 베타락타마제에 대한 내성으로 광범위한 항균력을 가진다. 특히 대부분의 장내세균에 효과적인 게 특징이다. 1·2세대에 비해 그람음성균에 더 효과적이며 이전 세대에 내성이 있는 박테리아에도 사용될 수 있다. 포도상구균에는 중등도 감수성을 나타내 이전 세대에 비해 효과가 떨어지는 편이다. 폐렴·기관지염 등에 흔히 쓰인다.
3세대는 녹농균 항균력 유무로 대별된다. 녹농균에 효과적인 약물로 세프타지딤(ceftazidime), 세포페라존(cefoperazone) 등이 있다. 녹농균에 대한 항균력은 약하지만 그람양성균에 효과가 좋은 세포탁심(cefotaxime)·세프티족심(ceftizoxime)·세프트리악손(ceftriaxone) 등이 있다. 녹농균은 패혈증, 전신감염, 수술후감염, 만성 기도감염증, 만성 췌낭포성섬유증 등을 초래한다. 약제에 따라 혈중 반감기가 달라진다. 세포탁심은 1시간 정도로 하루 4회 투여하며 세프트리악손은 반감기가 약 8시간으로 하루 한 번 투여로 충분하다.
신풍제약 ‘타지세프주’(세프타지딤)·‘세프악손주’(세프트리악손), 종근당 ‘세포탁심주’(성분명 세포탁심), 한미약품 ‘한미세포탁심나트륨주사’(세포탁심)·‘세포박탐주’(세포페라존+설박탐) 등이 대표적이다.
4세대 세팔로스포린은 그람양성균·그람음성균 모두에 효과를 나타내며 주로 심각한 감염이나 면역력이 약한 환자에게 투여한다. 백혈구 수치가 낮은 경우 등에 사용할 수 있다. 기존 세대에 비해 베타락탐 분해효소에 대한 안정성이 높으며 그람음성균의 외막을 매우 빨리 투과하는 게 장점이다.
녹농균 항균효과도 겸비한 세페핌(cefepime)이 대표적이다. 이 약물은 그람음성균에는 3세대인 세프타지딤(ceftazidime), 그람양성균에는 2세대 세포탁심(cefotaxime) 정도의 항균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세프피롬(Cefpirome)이 있다. 보령제약의 ‘보령맥스핌주’(성분명 세페핌), 신풍제약 ‘포세파주’(세프피롬) 등이 대표적 제품이다.
5세대는 그람양성균·그람음성균에 대해 3세대와 유사하게 반응하며 녹농균 등 슈도모나스속균(Pseudomonas species)에는 효과가 없다. 세프토비프롤(Ceftobiprole)·세프타롤린(Ceftaroline)·세프톨로잔(Ceftolozane) 등이 있다. 세프타롤린은 MRSA 감염을 포함해 다른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감염을 치료하는 데 종종 사용한다. 세프톨로잔은 복강내 감염 및 요로감염에 효과를 나타낸다. 한국MSD의 ‘저박사주’(성분명 세프톨로잔)가 오리지널이다.
항생제의 선택과 적절한 사용은 환자의 감염방지에 따른 삶의 질 개선, 수명연장에 깊게 관여한다. 다만 오남용으로 인한 내성균 출혈과 그에 대한 대응책 부재가 문제다. 항생제는 세균배양 및 항생제 감수성 검사를 실시해 원인균을 정확히 알고 그에 맞는 약을 처방하는 게 원칙이다. 항생제가 필요한 감염증에만 선별적으로 사용해 빠른 치유와 내성 발현 억제를 도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