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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바이오 유니콘기업된 '에이프로젠' … 제2의 셀트리온 될까?
  • 손세준 기자
  • 등록 2020-01-30 17:29:24
  • 수정 2020-09-14 17: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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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회상장·M&A로 성장, 기업가치 1조2100억원 평가 … 실적 악화 속 에이프로젠KIC 통한 코스닥 입성 준비

국내 첫 바이오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한 에이프로젠이 2018년 완공한 충북 오송공장 전경
국내 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인 비상장사인 유니콘기업(CB인사이츠 기준)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11번째로 바이오시밀러 제조사인 에이프로젠이 선정됐다. 유니콘기업은 2013년 미국 벤처캐피탈 카우보이벤처스의 설립자인 에일린 리(Aileen Lee)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스타트업과 같은 소기업이 기업가치 1조원을 달성하는 게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만큼 드물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유니콘기업으로는 미국의 우버, 에어비앤비, 핀터레스트, 깃허브, 몽고DB, 슬랙, 에버노트와 중국의 샤오미, 디디추싱, DJI 등이 있다. 한국에는 빗썸, 쿠팡, L&P코스메틱, 크래프톤(前블루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야놀자, 위메프, 지피클럽, 무신사, 에이프로젠 등이 있다.
 

CB인사이츠 외에도 미국 크런치베이스, 중국 후룬(胡潤)연구원 등이 유니콘기업을 선정하고 있다. CB인사이츠가 선정한 중국 유니콘은 전체의 23.8%인 106곳이다. 크런치베이스는 187곳인 32.9%를 꼽았다. 후룬연구원은 206개를 골랐다. 크런치베이스가 선정한 국내 유니콘기업 명단에는 에이프로젠 대신 소셜커머스 기업인 티몬이 올라와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중 유일한 유니콘기업인 에이프로젠은 지난해 5월 벤처캐피탈(VC)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로부터 약 200억원 투자를 유치하고 개발 중인 바이오시밀러 등 신약 가치를 인정받은 덕분에 기업가치가 약 1조21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생산 과정이 셀트리온과 흡사한 점이 많아 투자업계에선 ‘제2의 셀트리온’으로 불린다. 에이프로젠 계열사들은 부동산·설비 임대, 모바일 게임 등 사업도 겸하고 있다. 바이오회사가 다른 분야에 손 대는 것을 두고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도 하지만 사업이 복잡다단한 것은 복잡한 성장 과정에 이유가 있다.
 

에이프로젠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옛 생명공학연구소) 면역학연구실 책임연구원으로 있던 홍효정 박사와 이균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교수가 홍 박사의 남편인 조규형 KAIST 전기전자과 교수의 도움으로 2000년 설립한 바이오벤처다.
 

당시 KAIST 생명과학과 부교수였던 김재섭 현 에이프로젠 대표는 같은 해 동료 교수들과 초파리를 인간 질병의 모델동물로 이용해 인간 질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찾는 유전체 분석회사인 제넥셀을 설립했다. 김 대표는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위스콘신대와 서울대 유전공학연구소 조교수를 거쳤다.
 

김 대표는 2005년 코스닥 상장사인 세인전자를 인수해 제넥셀을 우회상장한 뒤 제넥셀세인으로 사명을 바꾸고 제넥셀을 자회사로 뒀다. 2006년 기술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에이프로젠 인수에 성공하고, 2008년 에이프로젠이 제넥셀을 흡수합병한 뒤 계열사에서 분리돼 비상장사가 됐다.
 

제넥셀세인은 2008년 약 62억원을 들여 청계제약 지분 67%와 경영권을 인수했다. 같은 해 한국슈넬제약(옛 건풍제약) 지분도 확보한 뒤 두 회사를 통합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두 회사의 제품군이 겹치지 않아 다양한 분야의 전문의약품 포트폴리오 구성과 영업망 확대가 가능하다는 점이 부각됐다.
 

김 대표는 2009년 제넥셀세인을 매각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실적 부진으로 회사가 상장 폐지되면서 책임 소재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2009년 한국슈넬제약은 사명을 슈넬생명과학으로 변경하고 25억원에 에이프로젠을 슈넬생명과학의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이 시기에 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뛰어들었다. 에이프로젠은 2010년, 2011년 일본 제약사 니치이코제약으로부터 약 4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해 슈넬생명과학 지분을 사들여 자회사가 모기업을 삼켰다. 2016년 슈넬생명과학 사명을 에이프로젠제약으로 변경했다. 이 회사는 2011년부터 이어진 적자 때문에 2018년에는 영업이익으로 차입금에 대한 이자도 내지 못할 정도로 채무상환 능력이 부실하다는 우려를 낳았다.
 

2012년 바이오의약품 전문기업인 바이넥스는 슈넬생명과학이 보유한 에이프로젠 지분 22%를 160억원에 인수했다. 바이넥스는 이를 통해 일본 니치이코제약(45%)에 이어 2대 주주가 됐다. 이 때 슈넬생명과학은 지분율이 11%로 감소해 김재섭 슈넬생명과학·에이프로젠 대표(겸직)가 바이넥스와 공동 2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김 대표는 이에 앞서 바이넥스 지분 12.06%를 취득했고 바이넥스는 이 때 받은 주금 161억원으로 에이프로젠 지분을 인수했다. 서로 지분을 바꾸면서 협력관계를 맺은 것으로 에이프로젠-바이넥스홀딩스-바이넥스 세 회사 간 순환출자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이어 바이오의약품의 개발은 에이프로젠, 생산은 바이넥스, 유통은 슈넬생명과학이 담당하기로 결정했다. 지금도 코스닥 상장사인 에이프로젠제약은 전문약·일반약 생산 및 판매를 분담하고 있다.
 

2014년 에이프로젠과 바이넥스는 50억원씩 출자해 바이오시밀러 공장 증설과 생산을 담당하는 ABA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다. 2015년에는 바이넥스가 니치이코제약이 일본 내 판매를 맡은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GS071’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한화케미칼 오송공장을 자산 1302억원 대비 46.8%에 달하는 600억원에 통째로 인수하는 등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섰다. GS071은 2017년 9월 일본 후생성으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으며 현재까지 에이프로젠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2년 뒤 니치이코제약은 약 2배 가까운 수익을 내고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바이넥스는 2016년 중국 칭화대가 지분 100%를 소유한 지주회사 칭화홀딩스 산하 칭화퉁팡그룹의 한 계열 그룹인 퉁팡캉타이산업그룹에 지분 29%를 매각했다. 이후에도 에이프로젠과 맺은 전략적 제휴 관계는 계속 유지하고 있다.
 

2018년 4월에는 연간 2500kg의 바이오시밀러 생산이 가능한 오송공장을 준공했다. 2021년으로 예정된 2단계 확장공사가 완료되면 연간 3700kg의 바이오시밀러 원액과 3200~3700만 바이알의 완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김 대표는 본인이 100% 지분을 소유한 기업 지베이스를 통해 계열사 인수작업을 해왔다. 이 회사는 에이프로젠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2016년엔 ABA바이오로직스를 통해 코스닥 상장사인 로코조이인터네셔널(로코조이)을 인수했다. 로코조이는 중국 게임회사 로코조이의 한국법인으로 이 회사도 2015년 무선통신솔루션·에너지절약시스템 등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이너스텍을 인수해 우회상장한 곳이다. 2017년 사명을 로코조이는 에이프로젠헬스케어앤게임즈(H&G)로, ABA바이오로직스는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로 변경했다. 현재 에이프로젠헬스케어앤게임즈는 ‘포트리스M’ 등 모바일게임 사업, 부동산·장비 임대, 전문의약품 판매 등 3개 분야 사업을 포트폴리오로 갖고 있다.
 

2017년 김 대표는 지베이스를 통해 현 에이프로젠KIC인 나라KIC도 인수했다. 이 회사는 이스타항공 설립자인 이상직 전 국회의원 소유 회사인 (주)KIC가 모태다. 이 전 의원이 2012년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형 이경일 전 이스타항공 회장에게 주식 99.99%를 넘겼지만 이경일 전 회장이 횡령 등 혐의로 구속되기 전 경영관리 업체인 나라에이스홀딩스에 매각해 사명이 나라KIC로 변경됐다.
 

2014년부터 나라에이스홀딩스가 경영난으로 경영권 매각을 시도했으나 연이어 계약 성사에 실패했다. 2017년 지베이스가 약 600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사들인 뒤 에이프로젠KIC로 사명을 바꿨다.  이스타항공 지분을 2.7%를 보유하고 있으나 지난해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에 매각되면서 조만간 지분이 처분될 예정이다.
 

에이프로젠KIC는 제철소 용광로 등을 대상으로 하는 금속표면경화육성(Hardfacing) 사업과 경수로형 원자력 발전소 격납건물의 내부보온 시스템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금속표면경화육성은 부품을 내부식성, 내열성, 내마모성, 내충격성 등이 강한 금속으로 육성 또는 용접해 부품 수명을 연장하고, 염가로 고품질 부품을 제작·보수하는 작업이다.
 

에이프로젠KIC는 또 제약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2018년 2월 치료용 항체 개발기업 다이노나로부터 4가지(유방암·급성백혈병·뇌종양 및 고형암·난소암 및 림프종) 면역항암제(항체)에 대한 지적재산권과 독점적 사업화 권리를 넘겨받아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있다.
 

우회상장을 통한 몸집 불리기로 문어발식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에이프로젠 관계자는 “비상장사로서 바이오 투자금을 유치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상장사 인수를 통한 위기 극복이야말로 시장이 요구하는 것이었다”며 “연구개발비 마련을 위해 적법한 방법을 거쳐 관계사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란만장한 에이프로젠그룹의 몸집 불리기 역사에 비해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에이프로젠의 2019년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매출액은 241억원, 영업손실 274억원으로 2018년 같은 기간 매출 354억원, 영업이익 42억원 대비 악화됐다. 코스닥 상장사인 에이프로젠H&G은 같은 기간 연결 기준 매출 172억원, 영업손실 7억원으로 2018년 같은 기간 105억, 10억원 대비 매출은 줄었지만 영업손실도 감소했다. 코스피 상장사인 에이프로젠KIC는 연결 기준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 512억원, 영업이익 17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이후 바이오와 비(非)바이오 사업 모두 괄목할만한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고심하는 분위기다.
 

이처럼 계속되는 실적 악화 속에 유니콘기업인 에이프로젠은 올해 상장을 추진한다. 이 회사는 2016년 코스닥 시장에 직접 상장을 시도했지만 2014년, 2015년 회계 처리방식에 문제가 제기돼 무산됐다. 회계감사를 맡은 안진회계법인이 에이프로젠이 받은 바이오시밀러 기술료 수입을 매출로 보는 데 문제가 있다며 ‘적정’ 의견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이에 에이프로젠은 신한금융투자를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에이프로젠KIC와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로부터 200억원을 투자받을 때 2년 내 상장 조건을 제시한 만큼 상장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에이프로젠은 지난해 12월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조달한 약 700억원을 들여 에이프로젠KIC 주식을 취득해 지분을 13% 확보했고, 지베이스는 약 1300억원 규모를 투입해 에이프로젠 지분율을 20%에서 31%로 높이는 등 지배력 강화에 나섰다. 에이프로젠이 에이프로젠KIC에 흡수 합병되면 법인이 소멸하게 되는데 그 대가로 기존 에이프로젠 주주에게 현금 또는 주식을 배당해야 한다. 그러나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다 해도 현금 여력이 부족해 현금 배당을 하기엔 무리가 있다. 주식을 배당하기 전 지분을 늘려놔야 주식 배당에 유리하고 합병 뒤에도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어 미리 지분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와 유사하게 셀트리온도 상장할 때 직접 상장이 아닌 전자회사인 오알켐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확보한 뒤 셀트리온을 흡수합병하는 방법으로 우회상장한 사례가 있다. 여러 모로 셀트리온과 유사한 방식으로 기업 규모를 키워간다고 평가받는다. 합병 완료 시점은 에이프로젠 오송공장의 식약처 GMP 인증과 항암제 파이프라인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IND 승인 준비가 완료될 무렵 이뤄질 전망이다.
 

김 대표는 과거 “에이프로젠 오송공장의 생산규모는 셀트리온보다 많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과 비슷하다”며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로 대표되는 바이오시밀러 선두그룹과 대등한 위치에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종종 했다. 국내 첫 바이오 유니콘기업으로서 에이프로젠이 시가총액 21조원의 주식 공룡으로 성장한 셀트리온처럼 성공 가도를 뒤따를지 주목된다.
 

김 대표는 “국내 바이오기업으로서 첫 유니콘기업에 등극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 성과를 내는 회사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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