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 분야의 강자인 로슈와 유전체 분석기업인 일루미나가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next-generation sequencing, NGS) 기반 암진단 기술을 개발하는 15년짜리 비독점 파트너십을 맺었다.
프란시스 데소자(Francis deSouza) 일루미나 대표는 지난 1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컨퍼런스에서 로슈와 항암제 부문에서 15년 기간의 비독점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단 금전적인 부분은 공개하지 않았다.
파트너십에 따라 로슈는 일루미나의 NGS 분석기기인 NextSeq 550Dx 시스템을 이용해 체외진단기기(in-vitro diagnostic, IVD)를 개발하고 상업화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곧 출시될 진단용 시퀀싱 기기인 NovaSeqDx도 이용할 수 있다.
로슈는 NextSeq 550Dx 기반의 종양 조직 및 혈액 샘플을 이용하는 AVENIO IVD 테스트를 개발·제조·상업화에 나설 예정이다. 일루미나는 해당 시스템과 핵심 시퀀싱 소모품을 판매해 이득을 남긴다.
이와 함께 로슈는 포괄적인 암(pan-cancer)을 분석하는 새로운 동반진단 어세이인 TruSight Oncology 500(TSO 500)을 보완하기 위해 일루미나와 협력한다. 양사는 기존 파이프라인에 더해 신규 항암제 파이프라인에 대한 TSO 500을 개발할 예정이다. TSO 500은 종양조직(FFPE) 샘플에서 DNA와 RNA를 분석해 종양에서 흔히 발생하는 AKT1, ALK, BRAF, KRAS, NTRK 등 유전자 변이나 면역항암제 바이오마커인 TMB, MSI 등 523가지 종양 연관 유전자를 검사하는 패널이다. 일루미나가 TSO 500의 개발·허가·제조·공급·상업화를 맡게 되며, 로슈는 개발과 허가를 지원한다.
데소자 대표는 “로슈가 암치료를 위한 IVD 제품을 넓히고 속도를 내기 위해 일루미나의 시퀀싱 플랫폼을 선택한 데 기쁘다”며 “진단회사 및 제약사와 파트너십을 맺어 환자의 치료 결과를 개선시킬 수 있는 NGS 테스트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앞서 로슈는 2012년 일루미나를 69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일루미나 주주의 반대와 독과점 우려에 부딪혀 성사되지 못했다. 최근까지도 일루미나는 비침습적 산전 검사(Non-invasive prenatal testing, NIPT) 관련 유전자분석 장비 및 소프트웨어 사용 로열티를 로슈 자회사에 요구했다가 소송전이 벌어져 일루미나가 압도적으로 승소하는 등 잦은 분쟁이 존재해왔다.
로슈는 또 2018년엔 암 특화 빅데이터 분석회사인 플랫아이언 헬스(Flatiron Health)를 19억달러에 인수하고 이어 암 진단 회사인 파운데이션 메디신(Foundation Medicine, FMI)의 잔여 지분을 24억달러에 사들여 100%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