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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데이터·네트워크 손에 쥔 ‘GC녹십자’ … 유비케어 인수 매력은?
  • 손세준 기자
  • 등록 2020-01-14 17:23:38
  • 수정 2020-09-14 11:4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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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전 수의계약 시도 실패에도 다시 공개입찰 적극 참여 … 역대 제약사 M&A 2위 규모, 헬스케어 사업 탄력 전망

2018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KIMES)에 설치된 유비케어 부스 전경

GC녹십자가 병원·약국 전자의무기록(Electronic Medical Record, EMR) 전문기업 유비케어를 인수한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비케어의 최대주주인 스틱인베스트먼트와 매각주관사인 산업은행·EY한영은 최근 진행된 프로그레시브딜(경매호가식 입찰)에서 GC녹십자·시냅틱인베스트먼트가 손잡은 시냅틱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매각주관사 측은 이달 중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매각 대상은 스틱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유비스트 지분 33.94%, 2대 주주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지분 18.13% 등 52.07%로 매각주관사 측 희망가는 2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유비스트는 코스닥 상장사로 시가총액이 14일 기준 2918억원이다. 매각이 성사되면 한국콜마의 CJ헬스케어 인수가인 1조31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빅딜이 된다. 현재까지 두 번째로 큰 거래금액은 알보젠의 드림파마 인수가 1945억원이다.
 

제약업계에서 GC녹십자는 ‘투자의 귀재’로 불린다. 2012년 항암제 세포치료 전문기업 이노셀을 150억원에 인수해 녹십자셀로 이름을 바꿨다. 같은해 동아제약 지분을 4.2% 매입해 2013년 동아제약이 동아쏘시오홀딩스, 동아에스타, 동아제약으로 분할된 뒤 대부분 매각해 200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2012년부터 738억원을 투자해 확보한 일동제약 지분 29.36%는 2015년 1399억원에 매각해 100%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당시 일동제약 최대주주 지분율이 32.54%로 큰 차이가 없어 GC녹십자는 경영권까지 간섭하려다 사전의결권이 있는 주식 과반 확보에 실패해 지분을 매각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드러냈다.
 

이번 인수에 도전하는 유비케어는 1992년 메디슨의 사내벤처인 ‘메디다스’로 시작했으나 2002년 메디슨이 부도 처리되면서 2004년 이수그룹에 인수됐다. 이후 이수화학이 최대주주로 있다가 2008년 SK케미칼에 매각됐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2015년 SK케미칼이 보유하고 있던 유비케어 지분 43.97%를 약 800억원에 인수하며 최대주주 지위를 얻었다. 2018년 3월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유비케어 유상증자에 참여, 420억원을 투자하면서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지분이 33.94%로 떨어졌다.
 

당시 투자업계에선 이 투자로 카카오가 헬스케어 산업에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기도 했으나 이번 매각 협상에 지분 전체를 매각하면서 투자처로 활용하는 데 그쳤다. 카카오가 이번 매각에 성공하면 약 2년 만에 65%에 이르는 수익을 올린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측이 헬스케어 관련 사업성이 떨어졌다고 평가해 매각에 나섰다고 보긴 어렵다”며 “수익률이 높아 적당한 타이밍에 바이아웃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유비케어 매각 협상자로는 한화생명·한화자산운용 컨소시엄, GC녹십자·시냅틱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 보령홀딩스·중앙홀딩스 컨소시엄, 코스톤아시아컨소시엄 등 4곳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인수 검토 과정에서 보령홀딩스, 코스톤아시아 컨소시엄이 각각 참여를 포기했다. 최종적으로 한화 컨소시엄과 GC녹십자 컨소시엄이 경합했다.
 

한화자산운용 컨소시엄은 보험산업과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전략 아래 유비케어가 보유한 의료 분야 빅테이터를 활용한 신사업 진출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령홀딩스는 중앙일보·JTBC 등 미디어사업을 하는 중앙그룹의 지주사 중앙홀딩스와 손잡았다. 양사는 신사업에 대한 갈증과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가능성에 대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이번 입찰 참여를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된 김정균 대표가 “제약산업과 IT기술·헬스케어가 융합되는 미래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에서 기회를 찾아 투자하겠다”고 밝히는 등 이 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매각협상자로 선정된 GC녹십자는 이번 인수에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유비케어가 경쟁 입찰 매물로 나오기 전에 선제적으로 개별협상에 나섰으나 조건이 맞지 않아 경쟁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갈수록 치열해지는 제약업계 경쟁 속에서 수익성 높은 신사업 분야 확장을 위한 선택으로 분석된다.
 

GC녹십자 관계자는 “기존 GC녹십자·GC헬스케어·GC녹십자웰빙 등 계열사가 진행해 온 헬스케어 사업과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며 “관련 신사업 발굴 등 확장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수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뿐 향후 일정 등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며 “본 계약이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비케어는 국내 병·의원 EMR 시장점유율 1위 ‘의사랑’, 약국용 EMR 2위인 ‘유팜’ 등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 1만6700여개 병원과 7200여개 약국과 거래하는 대형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도매업체 여러 곳과 협업해 운영하는 의약품 온라인몰 ‘유팜몰’과 의약품별 원외처방통계 데이터 등을 활용한 의약품 마케팅 컨설팅과 청구실적 제공 서비스를 하는 ‘유비스트’도 핵심 사업이다. 여기에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인수한 비브로스와 바로케어의 간편 병·의원 예약접수 모바일 서비스 ‘똑닥’, 요양·한방병원 EMR 업체 ‘브레인헬스케어’ 등이 합류하면서 기업 규모가 커졌다.
 

유비케어 매출액은 2018년 연결 기준 약 1004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91억원으로 매출액의 9% 수준으로 양호한 편이다.
 

최근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등 데이터 3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유비케어가 추진 중인 개인건강정보 등과 관련된 ‘생활데이터사업’, 유전체 검사정보 등과 관련된 ‘진단기업데이터사업’ 등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정부가 장려하는 4차산업혁명 관련 업종에도 적합해 GC녹십자는 데이터 유통·서비스 사업 등에서 우위를 선점할 것으로 관측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제약사가 바이오벤처나 데이터 기반 기업과 협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GC녹십자, CJ헬스케어, SK바이오팜, JW중외제약, 유한양행,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 대형 제약사를 중심으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혁명 관련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투자 패턴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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