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조절 능력이 미숙한 아이들은 건조하고 실내외 온도차가 큰 겨울이 되면 감기에 쉽게 걸린다. 감기에 걸려 코가 막히고 열이 나는 증상은 치아 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감기로 인해 콧물이 나오거나 코가 막히면 무의식적으로 구호흡(입호흡)을 하게 된다. 구호흡이 반복되면 입 속에서 항균작용을 하는 침이 말라 구강이 건조해지고 세균이 왕성하게 번식할 수 있다.
코막힘으로 구강호흡을 하는 버릇은 치열에도 약영향을 끼친다. 입을 벌리고 숨을 쉬면 턱뼈가 앞쪽으로 자라지 못해 치아가 나올 공간이 부족해지므로 치아 배열이 삐뚤어지는 부정교합이 생길 수 있다. 이런 후유증을 예방하려면 감기에 걸렸을 때 물을 충분히 섭취하고, 실내 습도가 50~60%를 유지하도록 가습기를 사용하도록 한다. 코막힘이 심하면 전용 코세척기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해열제 섭취 후 바로 양치질하는 습관은 오히려 치아 건강을 망칠 수 있다. 감기에 걸리면 백혈구 등 면역체계가 바이러스와 싸우는 과정에서 몸에 열이 발생하게 된다. 아이들의 적정 체온은 일반 성인보다 높은 36.5~37.2도로 38.5도를 넘으면 해열제를 복용해야 한다.
어린이용 해열제엔 열을 내리는 성분 외에 아이들이 약을 편하게 복용할 수 있도록 단맛을 내는 자당(수크로스), 아스파탐 같은 감미제가 함유돼 있다. 흔히 설탕(자당)과 설탕의 200배 단맛을 내는 아스파탐이 구강 내 박테리아와 만나면 산성 분비물이 생성돼 치아가 부식될 수 있다. 이 상태에서 바로 양치질을 하면 치아 표면이 더욱 상할 수 있다. 따라서 해열제를 복용했다면 먼저 입을 헹구고 30분 뒤 양치질하는 게 중요하다.
겨울 제철과일인 딸기·귤·유자 등 비타민C가 풍부한 음식은 감기를 예방하고 치아 건강까지 지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낸다. 이 중 딸기는 잇몸병과 충치의 원인인 치태 제거, 유자의 펙틴(pectin)과 리모넨(limonene) 성분은 잇몸 염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과일을 잘 먹지 않는 아이라면 과일청을 만들어 따뜻한 물이나 요구르트에 섞어 먹이면 된다. 고광욱 파주 유디치과의원 대표원장은 “아무리 치아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도 입 속에 오래 남으면 충치를 유발할 수 있어 꼼꼼한 양치질로 치아를 청결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