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릴리는 지난해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JP Morgan Healthcare Conference)에서 록소온콜로지를 80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공표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는 1년 내내 바이오파마 업계에서 인수합병 광풍을 촉발시켰다. 록소 인수는 릴리가 지속해서 종양학 분야의 자산을 매입할 것이라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올해 13일(현지시간)부터 16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39회 JP 모건 컨퍼러스를 앞두고 릴리는 다시금 인수합병 게임에 뛰어들었다. 이번에는 피부과다.
릴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시 소재 피부질환 치료제 전문 제약기업 더미라(Dermira)를 주당 18.75달러, 총 11억달러에 인수키로 합의했다고 지난 10일 발표했다. 이는 9일 목요일 종가 대비 2% 프리미엄을 얹힌 가격이며 한 달 전 거래된 금액의 두 배 이상에 해당한다.
더미라는 시판 제품으로 겨드랑이 다한증 치료용 도포제 ‘큐브렉자’(Qbrexza 성분명 글리코필로니움, glycopyrronium)와 3상 임상 단계에 있는 아토피성 피부염 신약후보물질 레브리키주맙(lebrikizumab)을 보유하고 있다.
국제금융 서비스 업체 캔터피츠제럴드(Cantor Fitzgerald) 분석가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이번 인수는 스마트한 전략적 거래”라며 “핵심 치료 분야 관련 임상단계에 있는 자산을 획득함으로써 피인수사의 개발 전문성 및 상업적 인프라까지 활용한다는 내부 연구 역량 확대 정책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더미라 인수는 쉬운 결정이었을지 모르지만 올해 릴리가 주력할 인수합병 분야로 분석가들이 예측한 분야가 아니다. SVB리링크 분석가들은 최근 올해 바이오업계 인수합병 주력 분야로 종양학을 꼽았으며 릴리를 가장 적극적인 인수기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VB리링크 분석가들은 고객에게 “릴리가 암 분야에 계속해서 투자할 것”이라고 레터를 보내자 투자자들의 갈채를 받았다. 릴리는 지난해 1월 록소온콜로지를 80억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실리콘밸리 소재 면역항암제 전문기업 아르모바이오사이언스(Armo Bioscience)를 지난해 6월 16억달러에 매입했다. 이로써 캐나다 바이오벤처 오르카파마(AurKa Pharma)를 2018년 5월 5억7500만달러에 인수했던 흐름이 계속 갈 것이란 분석이었다.
릴리의 아르모바이오사이언스 매입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아르모를 인수한 뒤 자체 개발했던 페길로데카킨(pegilodecakin, pegylated recombinant human IL-10)이 지난해 10월 췌장암 대상 3상 임상에서 1차 지표를 충족시키지 못해 개발을 중단했다.
이를 계기로 릴리 임원들은 암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치료 영역을 강화하기 위해 외부로부터 혁신을 모색하고 있음을 분석가들에게 암시해왔다.
데이브 릭스(Dave Ricks) 릴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0월에 열린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컨퍼런스에서 릴리의 인수합병 타깃 선정과 관련해 “개방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 릴리 역사상 최대 규모인 록소를 인수하기도 했으며 통증완화 포트폴리오를 손에 넣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이는 미국 스타트업 센트렉시온(Centrexion)과의 10억달러 규모의 라이선스 도입 계약을 체결을 일컫는다. 센트렉시온은 매운맛의 주성분인 트랜스캡사이신을 활용해 통증완화용 비마약성 진통제를 개발했다.
SVB 리링크 분석가는 “릴리가 거래에 쏟아 부을 수 있는 가용자본으로 약 90억달러를 보유하고 있으며 더미라 매입 후에도 넉넉한 자본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칸토피츠제럴드는 “릴리는 매입하기 쉽고 파이프라인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주거나, 대규모 인수 중 양자택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미라 흡수로 릴리의 2020년 전망은 낙관적이라고 외신은 평가했다. 지난해 12월 릴리는 2020년 매출액을 236억~241억달러 사이로 예상해 시장 추정치인 235억달러를 능가했다. 연간 10억달러 매출을 올리는 릴리의 골다공증 치료제 ‘포스테오주’(미국 상품명 Forteo 성분명 테리파라타이드, Teriparatide)와 제네릭 약품 간 경쟁은 리스크가 예상되지만 릴리는 작년에 인수한 록소온콜로지로부터 얻은 항암제를 포함해 앞으로 출시될 의약품에서 발생할 새로운 수입원에 기대를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