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링거인겔하임 바이오제약 부문 중국법인이 제휴관계를 구축한 중국 베이진(BeiGene)의 항 PD-1 단일클론 항체 티스렐리주맙(tislelizumab)을 수탁 생산해 공급키로 했다.
중국 보건당국이 바이오신약 개발 업체가 제조공장을 의무적으로 소유하도록 한 규정을 완화하자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은 중국에 공장을 건설해 시범사업을 벌였다.
지난달 30일 베링거의 제약 부문 중국법인은 중국 의약품관리법(Drug Administration Law, DAL) 개정에 따라 의약품 시판승인 취득자(Marketing Authorization Holder, MAH) 제도가 적용되는 중국 최초의 위탁개발생산업체(CDMO)가 됐다.
MAH 제도는 2019년 8월 개정안이 중국인민회의(의회)를 통과해 2019년 12월 1일 발효됐다. 이번 개정안은 의약품 생산업체 중심에서 의약품목 중심으로 관리감독의 대상을 바꾸자는 철학으로 정책이 바뀌었음을 의미하다.
2015년 1월부터 2019년 7월까지 10개성에서 3239품목에 대한 시판허가가 나왔으며 이는 156개 MAH(제약사)가 분점했다. 그러나 2001년 이후 가장 포괄적으로 바뀐 규정에 따르면 이제 제약사가 직접 의약품을 생산 또는 유통하지 않아도 외부 아웃소싱 업체와 신뢰할 만한 품질의 보증이 가능한 계약을 맺었다면 굳이 생산시설이나 유통조직을 운영하지 않아도 된다. 신약 연구개발에 대한 추진력이 향상될 수 있도록 의약품 시판 허가권자의 신청 자격을 개인, 연구소, 바이오벤처 등으로 확대한 게 골자다.
베링거 중국법인과 베이진은 제휴계약을 맺은 2013년 이후 파트너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은 지난달 27일 최소 2회에 걸쳐 치료를 진행한 전력이 있는 전형적 호지킨 림프종(cHL)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로 티스렐리주맙의 발매를 승인한 바 있다. 이로써 티스렐리주맙이 다국적 위탁제조 서비스 제공기관에 의해 제조를 대행하는 중국 내 첫 번째 의약품이 됐다.
지알리 루오 베링거 바이오제약 부문 중국법인 지사장은 “시험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됐고 이제 성공적이었음이 입증됐다”며 “새롭게 확립된 모델이 중국 의료제도에 커다란 이득을 주면서 중국 환자들에게 보다 혁신적인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켜 주는 성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링거는 2017년 7억700만달러가 투입된, 최대 2000L까지 처리할 수 있는 1회용 바이오리액터(bioreactor)로 규모의 1단계 시설을 가동했다. 바이오리액터는 생체 내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체외에서 이용해 에너지를 절약하는 시스템이다. 필요할 경우 2000리터 설비를 증설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베링거는 2013년 중국 상해 푸동에서 장장생명공학 및 제약기지개발회사(Zhangjiang Biotech & Pharmaceutical Base Development Company)와 제휴를 선언하면서 이미 독일 비버라흐(Biberach), 오스트리아 비엔나(Vienna),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Fremont)에 의약품 제조기지를 갖고 있었다. 회사 측은 중국의 시범 프로그램에 따라 바이오로직스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듬해 베링거 바이오제약 부문 중국 법인은 100L와 500L 규모의 임상 물품 공급을 시작했고 2016년에는 베이진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베이진은 중국에서 티슬리주맙에 대한 승인을 얻은 지난 달 27일 후 불과 일주일 만인 지난 3일 아시아 태평양 대부분 지역에서 립테라퓨틱스(Leap Therapeutics)의 암 신약후보물질 DKN-01의 권한을 얻었다. 이로써 립테라퓨틱스의 항 DKK-1 항체와 최근 승인받은 항 PD-1 면역억제제 티슬리주맙 병용요법에 관한 임상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외신은 전망했다.
또 지난해 11월 1일에는 미국 암젠이 중국 현지화를 위해 베이진의 지분 20.5%를 27억달러에 인수키로 하는 등 베이진의 활약상이 두드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