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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된 점안제 소송 덕분에 약가 ‘유지’ … 제약사 매출 ‘급증’ 속웃음
  • 손세준 기자
  • 등록 2019-12-30 18:00:30
  • 수정 2020-09-15 15: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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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분기 매출 전년 대비 39% 증가, ‘치명적 손실’ 엄살부린 게 ‘무색’ … 도매업계엔 뒤늦게 1% 마진 환원
일회용 점안액의 약가 인하 조치가 유보되면서 태준제약의 ‘뉴히알유니점안액’은 올 3분기 매출액이 58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50%나 늘었다.
치명적인 손해가 예상된다며 일회용 히알루론산 점안제 약가 인하와 관련 소송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제약사들의 지난 3분기까지 점안제 판매액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넘게 이어져 온 보건복지부와 제약사 간 소송전이 장기화된 게 오히려 매출증가의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제약사가 신청한 약가 인하 집행정지 소송이 기각(행정법원)됐다가 인용(고등법원)되면서 약가를 유지할 시간을 벌었다. 약가 인하 시점까지 최대한 버텨보겠다는 제약사의 전략이 먹혀들었다.
 
복지부는 지난 9월 23일 ‘약제급여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2018-177호) 집행정지 안내’를 발표하면서 약가인하 효력정지일을 ‘기존 2019년 9월 27일까지’에서 ‘서울고등법원 2019누52463 사건의 판결선고 후 30일이 되는 날까지’로 변경한다고 고시했다. 이는 같은 달 17일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가 태준제약 외 19개 제약사가 제기한 ‘약제 급여 상한금액 인하처분 취소’의 집행정지 신청을 용인한 데 대한 조치다.
 
보건복지부는 일회용 점안제의 약가를 동일 농도일 경우 용량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낮춰 제약사가 약가를 더 받기 위해 대용량 위주로 생산하는 행태를 막겠다는 취지에서 2018년 4월 일회용 점안액 기준 규격을 0.3~0.5ml로 정하고 일회용 점안제 307개 품목에 대해 약가를 최대 55% 인하하는 ‘약제 급여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를 고시했다. 이에 따라 일회용 점안제의 용량과 관계없이 히알루론산 농도(㎖당 함량)가 같은 제품이면 동일한 약가(0.1% 198원, 0.3% 396원)가 부여됐다.
 
일회용 제품을 대용량으로 만든 탓에 뚜껑을 다시 덮어 재사용하는 사례가 많아 안전관리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소비자 여론도 반영됐다. 복지부는 작년 8월말에 재사용을 유발하는 ‘리캡’ 등 사용금지를 권고하기도 했다.
 
당시 국회와 언론에서 용량이 많을수록 급여 상한금액을 높게 산정해 제약사가 대용량 제품을 생산하도록 방치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일괄적인 약가인하 계획을 발표했다. 의사와 제약회사가 서로 대용량 처방을 부추기는 짬짜미 관행을 지적한 데 따른 후속조치였다.
 
제약사 측은 약가 인하로 직접 피해를 보는 품목 수가 290여개로 추정 손실액은 500억~700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약가 인하가 집행되면 영업손실, 설비투자 과다로 인한 수익 회수 불가능 등 이유를 들어 용량별 일괄 약가 인하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1회용 점안제 약가 단일화 저지 TF그룹’을 만들고 소송을 진행했다.
 
당시 정부를 상대로 소송에 참여한 제약사는 태준제약, DHP코리아, 한림제약, 종근당, 한미약품, 휴온스, 휴메딕스, 휴온스메디케어, 삼천당제약, 씨엠지제약, 신신제약, 국제약품, 대우제약, 바이넥스, 한국글로벌제약, 이니스트바이오, 셀트리온제약, 풍림무약, 대웅바이오, 영일제약, 일동제약 등 21개사로 이 중 셀트리온제약이 빠져 총 298개 품목을 대상으로 20개사가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제약사가 소송을 통해 약가 인하 시점을 저지하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소송이 정당한 권리를 찾겠다는 의도보다는 매출 증대를 위한 시간끌기 도구로 전락했다는 관점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일회용 대용량 점안제가 소용량으로 바뀌는 조짐이 있기는 하지만 정부가 약가 인하를 처음 발표한 시점이 한참 지났는데도 여전히 소용량 생산 비중이 낮아 큰 변화가 없다”며 “소송으로 시간을 끄는 사이 대용량 제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를 반영하듯 히알루론산 점안액 판매는 올해 들어 큰 폭으로 늘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 자료에 따르면 2019년 3분기 기준 일회용 히알루론산 점안제 시장규모는 522억원으로 전년 동기 376억원 대비 약 38.8% 성장했다. 누적 매출로 살펴봐도 2018년 3분기 기준 1244억원에서 2019년 같은 기간 1624억원으로 30.4%나 확대됐다. 4분기에 이같은 추세가 유지된다면 올해 매출액이 2000억원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히알루론산 시장에서 제약업계 1위인 태준제약은 ‘뉴히알유니점안액0.15%’은 올 3분기 매출액이 5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38억원 대비 50% 늘었다. 여기에 ‘히아레인점안액’ 10억원·‘히알유니점안액’ 9억원 등을 합하면 전체 시장의 14.7%를 차지하는 77억원가량을 팔았다.
 
가장 상승폭이 크게 나타난 제품은 휴온스메디케어 ‘리블리스’ 시리즈로 같은 기간 리블리스점안액(0.1%)가 14억원, 0.15%점안액(29억원), 0.3%점안액(3억원) 등 46억원의 매출을 일궈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5배 이상 성장했다. 휴온스는 내수·수출 모두 수요가 계속 증가해 지난해 1월 대규모 설비 증설을 통해 기존 1.5억관에서 3억관까지 생산능력을 올렸다. 여기에 점안제 CMO(수탁생산) 사업을 확대할 계획으로 꾸준한 성장이 전망된다.
 
삼천당제약 ‘하메론에스점안액’은 9억원에서 29억원으로 3배 이상 성장했다. 여기에 ‘하메론에스점안액’은 22억원, ‘하메론에스점안액’은 7억원의 매출을 올려 3개 품목으로만 약 58억원어치를 판매했다. 삼천당제약 자회사인 디에이치피코리아는 ‘티어린프리점안액’ 42억원, ‘티어린피점안액’은 24억원, ‘티어린에스점안액’ 6억원, ‘티어린에프점안액’ 3억원 등 총 75억원의 매출을 올려 이 시장에서 2등이다. 두 회사 매출을 합치면 133억원으로 매출 1위인 태준제약을 두 배 가까이 앞선다.
 
삼천당제약은 EU-GMP를 획득한 향남공장에서 생산한 제네릭 점안제가 지난 10월 영국 수출에 성공하고, 지난해 2월 미국 글렌마크와 녹내장 치료제 4품목 및 항알레르기제, 항균제 등 총 6개 안과 품목에 대해 7000억원 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노바티스의 안과 계열사인 한국알콘은 올 3분기 ‘카이닉스2점안액(히알루론산나트륨) ’ 23억원, ‘카이닉스점안액’ 17억원 등 40억원 어치를 팔았다. 바이넥스 ‘하일렌점안액’은 17억원에서 11억원으로 줄었지만 ‘하일렌플러스점안액’은 지난해 3400만원에서 6억원으로 판매량이 늘어 이를 상쇄했다.
 
이밖에 한미약품 ‘히알루미니점안액’ 23억원, 대우제약 ‘히알산점안액’ 20억원, 한림제약 ‘히아루론점안액’ 19억원, 국제약품 ‘큐알론점안액’ 17억원, 한림제약 ‘히아루론맥스점안액’ 14억원, 삼일제약 ‘히아박점안액’ 13억원, 종근당 ‘제노벨라점안액’ 12억원, 한국산텐제약 ‘히아레인미니점안액’ 9억원 등이 팔렸다.
 
한국콜마 ‘히알미니점안액’은 3억원에서 1억원대로 감소했다. 대신 올해 시장에 처음 진입한 ‘히알미니-아이점안액’은 4억원이 팔려 기존 제품을 대체하는 모습이다. 히알루론산 0.1%(0.4㎖) 제품의 가격을 최저 수준인 130원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던 유니메드제약은 ‘유니알디스포점악액’ 판매가 지난해 2억8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늘었다.
 
제약사들이 전략적으로 주머니를 채우는 동안 약국, 유통업체만 피해를 봤다.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전격 약가인하가 이뤄져 약국가에선 갑작스런 조치에 대응하느라 반품 대란이 빚어졌다. 의약품 유통업계는 제약사의 고통을 분담하자는 취지에서 유통 마진을 1% 줄이는 등 상생을 위한 결단을 내렸으나 소송이 길어지면서 약가 인하는 시행되지 않았고 제약사는 유통사 마진을 그대로 받아 챙겼다.
 
한 의약품 도매업체 관계자는 “일회용 점안액은 종종 일시적 품절을 겪는 품목으로 도매상들이 제약사들의 눈치를 보다가 지난 8월말 도매상들이 대거 제약사들에게 항의하면서 제약사별로 다른 품목으로 할증을 주는 선에서 갈등을 마무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난 19일 열린 서울고등법원 제1별관 306호에서 진행된 약제 급여 상한금액 인하처분 취소 공판은 복지부 측 정부법무공단 변호사와 각 제약사 변호인단이 참석한 가운데 기존 제출했던 자료만 확인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오는 2020년 1월 30일 결심 공판을 진행한다. 약 3개월의 심리기간을 거쳐 내년 5월 경 선고가 예상된다. 판결이 지연되지 않으면 점안제 약가는 이 때까지 현재 수준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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