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시장외 판권, 유전자치료제로선 거대 규모 계약 … 화이자·솔리드바이오사이언스 능가할 안전성·유효성에 ‘베팅’
스위스 글로벌 제약사 로슈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시 소재 사렙타테라퓨틱스(Sarepta Therapeutics, 나스닥 SRPT)의 뒤센근이영양증(Duchenne muscular dystrophy, DMD) 유전자 치료제인 ‘SRP-9001’에 11억5000만달러를 투입해 미국을 제외한 지역에서 권리를 획득했다.
로슈는 지난 17일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시 소재 스파크테라퓨틱스(Spark Therapeutics)를 43억달러에 인수함으로써 안과질환인 레버선천성흑암시(Leber’s congenital amaurosis) 유전자 치료제 ‘럭스터나’(Luxturna, 성분명 Voretigene neparvovec) 와 혈우병 실험용 약물을 보유하게 됐다. 로슈는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관심을 보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잇따라 대형 투자를 감행해 주목된다.
사렙타는 초기 임상시험에서 SRP-9001로 최대 96%에 이르는 마이크로디스트로핀(microdystrophin)을 발현시키는 데 기여했다. SRP-9001은 마이크로디스트로핀 유전자가 발현할 수 있도록 인코딩된 유전자를 근육조직에 직접 전달해 근 조직에서 디스트로핀(dystrophin)이 생성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긍정적인 초기 임상으로 DMD 환자 24명 대상 위약대조 임상시험이 시작돼 내년까지 데이터를 도출할 예정이다.
DMD는 전세계 남성 3500명 중 1명꼴로 나타나는 유전성 희귀 퇴행성 근육질환으로 X 염색체와 관련돼 남성에서 발병한다. 디스트로핀 단백질이 생성되지 않으면 심각한 근육 손실이 일어나 환자의 대부분은 조기에 사망한다. 디스트로핀은 근세포 단백질로 근육세포의 세포골격(cytoskeleton)을 세포 외 단백질과 결합하는 역할을 한다.
SRP-9001은 경쟁사인 화이자, 솔리드바이오사이언스(Solid Biosciences) 등의 유전자 치료제보다 유망함을 보여주는 안전성과 유효성 있는 데이터를 통해 사렙타를 DMD 치료제 개발에 최전선에 있게 했다.
이는 로슈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로슈는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SRP-9001의 권한을 갖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임상2상 시험 종료 후 계약금 7억5000만달러와 4억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하기로 했다. 로슈는 사렙타 주식을 주당 159달러에 매입할 예정이다. 사렙타 주가는 지난 20일 126달러에 마감해 23일 개장 후 137달러로 상승했다.
로슈 측은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만 SRP-9001 권리를 얻어도 여전히 시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는 향후 지속될 유전자 치료제 경쟁에서 잠재적 역량을 갖는 포인트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사렙타가 FDA로부터 처음 승인을 받은 DMD 치료제 ‘엑손디스51’은 2019년 시판 후 첫 9개월 동안 2억81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SRP-9001은 기존 개발사인 사렙타테라퓨틱스 측이 앞으로도 임상시험 개발 및 제조를 담당하며 로슈와 글로벌 임상시험 비용을 동등하게 부담할 계획이다. 현재 진행 중인 임상2상 시험은 2022년 4분기 중으로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 대형 금융회사 캔터 피츠제럴드(Cantor Fitzgerald) 분석가들은 “미국 시장 밖에서만 갖는 판권 획득으로는 오랜만에 이뤄진 거대한 거래로 유전자 치료제 중에선 단연 가장 큰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슈는 DMD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기 위해 2017년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으부터 근육파괴 억제제(Myostatin Inhibitor) 신약후보물질 ‘RG6206’를 획득했다. 하지만 지난 달 11일 임상 1b/2상과 2/3상 단계에 있는 두 프로그램이 모두 지표를 충족하지 못해 시험을 중단키로 밝혔다.
한편 사렙타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2016년 DMD 치료제 ‘엑손디스 51’(Exondys 51 성분명 에테플러센, eteplirsen)에 대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지난 13일에는 DMD 치료제로 ‘비욘디스53’(Vyondys 53 성분명 골로더센, golodirsen)의 승인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