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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제약, 또 허위·과장광고 논란 … 효능 입증한 논문 사실상 근거 박약
  • 손세준 기자
  • 등록 2019-12-24 02:19:36
  • 수정 2020-09-15 13:5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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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은염 지수 개선 복용기간 대비 비례성 약해 … 불법 리베이트·자녀 광고몰아주기 통한 편법증여 의혹
과장광고 논란에 휩싸인 명인제약의 잇몸질환 보조치료제 ‘이가탄에프캡슐’ 광고 화면
명인제약의 잇몸질환 보조치료제 ‘이가탄에프캡슐’이 지난 8월 허위·과장광고로 인해 과징금 7170만원을 부과받은 지 4개월도 되지 않아 다시 과장광고 논란에 휩싸였다. 의사단체인 바른의료연구소는 지난달 새로 방영된 이가탄 TV광고에서 약효를 증명했다며 인용한 논문에 문제가 있다며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민원을 제기했다.
 
연구소는 “매우 황당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명인제약이 CF를 통해서 ‘탁월한 효능이 임상시험으로 입증됐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이 임상시험은 이가탄의 효과를 입증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부실 연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가탄은 2016년 8월 식약처로부터 ‘치주치료 후 치은염, 경·중등도 치주염의 보조치료’로 효능·효과 허가사항이 변경되는 조치를 받았다. 기존에는 ‘잇몸 염증과 붓기, 출혈 등 치은염에 의한 여러 증상의 완화’로 치료제 개념이었지만 치료보조제 수준으로 하향 조정됐다. 과거 MBC 시사고발 프로그램 ‘불만 제로’는 이가탄의 주성분인 염화리소짐(lysozyme chloride)이 일본에서 개발됐고 소염 효능이 없다는 의견에 따라 현지에서 판매 중지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이 회사는 홈페이지에 이가탄을 광고하면서 ‘잇몸질환의 예방·치료에 있어 서로 상승효과를 나타내는 4가지 성분의 복합처방제제’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또 제품 정보에 약 자체 효과가 아닌 성분별 약리작용을 설명해 마치 약효인 것처럼 눈속임으로 일관했다. 치료보조제로 강등된 후에도 기존 광고 포맷을 활용하고 ‘증상은 달라도 잇몸병엔 역시 이가탄’이라는 문구를 사용하는 등 잇몸약으로 지켜온 입지를 부여잡고 놓지 않으려 애썼다.
 
이에 명인제약은 약사법 제68조 위반으로 광고업무정지 1개월에 갈음한 과징금 7170만원을 지난 8월 식약처로부터 부과받았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의약품은 약사법 제68조, 제68조 제2항 및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제78조 제3항 등에 의해 허위 또는 과대광고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의약품 광고물의 사전심의와 사후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별도로 정해 놓고 있다.
 
과징금 7170만원은 명인제약이 쓰는 광고비에 비하면 푼돈에 불과하다. 이 회사는 2018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매출이 1705억1482만원인데 광고선전비로 매출의 17%인 291억9911만원을 지출했다. 게다가 올해 이가탄은 약국에서 평균 판매가격이 5000원 이상 인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 효용이나 과장광고 위법성은 안중에도 없고 ‘부담 없이 과징금 내고 열심히 팔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이번 과장광고 논란도 이같은 배경의 연장선인 것으로 보인다. 바른의료연구소가 분석한 논문은 ‘BMC Oral Health’ 2019년 3월호에 게재된 ‘만성 치주염 환자에서 이가탄의 효능에 대한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대비, 다기관 연구’다. 지발임상연구(Delayed-start study design)로 두 그룹 가운데 한 그룹은 위약을 복용하다가 일정 기간이 경과한 뒤 치료약을 복용하고 나머지 그룹은 처음부터 치료약을 복용하는 방식의 임상 설계다. 연구기간은 8주로 첫 4주는 실험군만 이가탄을 복용하고 나머지 4주는 대조군·실험군 모두 이가탄을 복용했다. 대조군과 실험군이 1대1 비율로 배정된 무작위 연구로 만성치주염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의료기관 3곳에서 진행됐다.
 
연구의 1차 목표는 잇몸 건강 상태를 반영하는 치은염지수(Gingival Index, GI)의 변화를 비교했다. GI 수치가 높을 수록 잇몸 상태가 나쁜 것을 의미한다. 연구 결과, 대조군 45명, 실험군 48명 등 총 93명이 연구를 마쳤으며 처음부터 이가탄을 복용한 실험군에서 GI가 감소하는 효과를 나타냈다. 4주 뒤 GI 평균 변화는 대조군과 비교해 실험군에서 유의미한 감소를 보였다. 연령, 성별, 방문 차수 등의 변수를 보정한 모델에선 실험군이 대조군보다 약 2.5배 개선되는 효과가 확인됐다. 이에 연구진은 위약과 비교했을 때 이가탄이 치주염을 의미있게 감소시켰다고 결론 내렸다. 이 임상시험은 명인제약이 연구비를 지원하고 연구 설계와 통계 분석을 시행했다고 논문에 나와 있다.
 
위약 4주간 복용후 4주간 이가탄을 복용한 위약대조군(Contro)과 이가타만 8주간 복용한 실험군(Test)의 치은염지수(GI) 추이
하지만 본지가 논문을 정밀분석한 결과 실험 설계 자체에 흠결이 많았다. 우선 임상 시작 전 실험군의 GI는 1.19로 대조군의 1.00보다 높았다. 통상 실험군과 대조군은 무작위 배정하므로 조건이 대충 비슷해야 하지만 어쩐 일인지 실험군의 GI가 위약군 대비 현저하게 높았다. 또 차이가 나면 왜 그런지 주석이 붙어야 하는데 그런 배경설명도 없었다.
 
위약 대조군은 GI가 시작 전 1.00에서 4주 후 1.01로 악화됐다. 이에 비해 실험군은 GI가 시작 전 1.19에서 4주 후 1.02로 0.18 낮아지는 개선효과를 보였다. 이에 따라 두 그룹은 4주 시점에서는 0.01 정도의 차이 밖에 없었다. 4주 시점과 8주 후를 비교하면 위약대조군은 1.01에서 0.90으로 낮아진 반면 실험군은 1.02에서 0.95로 낮아져 오히려 개선폭은 실험군이 더 열등한 양상을 보였다.
 
이에 대해 바른의료연구소는 “연구 시작 전 대조군의 GI는 평균 1.00점이고 실험군의 GI는 평균 1.19점으로 실험군에 속한 사람의 잇몸 상태가 더 좋지 않아 증상 호전의 폭이 클 가능성이 있는 반면 대조군 측은 증상이 상대적으로 양호해 증상 개선의 효과를 입증해 보이기 어려운 조건에 놓여 있다”고 해석했다.
 
연구소는 “이 연구에선 운 좋게 실험군의 GI가 평균 1.19로 형성돼 유의한 결과를 얻었지만 양 집단의 GI수치가 비슷한 4주차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본다면 두 군 모두 4주간 이가탄을 복용했음에도 8주차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치 변화를 나타내지 못했다”며 “실험군이 유의한 결과를 얻은 것은 시험 전 기저치(베이스라인)가 높기 때문이며, 실험 디자인상 문제는 없으나 우연오차에 의한 긍정적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는 통계학적으로 실험군에서 0주와 4주간 GI 개선만 통계적 유의성을 보였고 0주에서 8주간, 4주에서 8주간에서는 유의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연구소는 “단지 실험군 내 GI가 0주와 4주째를 비교했을 때만 통계학적 의미를 나타낼 뿐 대조군과 실험군 간 비교가 아니므로 의미를 부여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연구소는 “명인제약이 이 논문을 근거로 제시하지만 명인제약이 연구비를 지원했고 직접 연구설계와 통계분석에도 관여해 편견이 개입될 여지가 많다”며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여러 중대한 오류가 발견됐으며 만성치주염에 대한 효능을 증명하는 데 분명한 한계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실한 논문을 바탕으로 한 광고 방영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여겨져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위·과장광고로 민원을 접수했다”며 “명인제약에 해당 근거 논문의 내용이 정말 이가탄의 효능을 입증한 것인지 공개적으로 논의해 보자”고 제안했다.
 
한편 명인제약은 잇따른 비윤리적 경영행태가 적발되며 올 한해 질타를 받았다. 지난 9월엔 의사 등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해 약사법을 위반한 혐의로 식약처로부터 과징금 5130만원과 리베이트 제공 품목에 대해 지난 15일까지 3개월 판매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판매 정지된 품목은 뉴프람정10mg, 슈퍼피린캡슐, 클로바주, 토파메이트정 등이다. 과징금 대상 품목은 명인트라조돈캡슐25mg, 코닐정4mg·8mg, 명인디스그렌캡슐 등이다.
 
여기에 명인제약의 광고 업무를 전담했던 광고대행사인 ‘메디커뮤니케이션’이 이행명 회장의 두 딸 소유 회사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에 그동안 이가탄 외에 메이킨큐장용정 (변비약) 등에 지출한 막대한 광고비가 오너 일가의 편법 증여, 재산불리기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업계에서는 세금을 내느니 광고비 지출을 통해 회사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게 오히려 득이라는 게 이 회사의 콘셉트라고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의 장녀 이선영씨가 메디커뮤니케이션 지분의 52%, 차녀 이자영씨가 48%를 보유하고 있다. 현행 일감몰아주기 규제법의 경우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군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비상장 중견기업이란 타이틀을 앞세워 규제를 빠져 나갔다.
 
의혹이 커지자 명인제약은 지난 4월 ‘명애드컴’이라는 광고대행사를 신설해 기존 광고 업무를 이전했지만 메디커뮤니케이션과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고 명인제약이 자체 출자한 회사로 사실상 이름만 바뀐 셈이다. ISO37001(국제표준 반부패경영시스템) 인증까지 받고 ‘투명경영으로 신뢰받는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한 이 회장의 말은 미세먼지낀 하늘처럼 허언이 됐다.
 
오너 일가가 허위·과장광고로 배를 불리는 동안 명인제약의 복리후생비는 2017년 약 22억5600만원에서 2018년 18억4200만원으로 약 20% 감소했다.
 
1985년 설립된 경기도 부천에서 시작한 명인제약은 2000년 의약분업 시행을 계기로 정신질환 치료제 등에 제네릭을 대거 출시하고, 공격적 영업으로 급성장했다. 1999년 당시 매출이 244억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매출 1705억원으로 업계 순위 42위에 올랐으며, 영업이익 544억원, 당기순이익 423억원을 달성했다. R&D 투자가 많지 않아 당기순이익이 높게 잡힌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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