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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아세트알데하이드 숙취물질의 위험성 강조 ‘술 한잔의 의학’ 출간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19-12-20 22:37:00
  • 수정 2019-12-26 14:4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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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보승 한양대 응급의학과 교수 저술 … 알데하이드분해효소 약하면 술 깨는 과정서 불면·심방세동·급성노화 초래

“한국인의 30%는 한 잔만 마셔도 ‘독’이 되는 게 있다. 술이다.” 한국·중국·일본은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비슷한 문화를 지닌 것 외에도 서양인보다 알코올분해효소의 분비량과 기능이 떨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강보승 한양대 구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술 한 잔도 독이 될 수 있다는 주제로 ‘학교도 병원도 알려주지 않는 술 한잔의 의학’을 펴냈다. 시종일관을 넘어 장황할 정도로 숙취의 유해성을 강조하고 술을 입에 대지도 말 것을 주문하는 책이다.

알코올은 알코올분해효소(alcohol dehydrogenase, ADH)에 의해 분해돼 독성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성분으로 변하는데 간이 이를 미처 해독하지 못하면 숙취, 두통, 구토, 구역감 등을 유발하게 된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A급 발암물질으로 이를 인체에 무해한 아세트산으로 바꾸는 과정을 거쳐 아세트산이 물과 이산화탄소로 빠져나가는 데 무려 24시간이 걸린다.

유전적으로 한국인의 30%는 아세트알데히드를 아세트산으로 바꾸는 아세트알데하이드분해효소(Aldehyde dehydrogenase, ALDH)의 처리기능이 서양인의 절반 이하다. 일부는 10분의 1에 불과하다. 한·중·일 등 동아시아로 확대하면 유전적으로 해당 효소 기능이 떨어지는 사람은 전체의 35~40% 가량이다. 하지만 의외로 이 사실은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술에 취한 것과 숙취는 다른다. 바르셀로나대 의해 젬마 정신과 교수가 2009년 ‘휴먼 정신약물학’이란 책에 기고한 글에서 ‘숙취 증상은 대부분 음주 시작 6~8시간 후 혈중 알코올 농도가 감소하면서 시작되고 이 농도가 0으로 떨어지는 시점에 최대가 된다. 증상이 오래 가는 사람들은 24시간까지 지속되기도 한다.’고 적었다.

술을 마시는 초저녁에는 몸 속 알코올 농도가 올라가서 기분이 좋지만 새벽과 아침에 모두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바뀌면 잠이 들지 않고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게 하는 주범이 바로 아세트알데하이드이다.

유전적으로 술이 약한 사람은 아세트알데히드를 빠르게 처리하지 못해 곧장 얼굴이 빨개지고 심장박동이 빨라지거나, 두통·피로감·가려움·두드러기·졸림·메슥거림·구토 등의 증상을 보인다. 술을 마신 뒤 느끼는 두통을 느끼는 것은 알코올을 분해하느라 체내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생기는 증상이다. 알코올이 혈액의 흐름을 빠르게 해 뇌혈관을 팽창시키고 뇌압을 상승시키면 두통을 유발한다.

이런 사람은 심방세동에도 취약하다. 심장은 동결절에서 전기신호가 일사불란하게 나와 심방과 심실로 퍼져 정상적인 박동리듬을 만드는데 여기저기서 불규칙한 전기신호가 튀어나와 이를 방해하는 게 부정맥이다. 심방이 부르르 미세하게 떨며 혈액이 제대로 전신에 확신되지 못하고 나중에는 숨까지 가빠지고 운동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저자는 응급의학과 의사 동료 중에 음주로 인해 두 번이나 심방세동으로 ‘전기지짐’(제세동기 처치)를 당한 사례를 소개하며 독극물인 아세트알데하이드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불규칙한 심장박동은 음주 후 12~36시간 후에 발생한다. 금요일이나 주말·휴일에 술을 흥청망청 마셨다가 유발되는 심방세동을 ‘홀리데이 하트’(Holyday heart·휴일 심장)이라고 부른다. 특히 술에서 차츰 깨어 아세트알데하이드 혈중 농도가 0에 근접했을 때 홀리데이 하트가 생길 확률이 높아 술에서 깨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숙취는 가역적인 ‘급성 노화현상’이라는 시각도 재미 있다. 숙취로 기억이 나지 않고, 기운이 없고, 머리가 띵하고, 손이 떨린다. 혈압이 오르고, 심방세동이 뒤따른다. 숙취와 노화의 공통점이다. 심방세동은 유병률이 45세에 1%도 안 됐다가 나이가 들면 85세에 15%까지 상승한다. 노화성 부정맥은 잦은 숙취로 인해 더 일찍 찾아올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강보승 한양대 구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저자는 2015년 겨울, 전국 의대 몇몇 신경과 교수들이 ‘소량의 술이 한국인의 뇌경색을 예방한다’는 논문을 ‘뉴롤로지’(신경학)에 게재한 것을 반박하며 ‘상당수 한국인은 소량의 술도 위험하다’는 인터뷰를 여러 미디어와 가졌다. 2017년 대한의사협회 ‘대국민건강선언문’의 알코올 파트를 집필하면서 이를 다시 강조했다. 하지만 일반인은 물론 의료계에도 이 사실이 덜 알려져 있어서 안타까운 마음에 이 책을 집필하게 됐다고 밝혔다.

“2017년 서울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토복’ 사건 기억하시나요? 토할 때까지 마시고 ‘토’을 잘 처리하기 위해 신입생들이 옷을 맞춰 입으려 한 사건인데요. 물론 원치 않는 술을 집단으로 강제로 먹이는 반인권적인 문화가 큰 문제지만, 한국인의 무려 30%는 효소가 무척 약해서 한두 잔만으로도 A급 발암물질이 몸 속에서 치솟는다는 사실에 무지한 부분이 더 큽니다.”

강보승 교수는 한양대 의대를 졸업하고, 모교인 한양대 구리병원에서 19년째 응급의학과 전문의로 재직하고 있다. ALDH연구회, 응급심장연구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응급중환자영상학회 이사장으로 활발한 학회 활동을 펼치고 있다.

북앤에듀 간, 424쪽,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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