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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챔픽스’ 특허 소송 승리 … 국내사, 염변경 전략 무력화 예고
  • 손세준 기자
  • 등록 2019-12-20 17:54:53
  • 수정 2020-09-15 12: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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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허는 내년 7월 만료 … 판결 10개월 지연에 특허기간 회피 목적 달성, 업체별 평균 수억원 손배 예상
한국화이자제약의 금연치료제 ‘챔픽스정’
한국화이자제약이 금연치료제 ‘챔픽스정’(성분명 바레니클린, Varenicline) 염변경 관련 특허분쟁에서 이겼다. 20일 특허법원 제3부는 화이자가 한미약품 등 20개 국내 제약사를 상대로 제기한 ‘아릴 융합된 아자폴리사이클릭 화합물(ARYL FUSED AZAPOLYCYCLIC COMPOUNDS)’ 특허무효 심결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고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게 했다. 이에 이 특허는 2020년 7월 19일까지 효력을 유지한다.
 
이번 판결로 제약업계가 구사해 온 염변경을 통한 특허회피 전략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국내 제약사는 그동안 ‘염변경 특허회피’로 복제약(제네릭) 출시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노력해왔다. 염변경 제네릭을 개발을 병행하면서 ‘소극적 권리범위 확인’ 심판을 제기해 연장된 물질특허 존속기간을 회피한다는 계획이었다.
 
소송에 참여한 제약사는 고려제약·경보제약·광동제약·경동제약·대웅제약·대한뉴팜·삼진제약·씨티씨바이오·유니메드제약·유유제약·이니스트바이오·종근당·JW신약·제일약품·일동제약·한국맥널티·한국유나이티드제약·한국콜마·한국프라임제약·한미약품·한화제약 등 20개사다.
 
이들 제약사는 2016년 9월 화이자를 상대로 ‘챔픽스 물질특허 소극적 권리범위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1심 격인 특허심판원은 2018년 4월 “염변경 약물이 오리지널 의약품의 연장된 물질특허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며 국내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를 근거로 국내사들은 지난해 11월 14일부터 염변경 제품을 앞다퉈 발매했다.
 
챔픽스는 국가금연치료지원사업 의약품에 포함돼 부프로피온(bupropion) 성분인 한미약품 ‘니코피온서방정’,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웰부트린서방정’ 등과 함께 의사의 처방을 받아왔다. 그러나 부프로피온은 원래 우울증 치료제에서 출발해 금연효과도 부수적으로 발휘하는 약이어서 대다수 의사는 챔픽스를 중심으로 처방해왔다.
 
바레니클린은 뇌에 있는 니코틴 수용체에 직접 작용하는 동시에 도파민 재흡수를 억제한다. 담배를 피우고 싶은 생각이 들면 니코틴이 니코틴수용체에 달라붙어 도파민을 분비하고 이 때 도파민이 뇌에 행복감, 만족감 등을 가져다 줘 중독성을 유발한다. 바레니클린은 도파민의 재흡수(소실)를 억제해 금연으로 인한 니코틴 금단증상(우울증 등)을 줄여준다. 하지만 자살, 우울증 유발 등 부작용 위험으로 시장 안착에 애를 먹었다.
 
챔픽스가 바레니클린타르타르산염인데 비해 염변경한 제품은 대부분 성분명이 바레니클린살리실산염, 바레니클린베실산염일수화물, 바레니클린옥살산염수화물 등이다.
 
화이자는 담뱃값 인상과 정부 금연정책의 최대 수혜자로 2017년 챔픽스의 국내 매출액만 65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주짜리 금연치료 프로그램을 모두 이수하는 참가자의 약값 본인부담금을 전액 지원하는 정책 덕을 봤다. 2014년 100억원 수준이었던 금연치료제 시장은 보건복지부의 금연치료 프로그램 시행으로 2017년 1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했는데 이익의 대부분은 챔픽스가 가져가 업계의 선망과 질시를 동시에 받았다.
 
하지만 금연지원사업 참여자 수가 2017년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고 정부가 금연치료 관련 예산을 삭감하고 약가 상한선을 기존 1800원에서 1100원으로 낮추면서 매출도 하강 추세로 접어들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금연지원사업 참여자수는 2015년 22만8792명, 2016년 35만8715명, 2017년 40만978명으로 증가하다가 2018년 29만6000명으로 줄었다.
 
이에 챔픽스정 매출은 지난해 약 412억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1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43억원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올해 1월 아스텔라스의 절박성요실금·과민성방광 치료제 성분인 ‘솔리페나신’의 염변경 약에 대해 연장된 물질특허 존속기간을 회피할 수 없다고 판결하면서 전체 염변경 약 관련 특허분쟁에서 부정적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이번 재판도 당초 2월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5월, 8월, 10월, 12월로 미뤄지면서 약 10개월이나 지연되는 등 양측의 치열한 논쟁과 재판부의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가 특허회피 수단으로 삼던 염변경 제품 출시 전략은 사실상 무력화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제약사는 대법원 상고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챔픽스의 물질특허 만료가 2020년 7월 19일까지로 8개월 남짓 남았고 특허분쟁의 본 목적이었던 연장된 특허존속기간의 회피가 재판이 장기화되면서 사실상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챔픽스 매출이 감소해 공을 들일 동력도 떨어졌다.
 
반면 3년 이상을 끌어 온 재판에서 승리한 화이자는 판매중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2017년 이 회사의 ‘올드드럭’인 통증치료제 ‘리리카캡슐’(성분명 프레가발린, Pregabalin)의 용도특허 침해와 관련해서도 CJ헬스케어 등 13개 제약사에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해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당시 특허침해에 대한 손해배상 외에 제네릭 허가취소 소송까지 진행했지만 허가취소 건은 기각됐다.
 
법원은 오리지널약인 리리카캡슐의 시장독점권이 무너져 손해를 입었다며 13개 제약사에게 약 22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리리카캡슐은 2016년 566억원, 2017년 598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당시 제네릭 품목 중 연간 매출이 20억~25억원 내외로 가장 많았던 CJ헬스케어가 부과받은 배상액은 5억6000만원이었다. 특허침해 손해배상은 매출 손실 기여도, 현재 특허가치, 잔여 특허기간 등 고려할 부분이 많고 산출과정이 복잡하다.
 
지난해 11월부터 챔픽스의 제네릭을 출시한 국내 제약사는 지난해 8억원, 올해 예상 매출액 70억원 등 총 7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화이자가 리리카캡슐 특허만료 1개월 전까지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한 전례로 볼 때 챔픽스 특허가 만료되는 내년 7월까지 손배소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히 계산하면 개별기업은 연 매출의 20~25%를 물어내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사건은 제네릭 판매기간이 14개월에 불과하고, 특허 만료기간도 얼마 남지 않아 훨씬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화이자제약 관계자는 “향후 대응 방안은 내부적으로 정리되지 않았다”며 “소송 관련 사안은 민감한 부분이라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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