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어드사이언스는 지난 16일(미국 현지시간) 비알코올성지방간염(nonalcoholic steatohepatitis, NASH) 치료제로 개발 중인 셀론서팁, 실로펙서, 피르소코스타트 등 3가지 신약후보물질로 5가지 단독 및 병용요법을 진행한 2상 임상 ATLAS 연구에서 간 섬유화 개선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길리어드는 2차 평가지표에서 일부 병용요법이 유의성을 보였다며 규제당국과 다음 단계를 논의하겠다고 밝혀 치료제에 대한 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전망이다.
ATLAS 연구는 NASH 유발 가교섬유증 및 대상성 간경변증 환자 392명을 대상으로 FXR 작용제 (farnesoid X receptor agonist) ‘실로펙서’(cilofexor), ACC억제제(acetyl-CoA carboxylase inhibitor) ‘피르소코스타트’(firsocostat)의 단독요법(2가지)과 병용요법(1가지), 이와 함께 이들 두 성분에 각각 ASK1 억제제 (Apoptosis signal-regulating kinase 1 inhibitor) ‘셀론서팁’(selonsertib)을 추가하는 병용요법(2가지)을 진행했다. 위약 대비 효능 및 안전성을 평가한 2상 임상연구다. 올해 초 길리어드가 셀론서팁의 3상 임상 STELLAR 연구에 실패함으로써 셀론서팁 단독요법은 중단됐다.
ATLAS 연구의 1차 평가지표는 NASH를 악화시키지 않는 1단계 이상의 섬유증 개선을 지표로 삼았다. 간 생검(조직검사)을 사용해 5가지 약물조합의 치료효과를 측정한 결과 NASH가 악화되지 않고 진행성 섬유증을 감소시키는 데 기여한 치료제는 없었다.
피르소코스타트와 실로펙서 단일요법의 경우 48주 후 각각 약 12%의 환자에서 개선을 보였다. 셀론서팁-피르소코스타트 병용요법은 환자의 16%가량에서 섬유화가 감소됐다. 셀론서팁-실로펙서는 19%, 피르소코스타트-실로펙서 21%로 나타나 이들 병용요법도 치료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길리어드는 전체 환자군에서 유의미한 개선 입증에는 실패했지만 상대적으로 섬유화 정도가 심한 대상성 간경변증(compensated cirrhosis) 환자군의 56%는 피르소코스타트-실로펙서 치료 48주차에 섬유증 개선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병용요법 중 가장 효능을 보인 피르소코스타트-실로펙서는 2차 평가지표인 다양한 NASH 치료 효과 측정지표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 지방간(steatosis), 간세포팽창(hepatocellular ballooning), 소엽염증(lobular inflammation) 지표에서 1점 이상, 비알코올성지방간 활동점수( NAFLD Activity Score, NAS)에선 2점 이상 감소해 위약보다 개선된 효과를 보였다. 또 ALT, AST, 빌리루빈, 간 섬유화 정도를 진단하는 ELF(Enhanced Liver Fibrosis) 등의 점수와 비침습성 섬유증, 간 손상 및 기능 검사에서도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
피르소코스타트-실로펙서 병용군에서 나타난 주요 이상반응은 경증 내지 중등도 소양증이 28.2%로 가장 많았다. 두통, 설사, 구역 등이 있었으나 이로 인해 치료를 중단한 환자는 없었다.
길리어드는 피르소코스타트-실로펙서 병용군의 일부 긍정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단계의 개발 전략을 수립할 전망이다. 이번 ATLAS 연구의 구체적인 결과는 다가올 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메르다드 파시(Merdad Parsey) 길리어드 최고의료책임자(CMO)는 “NASH는 다중 기전에 의해 발생하는 복잡한 질환으로 이번 ATLAS 연구 결과는 진행성 섬유증 환자에게 서로 다른 기전을 표적함으로써 약물 병용요법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길리어드는 ATLAS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규제당국과 협력하여 이러한 치료에 적합한 다음 단계를 결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월가의 투자 분석가들은 이번 데이터가 길리어드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마이클 이(Michael Yee) 제프리스(Jefferies) 분석가는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이번 연구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얻지 못한 실패 원인을 ‘각 임상의 소규모 코호트’라고 꼬집었다.
피르소코스타트와 실로펙서 단일요법은 각각 약 30명, 피르소코스타트-실로펙서 병용요법은 환자 약 7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5가지로 나눠 임상시험을 진행하다보니 각 시험별 임상 참여 환자 수가 적어졌고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는 데 결점이 됐다는 시각이다.
그는 “각 코호트의 환자 수는 적었지만 피르소코스타트-실로펙서 병용요법은 장래성이 있어 보인다”며 “이는 길리어드가 규제당국과의 F3(초기 간경변), F4(간경변) 단계에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더 큰 규모의 임상 2b상 착수 및 향후 방향성 설정에 논거를 마련해줬다”고 말했다.
길리어드는 노보노디스크와 협력해 GLP-1유사체 ‘세마글루타이드’와 실로펙서 또는 피르소코스타트의 병용으로 NASH 치료 제 가능성을 연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