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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마약성진통제로 매년 2만명 사망 … 국산 비마약성 진통제 나오나
  • 손세준 기자
  • 등록 2019-12-16 12:23:32
  • 수정 2020-09-15 10: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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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발 성공 시 최소 1조원 블록버스터 신약 등극 … 비보존 ‘VVZ-149’ 20일경 3상 결과 발표
마약성 진통제의 중독성 등을 속인 혐의로 소송을 당해 파산보호 신청을 한 퍼듀파마(Purdue Pharma)의 ‘옥시콘틴정’
최근 미국에서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Opioid) 오남용으로 사망자가 증가하는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비마약성 진통제 개발 가능성에 글로벌 제약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비마약성 진통제는 임상시험에서 효능을 입증하기 어려워 유수의 제약사가 제품 개발에 도전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시장조사기관 퓨쳐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진통제 시장은 올해 70억달러(7조7000억원)에서 2024년 92억달러(10조1200억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증은 보통 수술후·암성·신경병증성·기타 통증 등으로 구분되는데 이 중 암성·수술후 통증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증상에 효과적인 진통제는 오피오이드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의사가 적법하게 적정량을 처방하는 오피오이드(옥시콘틴, 비코딘(하이드로코돈+아세트아미노펜, 국내선 비씨월드제약의 하이코돈정 ) 성분) △합성한 오피오이드(펜타닐 등) △불법 헤로인 등으로 분류한다.
 
이들 약은 모두 마약성 진통제로 중독성이 강해 오남용 사례가 빈번해지며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안전위원회(NSC)에 따르면 2017년을 기준으로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 오남용으로 사망한 비율은 96명당 1명으로 교통사고는 103명당 1명보다 높았다.
 
1950년대 벨기에에서 처음 합성·개발된 뒤 1970년대 미국에서 불법 제조로 만연해진 펜타닐은 모르핀의 80배, 헤로인의 100배 가까운 효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주로 패치제로 암환자의 만성 통증 관리에 사용된다. 패치제 외에 설하정·구강정·주사제로 처방된다. 호흡억제 작용이 상대적으로 약해 마취보조제로 쓰인다. 12가지가 넘는 유사 펜타닐이 밀매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약은 강한 환각 효과를 나타내고 처방을 받으면 구입할 수 있다. 미국·캐나다 등에선 20~30대 오남용이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 보건당국은 펜타닐 등 마약성 진통제 남용으로 미국에서만 매년 2만명 이상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했고 지난해에만 3만2000여명이 약 중독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옥시콘틴정’을 생산해온 미국 제약사인 퍼듀파마(Purdue Pharma)는 마약성 진통제의 중독성 등을 속인 혐의로 수천건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당해 지난 9월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소송금액은 120억달러(13조2000억원)에 이른다. 옥시콘틴정은 미국 전역에서 누적 40만명의 사망자를 낳은 오피오이드 사태의 원흉으로 꼽히고 있다. 퍼듀파마는 이 약의 치명적인 중독성을 감춰 복용이 만연하도록 유도했다는 혐의다.
 
퍼듀파마 소유주인 새클러 가문(Mortimer Sackler, Raymond Sackler가 창업)은 사태 수습을 위해 소유권을 포기하겠다고 공언한 데 이어, 이 회사는 15일(현지시각) d유럽지역 계열사인 먼디파마를 통해 유럽·호주 등에서 오피오이드 해독제 신약인 ‘닉소이드(Nyxoid, 성분명 naloxone)’ 판매에 나서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해독제로 다시 돈을 번다는 여론의 부정적 반응에 진땀을 빼고 있다. 참고로 항간에 약대로 유명한 미국 인디애나주의 퍼듀대와 퍼듀파마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오피오이드 관련 화학합성의약품 복제약(제네릭) 등을 신규 관리 제품으로 포함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했으며 2017년부턴 처방을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마약성 진통제 문제가 심화되면서 정부가 직접 비마약성 진통제 개발사와 공동연구를 진행하거나 지원을 늘리는 등 대체약물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투자업계는 비마약성 진통제 개발이 성공하면 약 10억달러(1조1000억원)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민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바이오기업인 비보존(Vivozon)이 개발한 ‘오피란제린(Opiranserin, VVZ-149)’이 오피오이드를 대체할 신약으로 승인되면 미국 내 마약성진통제 사용 수술의 10%에만 사용해도 연 매출 1조원 달성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오피란제린은 5HT2a 및 GlyT2(Glycine type Ⅱ transporter) 수용체를 이중 차단해 통증을 효율적으로 억제한다. 5HT2a 수용체는 모든 침해성 말초신경에 분포해 통증 신호를 전달하고 중추신경인 척수후각(脊髓後角·감각신경이 뻗어나오는 척수 중 등쪽 부위)에서 통증 민감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GlyT2는 말초신경에서 중추신경으로 통증 전달을 촉진한다. 중추·말초 신경에서 이들 두 물질을 동시에 차단해 효과를 나타낸다.
 
비보존은 2014년 국내에서 2건의 임상 1상을 마친 뒤 국내에선 복강경 및 로봇복강경 위절제 수술, 미국에선 복강경의 결장·대장 수술 등을 대상으로 2건씩 총 4건의 임상 2상을 마쳤다. 또 미국에서 요부신경근성병증(Lumbar Radiculopathy)을 대상으로 1b상도 종료했다.
 
지난 7월 국내에서 복강경 대장 절제술 환자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2b상 1건에서 모집 환자군의 성별·나이 등 분포가 불균등해 통계상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했으나 나머지 3건의 임상 2상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없고 일관된 효과가 확인돼 큰 무리없이 임상을 완료했다. 지난 5월부터 3개월 동안 미국에서 복부성형술 환자 307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실시했다. 오는 20일경 임상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보존은 임상 2·3상에서 오피란제린의 효과를 오피오이드와 직접 비교하기 위해 약물투여 시점을 점진적으로 앞당겼다. 임상 2a상은 수술 완료 후, 임상 2b상은 수술 완료 1시간 전, 임상 3상은 수술 전에 오피란제린을 투여했다.
 
지난달 26일 엄지건막류 절제술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한 미국 2b상 임상에선 1차 유효성 평가 지표인 ‘12시간 통증면적합’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통증면적합은 약물 투여 후 12시간까지 시간대별로 환자가 느끼는 통증 강도를 그래프로 그렸을 때의 면적을 말한다. 통증이 높을수록 통증면적합은 커진다.
 
회사 측은 “‘진통감지 환자 백분율’은 오피란제린 투약군이 70%로 위약군 20% 대비 두드러진 차이를 보였다”며 “통증이 심한 환자일수록 오피란제린의 효과가 좋게 나타나는 만큼 통증 강도가 높은 복강경 직결장 절제술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3a상에선 개선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통감지 환자 백분율은 통증이 줄어든다고 처음 느낄 때 스톱워치를 누르고, 30분 이내에 통증이 충분히 의미 있게 줄어들었을 때 다른 하나의 스톱워치를 누른 환자 비율로 미국 FDA가 진통 효과 측정을 위해 제안한 방법이다.
 
지난달 29일 비보존은 “1차 지표 유의성을 도출하기 위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라며 “이번 임상이 약물 효능을 대표하는 유효성 지표로 인허가를 위한 증거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마약성 진통제 개발을 위해 연구되는 기전은 소디움(Na)채널, NGF-Trk 신호전달체계, 캡사이신-TRP 수용체 등이다. 수술 후 통증이나 골관절염 등에 대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임상적 유효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근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가장 앞선 기술로 평가받는 NGF-Trk 저해 기전 항체 의약품은 안전성 문제로 블록버스터 약물로 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캡사이신 길항제는 통증 및 오피오이드 사용량 감소에서 좋은 효능이 나타났으나 약물 용해도에 문제가 있어 국소주사 제형으로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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