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5년 이후 매년 60만명 이상이 변비로 진료를 받고 있으며 병원에 방문하지 않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환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변비는 연령별로 70대 이상 고령층 환자가 27.6% 가장 많고 여성이 남성 대비 1.4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2015년 기준).
변비(便秘, constipation)는 배변습관을 바꾸고 운동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사를 병행해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다. 약물요법에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변비약은 일시적인 변비 증상을 개선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조경환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변비에 좋지 않은 기름진 음식을 먹더라도 식이섬유를 함께 섭취하면 변비에 걸릴 확률이 적다”며 “다만 식이섬유 섭취도 갑자기 늘리면 복부 팽만과 가스, 복통, 설사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점진적으로 양을 늘려나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생활습관 개선으로 만성변비가 호전되지 않으면 약물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 △위나 소장에서 소화되지 않는 식이섬유 성분으로 대장 내 수분을 흡수해 변의 부피를 늘리는 팽창성완하제(bulk forming laxatives) △물과 지방을 섞는 계면활성 기능으로 변을 무르게 하는 연화성완하제(stool softner) △삼투현상을 이용해 대장 주위 수분을 변으로 빨아들이는 삼투성완하제(osmetic laxatives) △대장점막의 신경총(신경섬유 집합)과 결합해 대장을 수축하는 자극성완하제(stimulant laxatives) 등 크게 4가지로 나뉜다.
하제는 약한 것부터 강한 순으로 써야 한다. 하제를 장기간 사용하면 장운동이 무력해질 수 있어 1주일 이상 사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가장 무난하게 쓸 수 있는 게 팽창성 하제다. 식이섬유가 수분을 흡수해 변의 부피를 팽창시키고 변을 부드럽게 하는 약이다. 변이 딱딱하고 양이 적은 경우에 투여하면 대변의 양을 늘려 변의를 느끼게 한다. 섬유소 성분인 차전자피(psyllium husk, 질경이 씨앗의 껍질), 폴리카르보필(poly carbophil) 등이 있다. 평소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는 환자에게 유용하다.
차전자피는 씨앗의 열매껍질을 얇게 벗겨 정제한 것으로 식품에 가깝다. 이들 식물성 섬유소는 자기 부피의 30배에 달하는 수분을 머금어 변의 부피를 늘리고 배변을 유도한다. 팽창성 하제를 복용할 때는 물을 하루 2~3ℓ 마시는 게 중요하다. 물을 섭취하는 양이 오히려 적으면 변비가 생길 수 있다.
일양약품 ‘무타실산’(성분명 차전자피), 명문제약 ‘실콘정’(성분명 폴리카르보필)이 있다. 무타실산은 식물성 팽창성 완하제로 심장병이나 당뇨병을 지병으로 갖고 있는 환자에게 쓸 수 있을 정도로 가장 안전하다. 약효가 신속하지 않다는 단점은 있으나 꾸준하게 다량의 물과 복용하면 변비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만성변비, 과민성대장증후군, 대장게실, 경련성 대장 등의 주 치료제 또는 보조치료제로 좋으며 치질, 임신, 병후회복기, 고령으로 인한 변비에도 유익하다.
삼투성 하제는 삼투현상을 이용해 대장 주위 수분을 변으로 빨아들인다. 수분함량을 높여 변을 묽게 만들어 배변 활동이 쉽도록 만든다. 팽창성 하제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의 경우 삼투성 하제 복용이 추천된다. 단 대장이 협착 또는 폐쇄된 환자의 경우 대장 폐쇄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무기염류인 마그네슘염 및 인산염, 비흡수성 다당류인 락툴로오스(lactulose) 및 락티톨(lactitol), 고분자물질인 폴리에틸렌글리콜(polyethylene glycol) 등이 삼투성 하제에 해당된다. 폴리에틸렌글리콜은 다른 삼투성 하제에 비해 전해질 이상, 수액 과다, 탈수 등의 위험성이 적은 편이다.
중외제약 ‘듀파락시럽’(성분명 락툴로오스)이 있다. 듀파락시럽은 상부 위장관에서는 분해·소화·흡수되지 않고 장에 도달해 비로소 분해된다. 이에 따라 락툴로스가 분해돼 유기산이 생성되면 대장내 pH가 낮아지고 삼투압이 올라가 장에 수분이 증가하고 연동운동이 촉진되면서 배변이 용이해진다. 락툴로오스 성분은 장에서 유산균의 먹이가 돼 장기능을 증진하는 효과까지 겸하고 있다. 대장 안을 산성화시키므로 배설되지 않은 암모니아가스(NH₃)를 암모늄(NH₄+)이온으로 전환시켜 체외로 배출한다. 따라서 만성간염으로 인해 장에서 생긴 암모니아성 유해물질이 해독되지 못하고 간문맥을 타고 뇌로 올라가 일어나는 간성혼수(肝性昏睡)의 예방 및 개선에 효과적이다. 대다수 환자는 이 약의 아주 단맛 때문에 기피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물이나 주스에 타서 희석시켜 먹는 게 권장된다.
마그밀은 복용 후 30분~3시간 안에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다. 1일 500㎎ 총 2~4정을 1~2회로 나눠 복용하며, 대장뿐 아니라 주위 세포와 혈관에서도 수분을 빨아들여 대변을 무르게 하므로 복용할 때 물을 한 컵 이상 많이 마셔야 배변효과가 좋다. 마그밀은 신장질환자, 항생제를 투여하는 환자 등은 복용 전에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 중증 신기능장애 환자에서 고마그네슘혈증이 나타날 수 있으며, 테트라사이클린(Tetracycline)계 항생물질의 흡수를 저해하므로 병용투여하지 않는다. 알칼리 성분으로 위산과다·위염 등 치료에도 쓰인다. 다량의 우유나 칼슘 제제와 병용하면 알칼리증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이밖에 삼투성 하제로는 글리세린(glycerin) 소르비톨(sorbitol) 등이 있다. 이들 용액을 직장으로 투입글리세린은 흔히 사용하는 관장약 중 하나다. 이미 딱딱해져 있는 변을 부드럽게 하며 직장(항문)으로 투여하기 때문에 가장 빠른 효과를 내지만 경구투여보다 사용이 불편하다. 의존성이 심하기 때문에 필요할 때에만 사용토록 한다. 25~30% 용액을 직장으로 투입한다.
자극성하제는 장관벽의 신경총을 자극해 대장 수축을 촉진하고 대장과 소장의 수분 흡수를 감소시켜 변을 배출시킨다. 약국에서 파는 대부분의 변비약이 이에 해당한다. 대표적으로 비사코딜(bisacodyl)·피코설페이트(picosulfate)·센노사이드(sennoside) 이 있다.
변비치료제로 가장 많이 쓰이는 비사코딜(bisacodyl)은 강력한 자극성 완하제로 대장 점막 신경에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부교감 신경반사를 유발하는 신경말단을 자극해 대장의 연동운동을 촉진한다. 장관점막을 직접 자극해 배변을 일으킨다. 신경절이 차단된 환자나 척수손상이 있는 편마비, 소아마비 환자의 변비에도 효과가 있다. 정제와 좌약이 있으며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정제는 6~12시간, 좌약은 15분~1시간이 걸린다.
단일제로 신일제약 ‘신일비사코딜정’. 사노피아벤티스 ‘둘코락스좌약’ 등이 있다. 복합제는 사노피아벤티스의 ‘둘코락스에스장용정’, 코오롱제약 ‘비코그린에스정’, 명인제약 ‘메이킨큐장용정’ 등이 있다.
둘코락스에스장용정은 장점막을 자극해 배변을 촉진하는 비사코딜(bisacodyl)과 지방과 변을 잘 섞이게 해 변을 부드럽게 하는 계면활성제(연화제, stool softner) 성분인 도큐세이트나트륨(docusate sodium)가 혼합된 제품이다. 비사코딜은 위점막자극이나 소화불량을 유발하기 때문에 위에서 녹지 않고 장에 도달해서 작용할 수 있도록 장용정(腸溶錠)으로 나온다. 장용정을 우유나 제산제와 같이 먹으면 위산이 중화돼 비사코딜을 코팅한 부분이 벗겨지면서 약효가 떨어지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비코그린에스정은 비사코딜·도큐세이트나트륨·센노사이드칼슘(sennoside calcium) 복합 제품이다. 부광약품 ‘아락실큐정’은 비사코딜·판토텐산칼슘·도큐세이트나트륨·작약추출분말·피리독신염산염·우르소데옥시콜린산(Ursodeoxycholic acid·UDCA) 등을 함유한다. 센노사이드는 자극성 완화제다. UDCA는 담즙산 성분의 하나로 지방의 소화와 배변 활동을 돕는다. 작약은 근육의 경련과 통증을 완화하고 배변 후 불쾌한 증상(후중·後重: 무른 변,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이 나오는 설사, 복부팽만, 과민성대장증후군)을 개선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 자극성 하제는 효과를 보려고 더 많은 양의 변비약을 복용하게 되면 복통이 나타나고 장관벽의 신경세포가 파괴·변질되며 장점막이 펴지면서 장운동이 무기력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기존 변비치료제는 대부분 일회적 증상 개선에 그쳐 만성변비의 근본적인 치료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2015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만성변비에 접근한 치료제가 등장했다. 장의 운동기능을 개선해 근본적으로 만성변비를 치료하는 프루칼로프라이드(prucalopride)다.
오리지널약은 얀센 한국얀센의 ‘레졸로정’이며 작년 10월 28일 재심사 기간(PMS) 만료로 올해 1분기부터 제네릭 제품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올해 국내 1분기 프루칼로프라이드 시장 유통판매액은 10억원을 넘기며 전년 동기보다 25% 증가하며 성장세를 보였다.
위장운동촉진제인 프루칼로프라이드는 기존 하제 투여로 증상완화에 실패한 성인에서 만성변비 증상의 치료에 사용된다. 장운동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세로토닌 4형 수용체(5-HT4 receptor)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장의 수축·이완 운동을 촉진시키는 기전이다. 장운동을 증가시켜 위내용배출시간(gastric emptying time)과 소장·대장 통과시간을 단축시킨다. 여러 임상시험에서 자발적 장운동 빈도 증가, 잔변감 없는 배변 등의 효과가 입증됐다. 하지만 투여 후 4주 이내에 효과가 없다면 재평가를 통해 투약 지속 여부를 재고해야 한다.
변비의 진단 (6가지 항목 중 2가지 이상 해당)
1. 배변 시 과도한 힘주기가 4회 중 최소 1회 이상
2. 딱딱한 변이 4회 중 최소 1회 이상
3. 불완전한 배변감이 4회 중 최소 1회 이상
4. 항문폐쇄감이 4회 중 최소 1회 이상
5. 손가락을 이용하거나 아랫배를 누르는 등 배변을 돕기 위한 부가 처치가 필요
6. 1주일에 3회 미만의 배변
변비의 분류
1. 배변장애(defectory disorder)
2. 정상통과변비(normal tansit constipation)
장의 움직임이나 변의 장 통과속도는 정상이지만 단단한 변으로 배변에 고통을 겪는 경우
3. 지연통과변비(slow tansit constipation)
장의 움직임이나 변의 장 통과속도가 저하됨. 만성화되기 쉬움. 복용하는 약과 과민성장증후군 등이 원인
변비를 유발하는 다른 질병
대장협착, 암, 항문균열, 직장암, 고칼슘혈증, 당뇨병, 파킨슨병, 척수병변 등 중추신경장애, 약물복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