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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바펜티노이드 신경통증 치료제, 가바펜틴 vs 프레가발린
  • 김신혜 감수 김홍진 중앙대 약대 교수 기자
  • 등록 2019-12-11 16:04:13
  • 수정 2020-09-10 17: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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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파2-델타에 작용해 통증물질 분비 감소 … 프레가발린이 생체이용률 높고 흡수속도 더 빨라
신경병성통증 치료제 한국화이자의 ‘뉴론틴캡슐’과 ‘리리카캡슐’
가바펜틴(gabapentin)과 프레가발린(pregabalin)은 뇌전증(간질) 및 신경병증성통증에 사용되는 약물로 뇌의 과도한 흥분작용을 억제하고 신경성 통증을 완화시킨다. 화이자가 개발한 ‘뉴론틴캡슐·정’(성분명 가바펜틴)과 ‘리리카캡슐·정’(성분명 프레가발린)이 오리지널 제품이며 현재는 많은 제약사에서 제네릭을 판매하고 있다.
 
가바펜틴은 1977년에 최초로 합성됐으며 1994년부터 미국에서 뇌전증치료를 위한 항경련제로 쓰였다. 2002년 대상포진후신경통 치료제로 승인받았고 현재 당뇨병신경병증, 암성신경병증통증 및 다른 말초신경병증 등의 치료제로 사용된다. 이밖에도 하지불안증후군, 불면증, 우울증에도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국내에는 1998년 도입됐다.
 
가바펜틴의 후속 제품으로 개발된 프레가발린은 2004년 미국에서 의료용으로 승인됐고 국내에 2006년 출시됐다. 가바펜틴과 마찬가지로 대상포진후신경통, 당뇨병신경병증 등에서 효과를 인정받았다. 프레가발린은 성인 뇌전증 환자의 부분발작 치료에 보조제로 사용되며 말초 및 중추 신경병증성 통증, 섬유근육통의 치료 등에 사용된다. 성인의 범불안장애(GAD)에도 사용될 수 있다.
 
이 둘은 가바펜티노이드(gabapentinoid) 계열에 속하며 유사하게 작용하는 동시에 차이점이 있다. 가바펜티노이드는 감마아미노뷰티르산 (gamma-aminobutyric acid, GABA) 유사체로 전위의존성 칼슘채널(Voltage-gated calcium channels, VGCCs)을 선택적으로 차단한다. 둘 다 GABA 유사 구조를 가지고 있으나 GABA 관련 작용을 하지 않으며 GABA의 재흡수나 대사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들 약은 알파2-델타 리간드(α2-δ ligand) 칼슘통로에 작용해 글루타메이트(glutamate), 노르에피네피린(norepinephrine), P-물질(substance P) 등 통증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감소시켜 통증을 완화한다.
 
원래 알파2-델타 소단위는 아프지 않은 안정화된 상태에서 낮은 활성도를 보인다. 만성통증과 같은 병적인 상태가 진행되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전위의존성 칼슘채널의 활동을 증가시키게 된다.
 
활동 전위(電位)가 시냅스 전신경 말단에 도달하면 시냅스 막의 전위의존성 칼슘채널이 열리고 칼슘이온이 세포 내로 유입된다. 이때 시냅스 간극으로 신경전달물질 분비가 촉진돼 글루타메이트와 같은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이 이온채널에 결합하게 된다. 가바펜틴과 프레가발린은 전위의존성 칼슘채널 세포 외측에 존재하는 알파2-델타 소단위에 결합해 신경 말단으로 칼슘이 유입되는 것을 억제한다. 특히 프레가발린은 가바펜틴에 비해 알파2-델타 소단위에 대한 결합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바펜틴과 프레가발린은 경구투여하며 장에서 흡수된다. 생체이용률은 프레가발린에서 90% 이상으로 가바펜틴보다 40~60% 높다. 일반적으로 가바펜틴 1800mg까지는 용량에 비례해 효과가 증가하고 그 이상에서는 생체이용률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레가발린은 용량에 비례해 효과가 증가하며 흡수와 분포의 변화를 예견할 수 있어 임상에서 사용하기 더 용이하다.
 
이 둘은 아미노산인 류신(leucine)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L-아미노산 운반계(L-amino acid transporter system)를 통해 세포막을 통과하게 된다. 가바펜틴은 소장에서만 흡수되는데 반해 프레가발린의 경우 소장에서 상행결장에 걸쳐 흡수되기 때문에 가바펜틴에 비해 흡수속도가 빠르고 거의 완전히 흡수된다. 프레가발린이 복용 후 1시간 내로 최고 농도에 도달하는 반면 가바펜틴은 최고 농도 도달까지 3~4시간이 걸린다.
 
두 약물은 혈장단백질과는 거의 결합하지 않으며 뇌혈관장벽을 통과해 뇌조직에 80%, 혈장에 20% 정도 분포하게 된다. 간내 약물대사효소인 시토크롬 P450(cytochrome P450, 산화환원 기능을 하는 효소의 총칭)에 의해 대사되지 않고 신장에서 대사되므로 간질환 환자에서는 비교적 안전하나, 신장질환 환자의 경우 용량 조절(감소)이 필요하다. 간 대사를 받지 않아 약물상호작용은 적은 편에 속한다. 다만 가바펜틴은 알루미늄 마그네슘 복합제산제와 병용 시 생체이용률이 20% 감소될 수 있어 2시간 정도 간격을 두고 복용하는 게 좋다. 리리카는 제산제와 무관하다.
 
가바펜틴은 아편유사제나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와 함께 투여하면 약물 효과가 증가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프레가발린 역시 아편유사제, 중추신경계억제제와 약물 상호작용을 일으키므로 주의해야 한다.

두 약물의 가장 흔한 부작용으로 졸림과 어지러움이 있으므로 서서히 증량하는 게 바람직하다. 복용 중 운전 및 복잡한 기계의 조작 등을 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또 드물지만 약물의존성을 유발하므로 낮은 용량으로 시작해 증량한다. 이밖에 부작용으로 가바펜틴은 설사·두통·오심·말초부종·무력증 등을 동반한다. 프레가발린은 구갈·감염·약시·말초부종·체중증가 등을 초래할 수 있다.
 
가바펜틴은 하루 세 번 복용하게 되며 프레가발린은 하루 두 번이나 세 번 복용할 수 있다. 가바펜틴은 뇌전증과 신경병성 통증에 1일 300mg으로 시작해 3일에 걸쳐 단계적으로 용량을 증가시키고 유지용량을 1일 900mg로 한다. 하루 최대 용량은 3600mg이다. 프레가발린은 뇌전증, 신경병성 통증에 1일 150mg으로 시작해 7일 후 1일 300mg까지 증량할 수 있으며 필요 시 7일 간격으로 최대 1일 600mg까지 증량할 수 있다. 섬유근육통에는 1일 최대 450mg까지 증량한다.
 
전반적으로 가바펜티노이드 계열 약물은 자살행동과 우발적 과량복용 등의 위험을 높이는 부작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올해 4월 영국보건당국(Public Health England, PHE)은 가바펜틴과 프레가발린을 위험약물(illegal drug) 중 C등급으로 조정했다. A, B, C 3가지 등급 중 가장 낮긴 하지만 그만큼 오남용이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이들 약은 행복감, 평온함, 희열감, 이완 등을 느끼게 해 중독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도 두 치료제의 불법적 사용으로 사망자가 늘어남에 따라 이런 조치가 이뤄졌다. 만약 효과 증강을 위해 헤로인(A등급) 등과 함께 쓰면 호흡곤란 등으로 사망할 위험이 높아진다.
 
C등급에 분류됨에 따라 이 약은 전자처방전 발행이 되지 않고 수기로 처방전이 발행돼야 한다. 처방 없이도 이들 약을 소지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공급, 판매하는 것도 불법이다. 영국 약물남용자문위원회(The Advisory Council on the Misuse of Drugs ACMD) 2016 ACMD 보고서에 따르면 프리가발린 처방전은 지난 5년간 350%, 가바펜틴은 150% 증가했다. 특히 교도소와 북아일랜드에서 처방 증가가 두드러졌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중독 현상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 왔다. 다른 대체약물로의 교체도 권고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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