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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백신 시즌 막바지, 반값할인에 출장접종 기승 … 백신 셀프조달도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9-12-04 01:48:58
  • 수정 2020-09-10 15: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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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만5000원대 등장, 수익 포기하고 마케팅에 활용 … 버스로 의료취약지 돌며 예방접종, 의료법 위반
독감 백신 예방접종 시즌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의료기관들은 인터넷카페, 문자, SNS 등을 활용한 백신 할인 접종 이벤트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독감백신 예방접종 시즌이 막바지로 접어든 가운데 올해에도 백신 가격을 터무니없이 낮춰 환자를 끌어모으는 덤핑 경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의료기관끼리 백신을 사고 팔거나, 출장 접종을 나가는 등 불법 행위도 몇 년 째 지속되고 있지만 보건당국과 의사단체는 별다른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가격 덤핑으로 논란이 되는 것은 A형 인플루엔자바이러스인 H1N1과 H3N2, B형 인플루엔자바이러스인 B-야마가타와 B-빅토리아 등 4개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4가백신이다.
 
올해 유통되는 4가 백신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플루아릭스테트라’,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셀플루4가’, GC녹십자의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 사노피파스퇴의 ‘박씨그리프테트라주’, 보령바이오파마의 ‘플루VIII테트라’와 ‘플루V테트라’, 보령제약의 ‘비알플루텍I테트라’, 동아에스티의 ‘백시플루4가’, 한국백신의 ‘코박스플루4가PF주’와 ‘코박스인플루4가’, 일양약품의 ‘테라텍트’ 등이 있다.
 
3가 백신은 지난해 9월부터 생후 6개월~만 12세 어린이와 만 65세 이상 노인은 무료로 접종할 수 있지만 4가백신은 비급여라 환자가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 개원가에선 적게는 2만5000원, 많게는 4만5000원대로 가격이 형성돼 있다. 독감백신은 저수가와 환자 감소로 경영난에 허덕였던 소아청소년과와 가정의학과 개원의들에게 단비와 같다.
 
경기도 동탄에서 가정의학과 의원을 운영하는 A 원장은 “4가백신의 독감 예방효과가 3가백신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입소문이 돌면서 2~3년 전부터 수요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며 “특히 동탄이나 남양주처럼 20~30대 부부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은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예방주사를 맞히겠다는 젊은 엄마들의 심리가 강하게 작용해 4가 예방백신 수요가 유독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4가백신 수요가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급증하자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일부 병·의원에선 백신 재고가 동나 제약사 영업사원이나 의약품 도매업자에게 납품을 재촉하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접종 환자를 한 명이라도 더 늘리기 위한 의료기관들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원래 독감백신 수요가 높았던 소아청소년과와 가정의학과 의원 외에 내과·이비인후과·피부과의원, 종합병원, 대학병원까지 백신 접종에 뛰어들면서 ‘제 살 깎아먹기’식 덤핑 전쟁이 시작됐다. 현재 적잖은 의료기관이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 문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백신 할인이벤트를 홍보하고 있다.
 
A 원장은 “지역사회에서 영향력이 매우 강한 맘카페를 통해 ‘○○의원은 독감 백신을 얼마까지 할인해준대요’라는 식으로 게시글을 올리는 한편 진료 이력이 있는 환자에게 일괄 문자를 배송하는 방식으로 내원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방접종 시즌 초기인 9~10월엔 기존 3만5000원에서 1만원 정도 저렴한 2만원 중후반대가 대부분이었지만 11월 후반이 되면서 1만5000원대까지 등장했다. 사실상 반값 예방접종인 셈이다. 할인 폭이 과도하게 커지면서 아예 수익은 포기하고 병원 마케팅 수단으로 백신 접종을 활용하는 의료기관도 늘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관계자는 “접종료가 1만8000원 이하로 떨어지면 본전 치기도 불가능하다”며 “대신 할인이벤트로 환자 방문을 우선 유도한 뒤 다른 질환 진료·치료를 권유하는 방식으로 예방접종을 활용하는 회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경쟁이 과열되자 지나친 가격 덤핑을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보건당국은 “4가백신은 비급여라 가격 덤핑 자체를 제제할 법적 근거는 없으며, 인터넷이나 SNS를 이용한 불법광고의 경우 현재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다.
 
차량을 이용해 불법 출장 예방접종에 나서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지방 의료취약지에선 의료진이 미니버스 같은 차량을 타고 이 마을, 저 마을 돌며 출장 예방접종을 하는 게 관례처럼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출장 예방접종은 엄연한 불법 행위다. 권영근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현행 의료법 33조는 모든 의료행위는 의료기관 내에서만 이뤄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꼭 법적인 문제가 아니라도 외부로 운반하는 과정에서 백신이 변질돼 약효가 떨어지거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고, 외부에선 접종 후 이상반응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기 때문에 출장 예방접종은 권장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의사들이 정상적인 유통 과정을 거치지 않고 독감 백신을 사고파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백신 재고가 부족한 서울과 수도권 병·의원이 지방 의료기관으로부터 남는 백신을 구입해 택배로 받는 방식이 대부분”며 “올해 독감 백신 부족이 심화되자 의료인 커뮤니티 등에선 백신을 사거나 팔겠다는 글이 공공연하게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이 직접 의약품을 거래하는 것은 불법이다. 현행 약사법은 의료기관, 의약품 도매상, 약국 등은 제약회사나 의약품 도매상을 통해서만 의약품을 구입 또는 반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보건당국과 협조해 불법 백신 거래나 출장 예방접종 등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며 “무리한 가격 덤핑과 출장접종 같은 불법행위는 의료시장을 교란시키고 개원의들의 출혈 경쟁을 부추겨 장기적으로 1·2차 의료기관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어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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