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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궤양치료제에서 세계 1위 탈모치료제로 재탄생한 ‘미녹시딜’
  • 손세준 기자
  • 등록 2019-12-03 02:15:58
  • 수정 2020-09-10 14:5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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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혈압약 임상과정서 다모증 부작용 발견 … 국내 제약사 중심 액제 시장서 존슨앤드존슨 ‘폼’ 제형 인기
미녹시딜(Minoxidil) 성분 탈모치료제인 한국존슨앤드존슨의 ‘로게인폼’(왼쪽)과 현대약품의 ‘마이녹실’
미녹시딜(Minoxidil)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역사상 최초로 승인받은 탈모치료제로 아직까지 추가로 승인받은 성분은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뿐이다. 국내에는 1987년부터 미녹시딜 성분 약이 출시돼 두타스테리트(Dutasteride)·피나스테리드 성분 치료제 출시 전까지 탈모치료제로 인기를 끌었다.
 
미녹시딜은 1950년대 후반 미국 제약사 업존(현 화이자)이 궤양치료제를 개발하려다 발굴했다. 미녹시딜 유사물질을 개에 투여한 동물시험에서 궤양 치료는 효과 입증에 실패했지만 강력한 혈관 확장 효과를 발견됐다. 개발 방향이 고혈압약으로 전환됐다. 약 200가지 화합물 합성실험을 진행한 끝에 1963년 미녹시딜을 고혈압약 신약후보물질로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
 
미녹시딜 경구용은 중증 고혈압 환자에게 처방하는 전문의약품으로 지금도 5mg짜리 정제가 나와 있다. 일반적인 고혈압 치료에는 거의 쓰이지 않고 이뇨제와 2가지의 다른 혈압약을 복용해도 효과가 없는 불응성 고혈압에 한정적으로 처방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아 고혈압약 임상시험을 진행한 찰스 치드시(Charles A. Chidsey) 미국 콜로라도대(University of Colorado) 의대 부교수는 환자에서 털이 자라는 부작용을 발견하고 탈모 치료에 미녹시딜을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1977년 미녹시딜을 한달 넘게 투여한 환자에서 다모증 현상이 나타난 것을 기반으로 국소도포 외용액 제형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바르는 미녹시딜이 완성됐다.
 
이 약은 1979년 먼저 경구용 고혈압치료제 ‘로니텐(Loniten)’이라는 제품명으로 미 FDA 승인을 받았다. 이후 탈모치료제 용도로는 1988년 FDA 승인을 받아 ‘로게인(Rogaine)’이라는 이름으로 상용화 됐다. 로게인은 미국에서 1988년 남성용, 1991년 여성용으로 출시돼 탈모 외용제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1996년 당시 업존과 스웨덴 파마시아가 합병하면서 탄생한 파마시아&업존이 2001년 다시 화이자와 합병하면서 로게인은 2006년까지 화이자 품에서 꾸준한 성장을 기록하며 탈모 치료제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당시 화이자의 소비자 사업부는 감기약 ‘슈다페드정’(Sudafed)·‘벤다드릴’(Bendadryl), 구강청정제 ‘리스테린’(Listerine), 제산제 ‘롤레이즈’(Rolaids), 스킨로션 ‘루브리덤’(Lubriderm) 등 다양한 제품 라인을 보유한 알짜 사업부로 38억8000만달러(약 4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화이자는 2006년 2월 수익성이 높은 전문의약품 사업에 집중한다는 이유로 소비자 사업부를 매물로 내놨다. 당시 화이자는 2005년 말 미국 내 화이자 인력의 20%를 감축한 상태에서 2006년 전세계 인력의 10%에 달하는 직원 1만명을 추가로 정리했다. 이를 위해 뉴욕 브루클린, 네브라스카 오마하에 있는 공장과 독일 판매법인을 폐쇄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감행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이 참여한 치열한 인수 경쟁 끝에 2006년 6월 미국 존슨앤드존슨(J&J)이 166억달러(18조3000억원)에 이 사업부를 인수했다. 이 때 로게인도 함께 양도되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
 
국내에선 1986년 대한피부과학회와 현대약품이 공동으로 미녹시딜 국소도포제가 남성형 탈모증과 원형 탈모증에 치료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데 이어 1987년 한미약품 ‘목시딜액’, 현대약품 ‘마이녹실액’, 중외제약 ‘볼두민액’ 등 3개 제품이 출시돼 일찍이 자리를 잡았다. 2005년 식품의약품안전처(옛 식약청)가 탈모제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합법화된 미녹시딜 제제 시장이 확대됐다. 한국화이자제약이 2006년 1월 국내에 ‘로게인액’을 출시했지만 국산 제품에 밀려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기존 출시된 액제는 끈적임, 가려움 등으로 저녁에만 사용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를 보완해 나온 것이 ‘폼(Foam)’ 제형의 ‘로게인엠5%폼에어로졸’으로 2006년 미국에서 남성용으로 최초 출시됐다. 여성용은 2014년 승인됐다. 액제에 비해 가격이 비싸지만 편의성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세계 탈모치료제 시장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에선 2017년 11월 출시돼 JW신약이 판매하고 있다. 비싸지만 입소문을 타고 제법 팔리는 호조를 누리고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국내 미녹시딜 제품으로는 △ 마이녹실액 (현대약품) △ 목시딜액 (한미약품) △ 동성미녹시딜액 (동성제약) △ 볼두민액 (JW중외제약) △ 케어모액 (고려제약) △ 모바린액 (태극제약) △ 마이딜액 (JW신약) △ 백일후애액 (동광제약) △ 나녹시딜액 (나노팜) 등이 있다. 해외 직구 제품인 커클랜드 미녹시딜(코스트코 판매)은 가성비가 탁월해 구매가 늘고 있다.
 
미녹시딜은 세포막의 과분극을 유도해 모낭을 자극하고 혈관을 확장시키고 탈모를 유도하는 것으로 기전이 알려져 있다. 이에 경구용보다는 두피에 직접 바르는 외용제가 탈모 치료에 주로 이용한다. 구입이 간편하고, 국소 부위에 바르는 약이라 전신 부작용 없고, 장기간 사용해도 안전하며, 직접 발모를 촉진하는 게 장점이다.
 
이 약은 개인별로 효과가 천차만별인데 이는 두피의 황산이온전달효소(Sulfotransferase) 수치 차이 때문이다. 모낭세포로 들어온 미녹시딜은 황산전달효소에 의해 황산미녹시딜로 바뀌어야 작용을 하는데 사람에 따라 효소 수치가 달라 효과도 제각각이다.
 
효과는 서서히 나타나서 외용제를 사용한 후 모발이 성장하기까지 2개월 이상 걸린다. 발모작용은 가역적이어서 사용을 중단하면 3~4개월이 지나 효과가 사라진다. 유전적 요인과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androgen) 과잉이 탈모 원인으로 지목되는 안드로겐 탈모증에 예후가 좋다. 젊고 탈모된 기간이 짧거나 탈모 부위가 적으면 더 효과적이다.
 
반면 약물·화학요법·모발관리제품으로 인한 탈모, 10년 이상의 장기 탈모, 선천적인 탈모 등에는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최근 연구에서 남성형 탈모의 주원인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ihydrotestosterone, DHT)를 억제하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밝혀져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미녹시딜은 DHT를 억제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DHT 생성을 막는 5알파-환원효소(5α-reductase) 억제제인 피나스테리드나 두타스테리드 계열 치료제에 비해 효과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미녹시딜은 여성에서 효과가 더 두드러진다. 얼굴에 검은 잔털이 나는 부작용인 다모증이 나타날 확률이 남성에 비해 높지만 다른 부작용이 거의 없고 사용을 중단하면 원상 복구되는 게 메리트다. 보통 출시되는 성분 함량은 남성용이 2~5%, 여성용이 2~3% 제제로 나온다. 2% 제제는 남녀 모두 1일 2ml 이하, 3% 제제는 남성 2ml·여성 1.3ml 이하로 투여한다. 여성에선 원칙적으로 5% 제제를 사용하지 않지만 개인별 특성에 따라 허용하기도 한다.
 
해외에선 미녹시딜이 콜라겐 합성을 억제해 얼굴 주름을 만들고 눈꺼풀 위를 꺼지게 해 오히려 나이가 들어보이는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사용 시 피부 상태를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아침·저녁 하루에 2번 바르고 최소 4시간가량 두피에 약이 묻어 있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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