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캠브리지 소재 글로벌 빅파마 아스트라제네카(AZ)가 지난 26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 소재 줄기세포 생명공학기업 노보하트(Novoheart)와 줄기세포 기술을 활용한 최초의 시험관 바이오-인공(bio-artificial) 심장인 ‘병 안에 든 심장’(heart-in-a-jar)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1950년대 공상과학 영화에나 등장하는 골동품 같은 인공심장이 아니라 심부전에 대한 더 많은 이해를 기반으로 디자인된 심장 모델이다. 두 회사는 세계 최초의 인간 맞춤 시험관 심박출계수 보존 심부전(Heart failure with preserved ejection fraction, HFpEF) 심장 모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심부전은 크게 심박출계수 보존 심부전과 심박출계수 감소 심부전(heart failure with reduced ejection fraction, HFrEF)으로 분류할 수 있다. 심박출계수(심실구혈률)란 심장의 수축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좌심실이 한 벅 박동할 때 박출되는 혈액량을 확장기말의 최대 심장용적으로 나눈 것이다. 정상치는 55%이상으로 40%이하면 문제가 심각한 상태다. 심박출계수 보존 심부전은 심장의 혈관 박출 능력은 훼손되지 않았으나 심부전의 명확한 요인은 알 수 없어 오히려 질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편이다. 주로 노약자나 여성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노보하트는 “신약 개발자들은 전임상시험 단계에서 신약후보물질의 효능을 점검하는 효과적인 도구가 부족하다”며 “이로 인해 지난 몇 십 년간 심박출계수 보존 심부전에 대한 임상적 결과는 개선되지 않았고 효과적인 치료법도 없다”고 말했다.
이를 극복하고자 AZ는 심박출계수 보존 심부전의 특성을 재현한 노보하트의 3D 인체심실 심장기관유사 심실(human ventricular cardiac organoid chamber, hvCOC) 기술을 사용해 새로운 시험관 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다.
‘병 안에 든 인간심장’으로도 알려진 이 모델은 돼지심장 등 동물모델과 달리 특정 세포, 매트릭스, 유전자 공학적 hvCOC를 사용한다. hvCOC는 환자맞춤형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IPSC)로 만들어진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물리적, 역학적 성질을 조절할 수 있어 HFpEF 환자의 심장에서 관찰된 병리적 패턴을 더 여실하게 모방할 수 있게 한다.
사람의 수정란에서 발생하는 배아를 추출해 얻는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유도만능줄기세포는 피부 세포에 유전자 변형을 가해 배아줄기세포와 비슷한 분화 특성을 갖는 줄기세포를 뽑아내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2012년 노벨의학상을 수상한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에 의해 2006년 처음 만들어졌다. 기존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큰 걸림돌이 됐던 윤리적인 문제를 해결해 줬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노보하트는 “회사의 독자적인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로 HFpEF의 메커니즘 이해, 새로운 신약후보 타깃 선별, HFpEF 환자를 위한 치료법 평가 등을 고유한 분석시험으로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번 양자간 협약으로 노보하트는 새로 개발된 심장모델의 지적재산권을 독점하게 된다. 이로 인해 얻게 될 경제적 수익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레지나 프리슈 다니엘슨(Regina Fritsche Danielson) AZ 심혈관·신장·대사 생화학물질 연구 및 초기개발 담당 수석 부사장은 “HFpEF 환자들의 미충족 의료 수요가 상당하다”며 “노보하트의 독자적인 hvCOC 모델과 심부전 관련 전문지식을 결합해 HFpEF의 표현형 특징을 복제하는 최초의 시험관 심장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시험관 심장모델을 이용한 인간맞춤형 전임상 데이터 제공은 생체내 동물모델과 임상시험 사이의 간극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해서 신약 발굴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