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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도 아프면 약이 필요하다 ‘우울증의 약물치료’
  • 김신혜 기자
  • 등록 2019-11-26 09:34:51
  • 수정 2022-08-07 14:3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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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존 TCA·SSRI·SNRI 경구제부터 마약 성분 비강분무제까지

피부에 상처가 나면 연고를 바르고 감기에 걸리면 대증요법제를 먹듯이 마음에도 상처가 나면 치료와 보살핌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마음에 난 상처를 방치한다. 눈에 보이지 않아서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 탓에 진료를 꺼리기 때문이다.

우울증은 세계적으로 가장 흔하면서도 심각한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인류에 가장 큰 부담을 초래하는 10대 질환 중 3위를 우울증으로 꼽았고, 2030년에는 1위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 국민건강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우울증 환자 수는 2012년 약 19만명에서 2017년 29만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뇌과학 연구자인 앨릭스 코브(Alex Korb)에 따르면 누구에게나 우울 성향이 있으며 진화의 결과 뇌가 그런 성향에 빠지기 쉽다. 부정적인 것에 의해 뇌의 감정 회로가 더 쉽게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마음의 병을 방치했다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으로 가지 않으려면 빠른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우울증으로 입원한 환자의 약 15%가 자살로 죽고, 그 10배 정도가 자살을 시도한다. 모든 자살의 80%가 우울증과 연관돼 있다는 보고도 있다.

우울증의 치료방법에는 약물치료·심리치료·전기자극 치료 등이 있다. 약물치료는 항우울제(antidepressants)를 사용하며 뇌에서 기분에 관련된 뇌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조절해 우울증을 완화시킨다. 우울증 환자는 대부분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아세틸콜린과 같은 뇌신경전달물질이 일반인보다 적게 분비된다. 제약사들은 이런 점에 착안해 신경전달물질의 양을 증가시키는 우울증 치료제를 개발해왔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우울증 치료에 모노아민 산화효소 저해제(MAOI, Monoamine oxidase inhibitor), 삼환계 항우울제(tricyclic antidepressant, TCA)부터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재흡수 억제제 (NDRI, Noerpinephrine Dopamine Reuptake Inhibitor), 세로토닌 노르아드레날린 재흡수 억제제(SNRI, Serotonin Noerpinephrine Reuptake Inhibitor), 노르에피네프린성 선택적 세로토닌 제제(NaSSA, noradrenergic and specific serotonergic antiderpressant)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약제들을 처방한다.

초기 항우울제 MAOI … 최신약 모클로베미드는 부작용 줄여

모노아민 산화효소 저해제(MAOI)는 아민계 신경전달물질(도파민 세로토닌 아드레날린 등)이 산화효소(MAO)에 의해 대사되는 것을 억제하고 이들 신경전달물질 작용을 강화시켜 우울증을 개선한다. 가장 먼저 임상에서 사용된 항우울제다. TCA와 더불어 초창기 항우울제다. 

MAOI는 결핵 치료에 투여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항우울 효과가 발견됐다. 초기에 개발된 MAOI는 모든 MAO를 비가역적으로 차단했다. 지금은 MAO의 A와 B 두가지 아형 중 A형만을 차단하는 약이 쓰인다. A형은 serotonin과 norepinephrine 등 우울증 관련 단가아민들을 대사한다. 이들 단가아민은 혈압을 올리는 경향을 보이므로 MAOI를 사용할 때는 원치 않는 혈압 상승의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근래에는 MAO A나 MAO B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약물, 가역적으로 MAO A를 억제하는 약물(reversible inhibitors of MAO A, RIMA)이 개발돼 혈압 상승에 대한 걱정 없이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MAO-B형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약으로는 Rasagiline, Selegiline, Safinamide 등이 있다. 특발성 파킨슨병의 초기 단독요법제 또는 도파민효능제의 보조요법제로 처방된다. MAO-B는 일반적으로 도파민을 분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약은 선택적으로, 비가역적으로 MAO-B에 결합함으로써 더 많은 도파민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우며,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서 생성량이 감소하는 도파민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 합니다.

 

MAO-B는 또 일부 아민의 기질인 protoxin을 대사해 신경계에 독성을 일으킨다. 따라서 MAO-B의 선택적 억제제는 파킨슨병에서 보이는 신경변성 과정을 방지할 수 있다.


MAOI는 또 티라민이 함유된 음식과 상호작용으로 혈압이 상승할 수 있어 식이요법 제한이 필요하다. 티라민은 아드레날린을 방출해 신경과 혈관을 자극하고 혈압을 높이고 편두통, 알레르기를 유발한다. 티라민은 숙성된 치즈, 동물의 간, 적포도주, 청어 피클, 된장 등이 많이 들어 있다. 

이처럼 MAOI는 효과 대비 이상반응 위험이 높아 현재는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지금 쓰이는 최신약은 RIMA에 속하는 모클로베미드(moclobemide)로 우울증과 사회공포증에 처방된다. 한국메나리니의 ‘오로릭스정’(성분명 모클로베미드, moclobemide)은 1일 300㎎을 식사 직후에 2~3회 분할 경구 투여한다. 개인별 반응에 따라 투여량을 줄일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중증의 우울증에는 1일 600㎎까지 증량할 수 있다. 구갈(갈증), 어지러움, 두통, 불면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과거 MAOI와 달리 혈압상승 부작용이 거의 없으나 혈압이 높은 환자가 복용하거나, 아주 숙성된 치즈와 함께 투약하는 것은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1세대 항우울제 삼환계 항우울제(TCA) … 효과 좋지만 부작용도 그만큼 커 

삼환계 항우울제는 1958년에 탄생한 1세대 항우울제다. 조현병, 양극성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등에 쓰이는 클로르프로마진(chlorpromazine)과 비슷한 시기에 합성돼 초반에는 항정신병 약물로 쓰이다가 항우울 효과가 탁월함이 발견돼 우울증에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TCA 제제는 이름처럼 분자구조적으로 세 개의 고리를 갖고 있다. 세로토닌, 노르아드레날린과 일부 도파민의 재흡수(소실) 과정을 차단해 증상을 치료한다. 항우울 효과가 우수하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강하다. 무스카린성 아세틸콜린, H1히스타민, 알파-아드레날린 등의 수용체도 억제하므로 항콜린성 부작용인 변비, 입마름, 시야혼탁, 배뇨곤란 등이 흔히 발생한다. 지금은 SSRI나 SNRI 치료에 실패했을 때 2차적으로 처방된다. 치료효과는 강력하지만 졸음, 변비, 입마름, 시야흐림, 배뇨곤란, 기립성 저혈압, 체중 증가, 섬망, 근육 경련 등 부작용이 심하다.

아미트리프틸린(amitriptyline), 노르트립틸린(nortriptyline), 클로미프라민(clomipramine), 이미프라민(imipramine), 아목사핀(amoxapine) 등의 약물이 있다. 아미트리프틸린과 이미프라민의 경우 우울증 뿐 아니라 야뇨증에도 사용된다. 클로미프라민은 강박관념, 공포상태, 수면 중 발작, 조루증 등에 활용된다.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해 증상 조절하는 SSRI

행복감과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케하는 세로토닌의 재흡수(소실)를 억제해 시냅스 내 세로토닌 농도를 증가시켜 증상을 조절하는 대표적 항우울제다. 파록세틴(paroxetine), 설트랄린(sertraline), 시탈로프람(citalopram), 에스시탈로프람(escitalopram) 등의 약물이 사용된다.

한국릴리 ‘푸로작캡슐·확산정’(성분명 플루옥세틴, Fluoxetine) ,한국산도스 ‘산도스시탈로프람정’(시탈로프람브롬화수소산염, citalopram), 한국룬드벡 ‘렉사프로정’(에스시탈로프람, escitalopram) 및 ‘렉사프로멜츠구강붕해정’, 글락소스미스클라인 ‘팍실CR정’(파록세틴, paroxetine), 한국화이자제약 ‘졸로푸트정’(설트랄린, sertraline) 등이 있다.

에스시탈로프람은 불안 증상을 동반한 우울증 환자에게도 효과적이다. 그 구강붕해정은 빠르게 녹아 흡수와 약효 발현이 앞당겨지는 장점이 있다. 이중 작용으로 세로토닌의 재흡수(소실)을 더 강력하게 억제해 다른 SSRI, SNRI 제제보다 동등 또는 그 이상의 항우울 효과를 나타내며 유지요법제로서 재발을 막는 효과가 좋다. 

SSRI 제제 부작용으로는 설사, 입마름, 하품, 성욕 저하, 체중 감소 혹은 증가 등이 있다. 식욕부진 혹은 저체중 환자에게 처방 시 주의해야 한다. 푸로작의 경우 비만치료제로도 쓰이고 있다. 이 계열 약물은 주로 우울증 치료에 사용되지만 공황장애, 범불안장애, 강박장애, 월경전불쾌장애, 조루증 등에도 사용된다.

노르에피네프린·도파민 재흡수 차단제(NDRIs)

NDRI(Norepinephrine and Dopamine Reuptake Blockers) 중 가장 대표적인 게 부프로피온(bupropion)이다. 약물 자체로는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재흡수를 약하게 차단하기 때문에 항우울 효과를 설명하기가 곤란하다. 이에 부프로피온이 대사돼 강한 활성을 지닌 대사물(hydroxybupropion)로 변해 뇌내에서 실질적으로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고갈을 차단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산화부프로피온의 항우울 효과는 장기적인 노르에프린에 의한 효과로 보이며, 세로토닌계에 의한 것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이 약의 약한 중추신경 활성 효과는 약한 도파민성 기전에 의한 것이다.

부프로피온은 다른 항우울제에 비하여 경련발작(seizure)의 발생 빈도가 높지만 근래 서방형 제제가 개발돼 혈중 최고농도에서의 부작용 발생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세로토닌성 부작용에 견디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부프로피온은 혈중 혈중 도파민 농도를 높여주므로 흡연 시 니코틴이 뇌를 자극해 도파민 분비를 늘리는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바레니클린(varenicline)과 함께 금연치료제로 처방된다. 바레니클린은 뇌의 니코틴 수용체에 결합해 니코틴이 수용체에 달라붙는 것을 차단함으로써, 니코틴과 유사하게 작용해 금단증상과 흡연 욕구를 감소시킨다.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차단하는 SNRI

SNRI는 TCA의 부작용 위험과 SSRI의 효과가 약한 단점을 개선한 항우울제로 뇌내 신경세포 말단에서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노르아드레날린)이 재흡수되는 것을 차단해 이들 신경전달물질의 활성을 높여 증상을 개선한다. 특히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강력하게 차단한다.

SNRI는 SSRI의 2세대 격에 해당하지만 세로토닌에 작용하므로 세로토닌증후군(두통·구역·피로·불면·설사 등)이나 악성 신경이완제증후군(Malignant neuroleptic syndrome, 근육강직·발열·자율신경불안증·섬망 등) 등의 부작용이 여전하다. 또 이들 계열 약물은 혈압을 지속적으로 상승시키므로 약을 복용하는 동안 정기적으로 혈압을 확인해야 한다.

대표적인 품목으로 한국화이자제약 ‘이팩사엑스알서방캡슐’(벤라팍신, venlafaxine), 한국릴리의 ‘심발타캡슐’(둘록세틴, duloxetine), 부광약품의 ‘익셀캡슐’(밀나시프란, milnacipran), 한국화이자제약 ‘프리스틱서방정’(데스벤라팍신, desvenlafaxine) 등이 있다. 이팩사는 우울증 외 다른 적응증으로 범불안장애, 사회공포증, 공황장애 등을 갖고 있다. 익셀은 신경근육통에도 효과적이다.

이 계열 중 최신약은 2015년 3월 출시된 화이자의 프리스틱이다. 주요우울장애의 1차 치료제로 권고된다. 주성분인 데스벤라팍신은 벤라팍신의 활성 대사물질이다. 프리스틱은 기존 약물의 오심·구토·체중감소 등의 부작용을 현저히 개선한 약물로 평가받고 있다. 작년 아이큐비아 기준 프리스틱의 판매액은 57억원이다.

둘록세틴은 벤라팍신과 비교해 노르에피네프린 활성도가 조금 더 강하다. 우울증에는 하루 한번 30~60mg를 쓰며, 범불안증장애(60~120mg)도 개선할 수 있으며 당뇨병성말초신경병증성통증(Diabetic Peripheral Neuropathic Pain, DPNP, 60~120mg)에도 효과적이다. 이밖에 섬유근육통(30~60mg),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에 반응하지 않는 골관절염 통증(30~60mg)에도 적응증을 갖고 있다. 

밀나시프란은 항우울효과가 벤라팍신과 동등하며, 특히 신체 증상을 동반한 우울증에 효과적이다. 간내 CYP 효소와 상호작용이 없는 유일한 SNRI 제제로 내약성이 좋고 다른 약물과 병용해도 간섭받는 경우가 드물다. 성기능장애, 운전능력 저하, 불면, 체중 증가 등의 부작용이 덜한 편이다. 

세로토닌 길항제 겸 재흡수 억제제(SARI)

SARI(Serotonin-2 Antagonist / Reuptake Inhibitors)는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과 수용체 차단 작용을 동시에 가지는 약물로서 기존 SSRIs에 비해 5-HT2 수용체에 대한 길항작용을 추가로 더 가져 SSRIs에서 나타나던 불안, 불면, 성기능장애 등을 개선시키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인 게 네파조돈(Nefazodone)으로 어지러움과 시력장애, 졸림증, 두통, 오심 등이 흔한 부작용이다. CYP3A4 효소를 억제하므로 이를 통해 대사되는 약물(ketoconazole 등)과 병용하면 상호작용으로 반감기(약효작용시간)가 길어질 수 있다. 

트라조돈(trazadone)은 198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허가한 SARI 제제로 불면증을 동반한 우울증 환자의 초기 치료에 효과적이다. 적응증은 우울증만 있으나, 진정효과가 크면서도 항콜린성 작용이 적어 항우울제에 의한 불면증에 처방된다. 그러나 기립성 저혈압을 유발할 수 있다.

노르아드레날린 겸 특이적 세로토닌성 항우울제(NaSSA)

NaSSA(Noradrenergic and Specific Serotonergic Antidepressant)는 노르아드레날린(노르에피네프린) 신경말단의 전시냅스(pre synaptic) alpha2 autoreceptor(자가수용체)를 차단해 노르에피네프린 신경말단의 점화(firing·흥분)을 증가시켜 노르에피네프린이 후시냅스(post synaptic)를 향해 더욱 나오도록 유도한다. 또 노르아드레날린 신경말단의 alpha2 heteroreceptor(이종수용체)를 차단해 세로토닌의 방출을 증가시키는 이중작용을 한다. 5-HT1 수용체는 열어놓지만 후시냅스의 5-HT2 및 5-HT3 수용체는 차단한다. SSRI나 SNRI는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의 재흡수(소실)을 억제하지만 이 약은 두 신경전달물질이 더 나오도록 유도한다. 

대표적인 약품은 미트라자핀(Mirtazapine)으로 5-HT2 수용체를 차단해 불안 완화, 수면 개선, 흥분 억제, 성기능장애 방지 등의 효과를 얻는다. 또 5-HT3 수용체를 차단해 오심·구토·두통 등 SSRI에서 문제가 되는 부작용을 방지한다. 흔한 부작용은 과다한 주간졸림증, 체중 증가, 어지러움 등이다. 진정작용은 5-HT2, 5-HT3 수용체를 차단하기 때문에 생기는데 부작용으로 연결된다. 다만 이보다는 H2 히스타민 수용체를 더 강하게 억제해서 부작용이 나타나는 측면이 있다. 우울증 환자의 50~70%가 중증 불안증을 보이고, 20~25%는 심각한데 미르타자핀은 이를 빠르게 해소하는 게 장점이다. 자살사고(suicidal thought)도 신속하게 줄이며 SSRI에 의한 성기능장애를 유의하게 감소시킨다.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증진제(SSRE)

SSRE(Selective Serotonin Reuptake Enhancer, SSRE)는 SSRI와는 정반대의 작용기전을 가지나 임상연구 결과 TCA 제제나 플루옥세틴 등 SSRI와 동일한 항우울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적인 약이 티아넵틴(Tianeptine) 성분이다. 우울증이 적응증이지만 정신병적 양상을 동반하지 않은 노년기 우울증, 기분부전장애, 알코올 금단 후 우울증 등에 널리 처방된다. 우울증 수준은 아닌데 심한 스트레스로 신체증상을 느끼는 환자를 위해 정신과가 아닌 다른 진료과에서도 흔히 이 약을 처방한다. 이유는 항콜린성작용, 진정작용, 체위성저혈압, 심장독성 등이 적어서다. 처방일수에 급여 제한이 없고, 노인 우울증 환자에게 부담없이 처방할 수 있는 것도 요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미한 부작용은 피하기 어렵다. 그 중 가장 빈도 높은 게 구갈, 변비다. 

새로운 기전 우울증 신약 아고틴정·브린텔릭스

환인제약은 지난 4월 우울증 치료제 ‘아고틴정25mg’(아고멜라틴, agomelatine)을 출시했다. 아고틴정은 원개발사인 프랑스 세르비에로부터 국내 독점 판매계약을 맺은 오리지널 제품이다. 이 약은 한국세르비에가 2014년 ‘밸덕산정’이란 이름으로 국내 출시했지만 급여 문턱을 넘지 못해 2017년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해외에서는 아고멜라틴 제제가 우울증 치료 1차 치료제로 권고되고 있다. 이번에 급여약가로 정당 591원을 인정받았다.

아고틴정의 아고멜라틴 성분은 MT1(melatonin 1a), MT2(melatonin 1b) 효능제인 동시에 5-HT2C 세로토닌 수용체에 길항적으로 작용한다. 두 가지 기전이 결합돼 우울감·불안감을 효과적으로 개선한다. 이밖에 뇌 전전두엽에서 노르아드레날린·도파민의 방출, 뇌 해마에서 노르아드레날린 방출을 촉진한다. 24시간 일주기 리듬의 재동기화를 유도한다. 또 뇌유도신경영양인자(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BDNF)의 발현을 늘리고, 신경발생을 촉진하는 반면 글루타메이트의 방출을 막는다. 
이런 기전 때문에 기억력을 증진하고 불면증을 개선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유럽에서는 승인받았지만 미국에서는 허가받지 못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약물에 의해 유도되는 간독성 탓이다. 장기복용하면 비만이 유도된다는 보고도 있다.


우울증 초기의 무쾌감, 기존 약으로 효과를 보기 어려운 중증 또는 노인 주요우울증에 효과적이다. 효과가 나타날 경우 장기간 유지되는 것도 장점이다. 멜라토닌 효능제이어서 불면을 가라앉히는 방향으로 작용하지만 사람에 따라 불면을 유발하기도 한다. 기존 약에 비해 구토·어지럼증·두통·설사 등 부작용이 경미하며 성기능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약의 권장량은 25㎎이며 1일 1회 취침 시에 투여한다. 2주간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하루 투여량을 50㎎로 늘릴 수 있다.

한국룬드벡이 2015년 출시한 ‘브린텔릭스정’(성분명 볼티옥세틴, vortioxetine)은 기존 항우울제와 달리 세로토닌 활성에 다중적으로 관여한다. 세로토닌 수용체 활성을 조절하고 세로토닌 수송체(Serotonin Transporter)에서의 세로토닌 재흡수를 저해하는 등 상호 보완적인 두 가지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 세로토닌을 포함한 우울 증상 관련 기타 신경전달물질 활성을 조절하는 새로운 다중 기전의 항우울제다.

이 약은 우울증 환자의 94%가 겪는 인지장애(실행능력, 주의력, 기억력, 정신반응속도 등의 저하)를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마케팅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울증 약물치료를 통해 치료반응을 보인 환자의 71%, 한 번 관해(Remission) 반응을 보인 환자의 44%에서 인지장애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루 권장 복용량은 10㎎이나 고령 환자의 초기 용량은 5㎎이다. 환자의 반응에 따라 1일 최대 20㎎까지 증량할 수 있다. 기존 약과 달리 갑작스럽게 끊어도 금단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점진적인 용량 감량 없이 바로 복용을 중단할 수 있다.

마약의 착한 변신 ‘스프라바토’(Spravato)

‘물뽕’이라고 불리던 마약에 포함된 물질이 새로운 우울증 치료제의 원료 물질이 됐다. 얀센의 비강용 스프레이 형태의 항우울제 ‘스프라바토’(성분명 에스케타민, esketamine)는 지난 3월 5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이 약의 주성분은 케타민(ketamine)과 분자 구조가 거의 비슷한 에스케타민이다.

케타민은 일명 ‘버닝썬 게이트’에 등장하는 클럽 버닝썬에서 유통되며 유명해졌다. 이 약물은 1970년 FDA의 승인을 받은 환각 증상을 유발하는 해리성 마취제(dissociative anesthesia, 통증은 사라지고 의식도 없어지지만 겉으로는 눈을 뜬 듯한 모습을 보임)다. 개발사 얀센은 이 케타민의 용량을 줄이고 정맥주사 대신 흡입하는 비강용 스프레이 형식으로 바꿔 부작용을 줄였다. 기존에 유통되던 항우울제 푸로작은 세로토닌을 고농도로 유지하는 과정에서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스프라바토는 뇌세포를 즉각적으로 회복시켜 빠르면 투여 후 수 시간 뒤 우울증이 개선된다. 흡수속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비침습적이고 감염이 거의 없으며 간 손상이 적은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마약으로 사용됐을 만큼 환각이 강해 FDA는 스프라바토를 허가하면서도 사용과 배포를 엄격하게 제한했다. 이 약은 허가받은 진료실에서 의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흡입해야 하고, 유체이탈·환각 등의 부작용이 있는 만큼 투여 후에도 2시간 이상 의사가 환자를 관찰해야 한다. 비싼 가격, 의료진이 있는 환경에서만 투여할 수 있는 점, 65세는 투여가 불가능한 점은 이 신약이 가진 한계다. 국내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미국 바이오제약사 세이지테라퓨틱스(Sage Therapeutics)가 개발한 세계 최초 산후우울증 치료제 ‘줄레소’(Zulresso, 성분명 브렉사놀론, brexanolone)는 정맥주사제로 지난 3월 19일 FDA 승인을 받았다. 브렉사놀론은 산후 급격히 감소함으로써 우울증을 야기하는 알로프레그나놀론(allopregnanolone)과 화학적으로 동일하다.

GABA-A(gamma amino butyric acid-A) 수용체의 양성 알로스테릭 조절제(positive allosteric modulator)로써 작용한다. 이는 일방적으로 수용체를 억누르거나 활성화시키는 게 아니라 필요한 만큼 다양한 수준으로 활성화하는 기능을 한다. 기존 항우울제와 다른 방식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또 기존 항우울제들이 효과를 보이는 데 몇 주가 소요되는 것과 달리 줄레소는 2~3일 내에 작용하여 산후우울증 완화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다.

약리기전에 따라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감마 아미노부트리산(GABA)의 영향을 받아 산후우울증이나 불안증을 진정시킬 수 있다. 그러나 GABA의 영향이 과도해지면 부작용으로는 졸음, 구강건조, 홍조, 의식상실 등이 초래될 수 있다. 치료 중 산후우울증이 악화되거나 자살충동 및 행동을 보이면 정맥주사가 중단돼야 한다. 아울러 투여하는 동안 갑자기 의식을 잃거나 과도하게 진정이 되는 등 중대한 위험이 우려되기 때문에 의료인의 감독 아래 맥박산소 측정기 등을 갖춘 인증된 시설에서만 60시간 동안 계속 주사를 맞아야 한다. 치료로 인한 졸린 느낌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는 운전이나 기계를 다루는 등 위험한 행동을 해선 안 된다. 

이 약도 기존 항우울제에 비해 빠른 효과가 장점이다. 2~3일 내 작용하기 시작해 산후우울증에 동반될 수 있는 슬픔, 불안 등의 증상을 완화한다. 단 1회 치료로 치유가 가능할 만큼 효능이 우수하지만 고가인 데다 인증된 의료시설에서 전문 의료진에 의해 60시간 동안 계속 정맥주사로 투여해야 하는 불편함 탓에 미국내 판매는 부진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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