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욱 전 국회의원의 딸이 미성년자인데도 12일 마약법 위반으로 징역을 구형받은 이례적인 사건이 터졌다. 이를 포함해 다수의 연예인이 공황장애를 호소해 언론을 탔다. 과로와 경쟁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만연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간과하고 있는 공황장애가 유명 연예인이 걸렸다는 보도로 종종 주목받는다. 심지어 ‘연예인 병’으로 불리지만 전체 인구의 1.5~2.5%가 경험할 만큼 흔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공황장애(panic disorder)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공황장애 환자는 약 17만명으로 8년 전인 2010년의 5만명보다 12만명이나 늘었다.
공황장애는 불안장애 범주에 속하는 질환으로 예기치 못한 극심한 불안과 함께 빈맥, 발한(땀이 나는 것), 떨림, 가슴 답답함, 질식감, 흉통(가슴통증), 어지러움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유전적 원인으로 또는 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발병한다. 뇌내 신경전달물질들의 불균형, 뇌기능 이상 등이 직접적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많이 나타나며 20~30대에 주로 발병한다.
공황장애의 여러 증상 중 최소 4개 이상이 극심한 불안감과 함께 매우 갑자기 시작되는데 10분 이내에 최고점에 이를 때를 공황발작(panic attack)이라고 한다. 공황장애가 아니더라도 정신분열증이나 우울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 기타 다른 질환에서도 공황발작은 일어날 수 있다.
공황장애에서 가장 중요한 치료의 두 가지 축은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다. 약물치료는 우울증 치료제와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신경안정제가 증상 완화에 사용된다. 급성 증상이 완화된 이후에도 최소 9~12개월 이상 약물치료를 유지할 것을 권장한다.
비약물치료법은 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 바이오피드백, 정신교육 등으로 나뉘며 인지행동치료가 대표적이다. 공황장애 환자는 매우 작은 단서만으로도 그 위험을 극대화해서 최악의 상황으로 받아들인다. 이런 특징은 불안의 증폭과 공황상태를 유지시키므로 인지행동치료가 도움이 된다.
인지행동치료란 공황발작과 관련된 환자의 그릇된 믿음과 정보를 교정하고, 근육 이완 및 심호흡을 훈련시키고, 공포를 유발하는 대상에 반복 노출해 내성을 기르는 방법 등으로 증상을 개선한다. 치료 반응률은 70~80%로 높은 편이다. 음주나 스트레스 관리와 같은 일상생활의 변화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황장애의 약물치료는 항우울제의 일종인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 SSRI)가 우선적으로 권장된다. SSRI는 치료 효과가 좋고 안전한 약물이지만, 발작 증상을 호전시키는 데 대개 2~3주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치료 초기에는 벤조디아제핀과 같은 항불안제약물들을 병용하는 경우가 많다.
정신과 약은 중독성이 있거나 뇌를 손상시킨다는 편견이 있지만 SSRI는 중독성이 없으며 뇌에 손상을 주지도 않는다. 재발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어 증상이 좋아져도 12~18개월 정도 꾸준히 복용하는 게 중요하다. 복용기간을 다 채우지 않고 약물치료를 중단할 경우 공황발작이 다시 나타날 확률은 약 50% 이상이다. 약물 사용기간이 길수록 재발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 계열 약물의 경우 공황발작을 감소시켜 주는 효과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급성기 치료에 사용된다. 하지만 내성이 생길 수 있고 중단 후 증상이 갑자기 재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약물치료를 할 때 반드시 정신과 전문의의 처방과 지시에 따라야 한다. 환자가 임의대로 약을 복용하거나 중단할 경우 치료도 되지 않고 오히려 불안 증상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다만 공황장애 환자 중 어떤 약물치료에도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약 30%에 달해 다른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질환 초기에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할 경우 환자의 30~40%는 재발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고, 50%는 증상이 있더라도 가벼워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만 10~20%의 환자는 치료 후에도 증상이 남아 있어 추가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선택적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erotonin-Norepinephrine Reuptake Inhibitor, SNRI)는 뇌내 신경세포 말단에서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노르아드레날린)이 재흡수되는 것을 차단해 이들 신경전달물질의 활성을 높여 증상을 개선한다. 한국화이자제약 ‘이팩사엑스알서방캡슐’(성분명 벤라팍신, venlafaxine)이 SNRI 중 거의 유일하게 공황장애로 적응증을 갖고 있는 약이다. 벤라팍신은 행복감을 고양하는 세로토닌과 각성·흥분을 유발하는 노르아드레날린의 혈중 농도를 높여 우울증을 개선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또 삼환계 항우울제(Clomipramine 등)의 장점인 아민 효과(aminergic potentiation 신경전달물질 효과 증강)를 겸비해 적응증에는 없지만 통증 및 신경병증까지 어느 정도 잡아주는 이점을 가졌다. 둘록세틴과 밀나시프란이 벤라팍신을 벤치마킹해 개발된 약이다.
참고로 SNRI 계열은 구조식, 적응증, 부작용이 다양해서 공황장애로 쓰이는 것은 벤라팍신(1993년, 이하 승인 년도)이 거의 유일하다. 시부트라민(Sibutramine, 1998년)은 비만치료제로 승인됐다가 심장 부작용으로 2010년 퇴출됐다. 둘록세틴(Duloxetine, 2004년)은 주요우울증 범불안장애 당뇨병성말초신경병증, 섬유근육통 등의 치료제로 쓰인다. 데스벤라팍신(Desvenlafaxine, 2008년)은 주요우울증, 밀나시프란(Milnacipran, 2009년)은 우울증·섬유근육통 등의 적응증을 갖고 있다.
급성기 1차약으로 쓰이는 벤조디아제핀계 약물
급성 불안이나 공황상태를 조절하는 데 1차 선택 약물로 사용되고 있다. 경구약뿐만 아니라 근육주사나 정맥주사로 신속한 효과를 나타낸다.
알프라졸람과 클로나제팜이 사용되며 급성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준다. 보통 SSRI 또는 SNRI과 함께 쓰인다. 장기간 사용 시 의존성 위험 및 기억력 저하 등 부작용 때문에 장기 투여는 피하는 게 좋다. 한국로슈 ‘리보트릴정’(성분명 클로나제팜, Clonazepam), 환인제약 ‘알프람정’(성분명 알프라졸람, alprazolam) 등이 있다.
최근 알프라졸람 단일제(정제)에 대한 허가사항이 지난 10월 18일자로 변경됐다. 식품의약안전처는 알프라졸람에 ‘의존성 위험은 투여 용량 및 기간에 따라 증가할 수 있다. 가능한 최저 유효량으로 최단기간 동안 투여하며 투여 유지의 필요성을 자주 재평가한다’는 내용과 오남용 위험성 경고 문구를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