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물로 방수 생성․배출 조절해 안압 낮춰… 프로스타글란딘 성분 ‘잘라탄’ 가장 많이 사용
녹내장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선정한 3대 실명 질환 중 하나로 시신경과 신경 섬유층 손상을 초래한다. 높은 안압에 의해 발생하며 방치할 경우 실명에 이를 수 있다. 조기 발견 및 치료가 중요하지만 뚜렷한 증상이나 통증이 없어 발견이 쉽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눈은 모양체(ciliaris)에서 만들어지는 방수(aqueous humor)로 채워져 있다. 안압은 이 방수의 양에 의해 결정되는데 방수의 생성과 배출의 균형에 이상이 생기면 안압이 높아지게 된다. 안압이 높아지면 안구조직 중 특히 약한 시신경이 먼저 손상되면서 시야가 좁아진다.
녹내장은 방수 배출구가 열려 있는 개방각 녹내장(primary open-angle glaucoma)과 방수 배출구가 막혀 안압이 증가하는 폐쇄각 녹내장(angle closure glaucoma)으로 나눌 수 있다. 이밖에도 정상안압 녹내장, 안구고혈압, 약물이나 질환 등으로 인해 2차적으로 생기는 녹내장 등이 있다.
개방각 녹내장은 홍채와 각막이 이루는 각이 큰 녹내장으로 대부분 이에 해당한다. 주로 안압의 상승이 원인으로 초기에는 시력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통증도 거의 없다. 약물요법으로 안압을 낮추는 것이 주된 치료법이다.
폐쇄각 녹내장은 후방 압력의 갑작스런 상승으로 홍채가 전방으로 이동하면서 우각(隅角: 홍채와 각막이 이루는 각)이 폐쇄되며 발생한다. 수술이 주된 치료이며 약물요법은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 개방각 녹내장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급성으로 발병한 폐쇄각 녹내장은 통증, 시력저하,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시형 순천향대 부천병원 안과 교수는 “일조량 및 야외활동 시간이 줄어드는 겨울철에는 동공이 평소보다 커진 상태로 생활하면서 폐쇄각 녹내장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특히 한쪽 눈에 폐쇄각 녹내장이 온 경우, 나머지 눈에도 생길 가능성이 40~80%기 때문에 예방적 레이저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녹내장의 원인은 지금도 명확하지 않지만 40대 이후의 고령, 인종적 특성, 가족력, 고도근시 증가, 눈의 외상, 당뇨병, 고혈압 등 전신질환 등이 유병률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가족력이 있으면 발병 확률이 2~7배까지 높아질 수 있으나 무조건 유전되는 건 아니다. 좋은 생활습관이나 환경적 요인에 따라 녹내장 발병 가능성은 낮아질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녹내장 치료의 목적은 진행을 늦추거나 멈추게 하기 위함이며 이미 손상된 시신경은 다시 좋아지지 않기 때문에 빠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특히 원발성 폐쇄각 녹내장과 선천성 녹내장은 진단 즉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녹내장은 특별한 예방법이 없어 조기발견을 통한 빠른 치료가 유일한 대처법이다. 40세 이상이면서 가족력, 당뇨병, 고혈압이 있거나 평소 안압이 높은 편이라면 정기적인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시신경 손상은 안압 상승에 의해 진행되므로 치료의 목표는 안압을 낮추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안약이 사용되며 먹는 약을 병행하기도 한다. 필요에 따라 레이저나 수술요법을 시행할 수 있다.
녹내장 치료제는 크게 방수의 생성을 억제하는 ‘방수생성억제제’와 방수의 배출을 증가시키는 ‘방수유출촉진제’로 구분된다. 약물치료의 목표는 시신경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수준 이하로 안압을 하강시키는 것이다. 최근에는 점안제의 종류가 늘어나고 안압 하강 효과도 좋아져 점안약만으로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많아졌으며, 보조적으로 시신경 혈류증강을 위한 약제를 복용하기도 한다.
방수의 생성을 억제하는 약물에는 탄산탈수효소억제제, 베타차단제가 있다. 방수의 배출을 증가시키는 약물에는 부교감신경 효능제, 프로스타글란딘 제제가 있다. 알파-2 효능제는 방수생성억제와 방수유출촉진 작용을 모두 갖고 있다.
국내에서 허가된 녹내장 치료제는 대부분 직접 안구에 적용하는 점안제다. 일부 경구약과 주사제가 있지만 전신적인 부작용의 위험성이 있어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탄산탈수효소억제제
탄산탈수효소억제제는 안압강하 효과가 15~20%로 비교적 낮아 안압을 추가로 떨어뜨릴 때 병용요법으로 많이 사용된다. 방수의 성분인 중탄산염(HCO₃-)을 생성하는 데 필요한 탄산탈수효소를 억제하여 방수 생성을 억제하고 안압을 낮춘다. 국내에서 사용이 허가된 약물에는 경구용 탄산탈수효소 억제제와 점안제가 있으며 대표 성분으로는 브린졸라미드(brinzolamide), 도르졸라미드(dorzolamide) 등이 있다.
탄산탈수효소억제제 부작용으로는 시야흐림, 눈 자극감, 쓴맛 등 미각이상이 있다. 알레르기 반응으로 눈에 충혈, 가려움, 눈물, 불편감, 이물감, 부종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제품은 한국노바티스 ‘아좁트점안액’(성분명 브린졸라미드, Brinzolamide), 한국산텐제약 ‘트루솝점안액’(성분명 도르졸라미드, Dorzolamide), 에스케이케미칼 ‘다이아막스정’(성분명 아세타졸아미드, Acetazolamide), 비씨월드제약 ‘메조민정’(성분명 메타졸아미드, Methazolamide) 등이 있다.
베타차단제
교감신경의 베타 수용체는 눈에서 방수의 생성을 담당하는 섬모체(Ciliary body, 모양체) 혈관에 분포하는데, 교감신경이 흥분하면 섬모체 혈관이 확장되고 혈류가 증가하면서 방수의 생성이 증가된다. 베타차단제는 방수의 생성을 억제해 안압을 감소시킨다. 티몰롤(Timolol) 성분이 오랫동안 사용돼 왔으며 베탁소롤(Betaxolol)은 폐에 대한 부작용이 감소된 약물로 폐질환을 가진 환자에게 티몰롤 대신 사용되기도 한다. 또 안압이 정상인 녹내장에서도 시신경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베타차단제는 천식 또는 중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 부정맥·심부전·고혈압 등 심장질환 환자에는 투여가 권장되지 않는다. 인슐린 등 혈당조절제를 복용 중인 당뇨병 환자는 저혈당에 빠져도 이 약으로 인해 증상을 느끼지 못할 수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혈당을 확인해야 한다.
한국노바티스 ‘베톱틱점안액’(성분명 베탁소롤염산염, Betaxolol), 한국엘러간 ‘베타간점안액’(성분명 레보부놀롤염산염, Levobunolol), 한국엠에스디 ‘티모프틱엑스이점안액’(성분명 티몰롤말레산염, Timolol maleate) 등이 있다.
알파-2 효능제
알파-2 효능제는 눈의 교감신경의 α-2 수용체에 작용해 방수 생성을 억제하며 포도막, 공막으로 배출을 증가시켜 안압을 감소시킨다. 기저안압 대비 20~25% 하강 효과를 보인다.
한국노바티스 ‘아이오피딘점안액’(성분명 아프라클로니딘염산염, Apraclonidine), 한국엘러간 ‘알파간피점안액’(성분명 브리모니딘타르타르산염, Brimonidine tartrate) 등이 출시돼 있다. 브리모니딘은 안방수 생성을 억제하면서 프로스타글란딘 유사체와 같이 포도막·공막으로 배출량을 늘리는 이중 기전으로 작용한다.
알파-2효능제는 어지러움, 졸음 등을 초래할 수 있어 투여 후 위험한 기계 조작이나 운전 등은 자제해야 한다. 알레르기 반응으로 충혈, 가려움, 눈물, 불편감, 이물감, 부종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우울증, 심혈관질환, 신장기능 및 간기능 장애 등을 갖고 있는 환자에게 신중하게 투여해야 한다. 환자는 이같은 사실을 복용 전 의사에게 알려야 한다.
부교감신경효능제
부교감신경 효능제는 축동(동공 축소) 효과를 통해 증상을 개선한다. 부교감신경효능제에는 필로카르핀(pilocarpine)이 있으며 삼일제약 ‘오큐카르핀점안액’이 대표적이다. 부교감신경이 흥분하게 되면 동공의 크기를 조절하는 모양체근을 수축시켜 동공이 축소되면서 방수 배출이 증가된다.
이 약제의 동공과 모양체근 수축 작용은 부작용을 유발해 최근엔 점차 사용빈도가 줄고 있다. 모양체근이 수축되면 눈 주위나 이마에 통증이 유발될 수 있으며 동공이 수축된 상태가 지속되면 홍채가 수정체에 유착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하루 네 번 점안해야 하는 것도 불편한 점이다.
프로스타글란딘 제제
프로스타글란딘 제제는 안압강하 효과가 강력하고 복약순응도가 높아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눈의 섬모체에서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 수용체에 결합해 섬모체근을 이완시키고, 안구를 감싸는 포도막(홍채, 모양체, 맥락막을 통칭)과 공막으로 안방수 배출량을 늘려 안압을 기저안압 대비 25~30% 낮춘다. 다른 약제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하루 한 번만 점안하면 된다. 베타차단제에 비해 점안 시 자극감 및 충혈이 종종 발생하는 단점이 있지만 안압 하강효과가 좋고 투약 편리성이 뛰어나 최근 1차 약제로 사용되고 있다.
한국화이자제약 ‘잘라탄점안액’(성분명 라타노프로스트, Latanoprost)는 199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받은 최초의 프로스타글란딘 유사체 계열 녹내장치료제로 현재까지 국내외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프로스타글란딘 유사체 중에서도 내약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다. 이밖에 한국산텐제약 ‘타플로탄점안액’(성분명 타플루프로스트, Tafluprost), 한국엘러간 ‘루미간점안액’(성분명 비마토프로스트, Bimatoprost), 한국노바티스 ‘트라바탄점안액’(성분명 트라보프로스트, Travoprost) 등이 있다.
복합제
녹내장 치료 시 하나의 약물로 효과가 불충분하면 종류가 다른 2~3가지 약물을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단일제 성분의 약물을 두 종류 이상 각각 투여하는 경우도 있고, 두 가지 성분이 복합된 점안제도 있다. 복합제는 두 번째 약물을 넣기 위해 기다릴 필요가 없고, 두 가지 약물을 한 번에 넣을 수 있어 결막낭으로부터 일부 약제가 넘쳐 소실되는 것을 예방하는 장점이 있다.
한국산텐제약 ‘코솝점안액’(성분명 티몰롤말레산염+도르졸라미드염산염, timolol+dorzolamide), 한국화이자제약 ‘잘라콤점안액’(성분명 라타노프로스트+티몰롤말레산염, latanoprost+timolol), 한국엘러간 ‘간포트점안액’(티몰롤말레산염+비마토프로스트, bimatoprost+timolol) 등이 있다. 티몰롤에 프로스타글란딘 유사체를 추가한 잘라콤과 간포트는 1일 1회, 티몰롤과 탄산탈수소효소억제제가 결합된 코솝은 1일 2회 투여한다.
도전장 내미는 신약, Rho-kinase 저해제 ‘로프레사’ & 복합제 ‘로클라탄’
신약개발 트렌드도 기존 치료제와 마찬가지로 안압을 낮추는 데 집중돼 있지만 새로운 작용기전으로 안압 저하를 유도하는 게 다르다. 최근에는 새로운 작용 기전으로서 Rho-kinase 저해제가 등장했다. 주된 기전은 섬유주(방수가 눈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배출로, trabecular meshwork)를 통한 방수 유출 촉진 작용이다. 좀 더 깊게 설명하면 액틴 긴장섬유(actin stress fiber)와 초점 접착역(焦點接着域, focal adhesion)에 작용해 섬유주를 이완시켜 방수 배출을 유도한다.
2017년 12월 미국 제약회사 에어리파마슈티컬스(Aerie Pharmaceuticals)의 녹내장 치료제 ‘로프레사’(Rhopressa, 성분명 netarsudil)는 FDA에서 ‘개방각녹내장과 안압성고혈압의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Rho-kinase 저해제로 기존 약제와는 달리 안압상승에 관여하는 섬유주에 작용해 안압을 낮춘다. 하루 한 번 점안하면 되며 기존 치료제에 비해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았다.
지난 3월에는 에어리 파마슈티컬스의 복합제 신약 로클라탄(Roclatan, 성분명 netarsudil +latanoprost)이 FDA의 승인을 받았다.
이 신약은 승인된 Rho kinase 억제제 성분 네타서딜(netarsudil)과 프로스타글란딘 유사체 라타노프로스트(latanoprost)를 복합했다. 임상시험 결과 로클라탄을 투여한 환자는 라타노프로스트만 쓴 환자에 비해 안압 하강 효과가 2~3배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개방각 녹내장과 안구 고혈압 환자의 안압을 내리는 데 사용할 수 있으며 1일 1회 점안한다. 로클라탄 역시 국내에는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