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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전염성 없는데 공공장소 못 가는 건선 환자들 … 생물학적제제가 대세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9-10-28 11:05:06
  • 수정 2020-09-15 17: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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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선학회 “환자 3분의 1, 오해·편견 탓 사회생활 지장” … 완치 아닌 증상조절 개념, 코센틱스·탈츠·트렘피아 출시
박철종 대한건선학회 회장이 28일 서울대병원 암병원 지하1층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건선에 대한 생물학적제제의 효과를 설명하고 있다.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인 건선 환자 3명 중 1명은 질환에 대한 오해와 편견으로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로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잘못된 민간요법을 받아 증상이 악화되는 환자가 적잖은 가운데 생물학적제제가 새로운 치료옵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건선학회는 2019 세계 건선의 날(매년 10월 29일)을 맞아 28일 서울대병원 암병원 지하1층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건선은 초기부터 동반질환이 나타나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지만 온라인에 떠도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와 편견으로 인해 방치되는 환자가 많다”며 “최근 1차치료로 개선되지 않은 건선 환자를 대상으로 생물학적제제가 좋은 예후를 나타내고 있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건선은 국내 인구의 0.5%에서 발병하는 비교적 흔한 피부질환이다. 최유성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건선은 악화와 호전이 반복되는 비 전염성 만성 피부질환으로 인체 면역학적 이상이 원인으로 꼽힌다”며 “주요 증상으로 은백색 갈질이 덮인 붉은 발진이 얼굴을 비롯해 전신 피부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정상피부와 경계가 명확히 구분되고 작게는 동전, 크게는 손바닥만한 병변이 관찰된다”고 설명했다.
 
중증도는 건선 병변의 넓이를 기준으로 평가된다. 과거엔 전신 피부면적을 100%로 볼 때 경증은 5% 미만, 중등증은 5~20%, 중증은 20% 이상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최근엔 환자의 삶의 질 측면에서 병변 비율이 10% 이상만 되도 중증으로 분류한다.
 
병변 모양에 따라 판상, 물방울, 농포성, 홍피성 등으로 구분된다. 백인에선 판상형이 전체의 80~90%를 차지한다. 국내에서도 판상 건선이 84.6%로 가장 많은 빈도를 보이고 있다.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건선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또 건조한 겨울에 증상이 악화되고 습기가 많은 여름에 호전되는 양상을 나타낸다. 피부에 상처가 나거나 반복적인 자극을 받으면 해당 부위에 건선이 발생하기도 한다. 흡연과 비만은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 질환은 전신적인 염증 반응을 유도하기 때문에 피부병변 외에도 다양한 질환이 동반될 수 있다. 대표적인 합병증인 건선성 관절염은 전체 환자의 10~30%에서 나타나는 염증성 관절염으로 치료가 늦으면 관절이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 있다.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같은 대사성질환은 건선이 흔한 동반질환이면서 동시에 건선의 독립적인 위험인자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건선은 대사성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으며, 또 대사성질환 환자는 정상인보다 건선 위험이 약 1.3배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선 환자가 겪는 고통은 상상 이상이다. ‘전염성이 강하다’. ‘청결하지 못해 발병한다’는 등의 오해와 편견 탓에 수영장, 미용실, 헬스장 등 공공장소 출입이 제한되기도 한다. 또 유전질환이 아님에도 자녀에게 건선이 유전될까 걱정하거나, 더운 여름에도 반팔이나 반바지를 입지 못하고 온몸을 꽁꽁 감싸고 다니기도 한다. 이같은 사회적 편견 탓에 상당수 환자가 심리적 위축과 스트레스로 고통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한 해외 연구에 따르면 건선 환자의 3분의 1 이상이 외부에 나타나는 증상으로 사회생활에서 지장을 받았다고 답변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건선 치료환경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건선 치료법은 크게 국소치료법, 광치료법, 경구제 복용으로 구분된다. 이 중 10여년 전부터 국내 도입된 생물학적제제는 기존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거나 부작용이 있는 환자에게 우수한 치료효과를 보이고 있다. 생물학적제제는 건성 발생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염증매개물질을 선택적으로 차단함으로써 빠르고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
 
최근 발표된 국내 연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건선 환자의 70%가 국소도포제로 치료받았으며, 생물학적제제 사용 비율은 0.35%에 불과했지만 최근 생물학적 제제 사용 비율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 중인 생물학적제제는 IL-23 억제제인 한국얀센의 ‘트렘피아주’(성분명 구셀쿠맙, Guselkumab), IL-17 억제제인 한국릴리의 ‘탈츠(성분명 익세키주맙, Ixekizumab)와 한국노바티스의 ‘코센틱스주’(성분명 세쿠키누맙, Secukinumab) 등이 대표적이다.
 
박철종 대한건선학회 회장(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피부과 교수)은 “생물학적제제는 완치나 치료의 개념보다는 증상 악화를 늦추고, 증상 정도를 경감해 환자의 삶의 질을 눈에 띄게 개선하는 증상 ‘조절’ 개념의 약제”라며 “어떤 약제가 더 우수하다고 특정하긴 어렵지만 확실한 것은 과거 치료제보다 치료효과가 우수해 기존 병변이 대부분 소실되는 환자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조성진 대한건선학회 홍보이사(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건선 치료환경이 발전하면서 중증 건선 환자도 제대로 치료받으면 얼마든지 완치에 가깝게 증상을 완화할 수 있게 됐다”며 “치료 실패 경험으로 치료 자체를 포기했거나, 주변에 질환을 알리지 않고 숨어 있는 환자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올바른 치료를 받고 자유로운 일상을 찾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건선학회는 국내 건선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건강강좌인 건선교실을 개최하고 있다. 온라인 상에 떠도는 잘못된 건선 관련 정보들을 바로잡기 위해 학회 홈페이지 내 건선 환자를 위한 페이지를 별도 운영한다. 건선환자 메뉴에선 건선 바르게 알기, 건선 치료 및 관리, 자주묻는 질문 등 카테고리 별로 질환정보와 치료법에 대한 유용한 콘텐츠를 제공받을 수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질문을 등록하면 학회 소속 교수들이 직접 답변을 달아준다.
 
박철종 회장은 “건선 환자가 피부과 전문의에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학회 차원의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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