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듬(dandruff)은 지루성피부염의 하나로 두피에서 쌀겨 모양으로 표피가 탈락해 각질이 눈에 띄게 나타난다. 두피에 건성 또는 기름기가 있는 작은 각질 조각이 생기며 흔히 가려움증을 동반한다. 원인으로 피지선 과다분비, 호르몬 불균형, 두피 세포 과다 증식, 말라세지아 진균(Malassezia furfur , Malassezia globosa 등)의 과다 증식, 스트레스 등이 꼽힌다. 말라세지아가 비듬이 생기는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나 대체로 복합적 요인으로 생긴다.
두피에는 땀샘과 피지선이 분포해 피지를 먹이로 하는 말라세지아균이 성장하기 좋은 환경이다. 말라세지아균은 오랫동안 피부에 서식해 특정 조건에서 피부 표면에 감염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비듬, 두피염, 지루성피부염(Seborrheic Dermatitis), 어루러기(전풍, 溵風, pityriasis versicolor), 윤상체부백선(tinea circinata), 습진, 가려움증, 탈모, 여드름 등을 유발한다.
비듬은 건성과 지성으로 나뉜다. 건성비듬은 피지선 기능 저하로 피지 분비가 억제되고 피부건조로 인한 각질이상증으로 인해 발생한다. 강한 세정력을 가진 샴푸를 너무 자주 사용하면 건성두피를 유발해 비듬이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의 비듬은 지성비듬이다. 지성비듬은 피지 분비 증가로 인해 떨어진 각질이 뭉쳐 나타나며 주로 청소년기에 많이 발생한다. 성인에선 상대적으로 건성 비듬 비중이 높다.
비듬은 두피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만성피부질환으로 성인의 최소 50%가 일생에 한 번 이상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질환이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으나 아침에 분명히 머리를 감았는데도 어깨 위로 하얀 비듬이 쌓인 것을 발견했다면 치료가 필요하다.
비듬약은 외용제인 항진균제 샴푸가 주로 사용되며 이들 샴푸는 곰팡이 균의 증식을 막고 두피세포 비정상적인 증상을 억제해 비듬균의 수를 정상화한다. 약의 종류는 케토코나졸(ketoconazole), 시클로피록스(ciclopirox), 피리티온아연(zinc pyrithione) 등이 있다.
황화셀레늄 성분은 항진균제로 비듬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나 자주 사용하면 모발이 거칠어치고 두피가 뻣뻣해지며 장기간 사용하면 약효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과거에 태평양제약에서 ‘쎌손’이란 상품명으로 나왔으나 2010년에 생산이 중단됐다.
이들 약은 용기에 ‘지루성피부염’ 치료제라고 써있는 제품이 많은데 이는 비듬이 지루성피부염에 속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비듬과 지루성피부염의 상호관계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나, 비듬은 지루성피부염의 가장 흔하면서 경미한 양상이라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케토코나졸
케토코나졸은 항진균제로 이 성분을 함유한 1%제품은 비듬에 사용되고 2%제품은 비듬, 지루성 피부염, 어루러기 등에 사용된다. 말라세지아를 억제해 비듬 완화 효과를 나타내며 진균과 관련된 비듬 및 지루성피부염이 있는 환자가 사용하면 효과적이다. 장기간 사용하면 내성 균주가 나타날 수 있고 드물게 국소적 자극감이나 탈모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케토코나졸을 주성분으로 하는 한국얀센 ‘니조랄액’은 샴푸 타입 일반의약품 중 가장 유명하다. 샴푸처럼 사용하면 되고 효과가 나타나도록 충분히 거품을 내고 3~5분정도 기다린다. 1주일에 2회 2~4주 간 사용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1~2주마다 1회 적용한다. 같은 성분의 한미약품 ‘나졸액’, 동성제약 ‘비가졸액’, 경남제약 ‘키노랄액’ 등이 있다.
케토코나졸 의약품은 부작용이 적은 편이지만 탈모, 피부자극, 모발 질감의 변화, 두피 건조증이 유발될 수 있다.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해 사용한다.
시클로피록스
시클로피록스 역시 항진균제로 말라세지아균을 억제해 비듬치료에 사용한다. 항진균 작용 외에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이나 류코트리엔(leukotriene) 같은 염증 매개물질의 합성을 억제하는 항염증 작용도 있어 피부의 발적이나 가려움증에도 효과가 있다.
시판 중인 제품으로 태극제약 ‘노비프록스액’, JW신약 ‘클록스액’, 신신제약 ‘덴드로프-쿨액’ 등이 있다. 이들 약은 머리를 물로 적신 후 거품이 날 정도의 충분한 양을 적용하여 손가락 끝으로 충분히 마사지한다. 3~5분 후 모발을 물로 여러 번 헹구어 완전히 씻어낸다. 1주일에 2~3회 또는 두피질환 치료 시 필요할 때마다 사용한다. 특별한 부작용은 없으나 피부자극 발적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시클로피록스는 제형에 따라 네일라카는 손발톱무좀 치료에, 겔제와 크림제는 백선이나 칸다디증 치료에도 사용된다.
아연피리치온
아연피리치온은 항말라세지아 효과가 있으며 두피세포에 직접 작용해 각질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비듬을 완화한다. 말라세지아 세포 안에 아연(Zinc)을 과도하게 축적시켜 독성을 일으키고, 진균의 생존에 필요한 효소를 억제해 진균성장을 저해한다. 이런 독성 작용으로 말라세지아 진균이 인체 두피에서 생존하는 데 필수적인 지질분해효소의 발현이 억제돼 진균의 성장을 막는다. 비듬, 지루성 피부염, 가려움증 등에 사용된다.
나노팜 ‘진크피현탁액’과 신신제약 ‘아치온현탁액’ 등이 있다. 이들 제품은 처음 2주간은 주 2회 사용하고 이후에는 의사, 약사의 지시에 따라 사용한다. 먼저 머리를 감아 먼지 등을 제거한 후 적당량 약물을 취해 거품이 나도록 바르고 마사지한 후 물로 헹군다. 비교적 부작용은 없으며 눈에 들어가면 자극이 심하기 때문에 주의하도록 한다. 비듬방지 샴푸로 유명한 한국P&G ‘헤드앤숄더’등 시중 여러 샴푸에도 아연피리치온이 함유돼있다.
한편 2014년 국정감사에서 아연피리치온 샴푸의 독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아연피리치온이 금속 이온을 잡아주는 EDTA라는 성분과 반응하면 ‘피리치온 이온’이 발생해 용해도가 최대 53%까지 높아져 신경독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럽소비자안전과학위원회(SCCS)의 자료를 근거로 피리치온 이온의 유해성을 평가한 결과, 현행 사용 한도에서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돼 있다고 해명했다. 유럽에서 아연피리치온을 2% 함유한 샴푸도 안전하다고 평가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선 1%로 더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일반의약품 비듬샴푸를 사용하면 7~14일 이내에 효과가 나타난다. 사용 후에도 증상이 완화되지 않는다면 병원을 방문해 진료받아야 한다. 또 한 가지 성분의 샴푸를 장기간 사용하면 내성이 생겨 효과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른 성분의 샴푸로 바꿔 사용해 보는 게 좋다.
비듬이 자주 재발하는 편이라면 평소에도 비듬을 예방하는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되도록 저녁에 머리를 감고, 감고 난 뒤엔 샴푸가 남지 않도록 깨끗이 잘 헹궈야 한다. 세심하게 헹구는 과정은 샴푸하는 것 못잖게 비듬 치료에 중요하다. 두피에 자극을 줄 수 있는 헤어드라이기는 적절한 거리에서 차가운 바람으로 사용한다. 베개나 이불을 자주 세탁해 햇볕에 말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건성비듬의 경우 두피 전용 보습제 등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