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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가 독감백신 시장서 GSK와 손잡은 GC녹십자 … 시장 독주 가능할까?
  • 손세준 기자
  • 등록 2019-10-15 23:52:52
  • 수정 2021-08-19 03:2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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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 성장세 견제하려 ‘물량 대 물량’ 전략적 선택 … 국산·외제 병용 선호 병의원 요구에 부응, ‘시너지’ 기대
국내 4가 독감백신 매출액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GC녹십자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주’(왼쪽부터), 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셀플루주’, GSK ‘플루아릭스테트라주’
독감의 계절이 돌아오면서 국내 독감백신 제조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 등 북반구에 있는 나라는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독감이 유행한다. 국내 백신 제조사는 8월 말, 외국계 제조사는 10월 초부터 각 병·의원에 백신을 공급한다.
 
국내 허가된 독감 백신은 3가 백신(바이러스 A형 2종·B형 1종) 8개, 4가 백신(A·B형 각 2종) 11개 등 19개 품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번에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약 2500만명분의 독감 백신이 출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9월 기준 출하 신청된 백신은 2200만명 분으로 3가 백신이 1000만명, 4가 백신은 약 1200만명 분이다. 전년 대비 3가 백신은 200만명 분이 줄고 4가 백신은 30만명 분이 늘면서 4가 백신이 더 많이 출하된다.
 
4가 백신은 4가지 종류의 독감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지만 국가 필수 무료 예방접종사업(NIP)에 포함되지 않으며 가격도 3가 백신에 비해 비싸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4가 독감백신 시장 선두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플루아릭스테트라주’(4가)다. 이 제품은 2018년 11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위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셀플루주’(4가)로 같은 기간 113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3위 GC녹십자는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주’(4가)로 77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4위는 사노피파스퇴르, 5위는 보령바이오파마였다.
 
GC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미 백신을 출하하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GC녹십자는 올해 3가 백신 ‘지씨플루프리필드시린지주’ 450만 도즈, 4가 백신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 400만 도즈 등 총 850만 도즈, 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셀플루주(3가, 4가)는 500만 도즈 분량의 백신을 공급할 계획이다.
 
녹십자는 무료 접종 시장을 노려 여전히 3가 백신 물량을 우위에 두면서도 고부가가치인 4가 시장도 밀리지 않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이다. 4가 백신으로 자사 제품은 물론 GSK 제품도 공동 판매에 나섰다.
 
GC녹십자의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주는 국내에서 제조된 4가 독감 백신 중 6개월 이상 모든 연령에서 접종이 가능한 유일한 제품이다. 6개월 이상 접종 외국계 제약사 백신으로는 GSK의 플루아릭테트라주와 사노피파스퇴르의 ‘박씨그리프테트라주’가 있다.
 
올해 4가 백신 시장에선 판도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지난 8월 유한양행이 판매를 담당했던 GSK의 플루아릭스테트라주가 GC녹십자 품으로 넘어가면서 GC녹십자는 순식간에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를 전망이다. 2018년 기준으로 1위인 GSK와 3위인 GC녹십자의 4가 백신 매출액을 합하면 193억원으로 2위 SK바이오사이언스의 113억원을 크게 앞지른다.
 
출하 물량으로 보면 GC녹십자 850만 도즈와 GSK 약 200만 도즈를 합하면 1050만 도즈로 올해 계획된 총 2500만 도즈 중 약 42%를 GC녹십자 1개 기업이 판매하는 셈이다.
 
하지만 자사의 4가 백신을 보유하고 있는 GC녹십자가 GSK의 동일 계통 제품을 공동 판매하는 것은 의아하다. 양사의 주력 4가 백신 모두 유정란 배양방식을 적용했고 6개월 이상 영유아 접종이 가능한 점도 똑같다. SK바이오사이언스 제품은 국내 유일 세포배양 방식을 적용한 독감 백신으로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는 데 반해 두 제품은 큰 차이가 없다.
 
스카이셀플루주는 만 3세 이상이 접종 대상이라 환자층이 얇은 게 단점이다. 반면 세포배양 방식을 적용해 보존제를 첨가할 필요가 없고, 유정란 사용 과정에서 우려되는 부화 닭에 대한 항생제 투여나 계란 단백질 알레르기 관련 부작용도 덜한 게 장점이다.
 
GC녹십자가 그럼에도 공동 판매를 감행한 이유는 매출액 감소세를 만회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GSK 플루아릭스테트라는 2017년 대비 매출이 36.26%, GC녹십자 지씨플루 쿼드리밸런트는 34.18% 감소했다. 같은 기간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셀플루는 6.61%, 사노피의 박씨그리프테트라는 4.34%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에 GC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는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됐다.
 
독감백신 제조업체 관계자는 “GC녹십자가 주력 제품인 백신에서 SK와 격차가 벌어지자 위기를 느낀 것”이라며 “시장점유율 회복과 영업망 강화를 위한 자구책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즉 GC녹십자가 GSK로부터 일정량 이상을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서라도, 이로 인해 마진이 줄어들 가능성도 높지만 SK와의 물량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심산이 엿보인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세포배양 백신이라는 포인트로 광고하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 제품에 대해 일선 병의원에선 큰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데다 각 의료기관마다 국산·외산 제품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공동 판매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GC녹십자가 판매하는 백신의 출하시기가 다른 점도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됐다. GC녹십자 지씨플루 제품군(3가와 4가)은 8월말, GSK 플루아릭스테트라주는 이달 첫주부터 출하가 이뤄지고 있는데 GSK 제품이 출하되기 전에 지씨플루 제품군을 한 달가량 먼저 공급하면서 영업망 확대에 나섰다. 출하시기가 다른 것은 해외 제조소에서 들어오는 백신의 통관절차가 1개월 이상 소요돼 출하가 지연되기 때문이다.
 
GC녹십자 측은 확보한 영업망을 활용해 시장점유율 1위인 GSK 제품과 자사 제품을 함께 판매해 전체 시장에서 압도적인 입지를 다지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현장에서 영업사원은 기존 3가 백신 공급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4가 백신을 동시에 공급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특별히 영업사원에게 부여된 가이드라인은 없다”고 말했다.
 
정현주 GSK 백신 마케팅팀 본부장은 “독감백신 종류가 다양해 일반인은 물론 전문 의료기관에서도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며 “전국 병의원을 시작으로 내년 초까지 안정적인 국내 공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4가 백신 시장의 가격 경쟁이 과열돼 전체적으로 매출 하락을 겪는 시점에서 업체 간 시장점유율을 확대를 위한 치열한 전투가 시작됐다. GC녹십자가 선택한 공동판매 전략으로 어떤 시너지 효과를 얻을지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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