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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엘비 주식시장의 매직, 과연 유종의 미 거둘까 … 회사 변천사 살펴보니
  • 손세준 기자
  • 등록 2019-10-07 18:43:35
  • 수정 2021-08-26 17: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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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개월만에 주가 5배 상승 … 중국 시판 성공사례 보고 투자, 미국서 3~4차 치료제 허가 안나면 후폭풍 예상

지난 6월 26일 진행성 전이암 말기(3기) 위암 치료제 신약후보물질로서 3상 톱라인(핵심 요약) 임상결과를 발표해 주가가 7만2000원에서 이틀 뒤 3만5300원으로 반토막이 났던 곤두박질쳤던 에이치엘비의 주가가 지난달 2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유럽종양학회(ESMO 2019)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 3상 임상결과를 내놓자 급반등했다.
 
최근 석달 중 지난 7월 30일 주당 2만1800원으로 바닥을 찍었던 에이치엘비의 주가는 10월 7일 종가 기준으로 10만8900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진양곤 HLB 대표가 ESMO 2019에서 연구결과과 공개되는 것과 즈음해 직접 유튜브에 출연해 리보세라닙의 3차 또는 4차치료제로서의 미국 식품의약국 신약 허가를 자신하는 목소리를 내자 언론은 어느새 ‘임상 성공’이라는 기사를 쏟아내며 부화뇌동하는 분위기다. 만약 시판허가를 얻지 못하면 큰 후폭풍이 예상된다.
 
회사 측은 리보세라닙의 전체 생존기간(OS) 연장 실패는 비중을 적게 두고 2차 평가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PFS), 객관적반응률(ORR), 질병통제율(DCR) 등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임상결과 해석을 내놓은 게 시장에서 먹히는 모양새다. 후발 투자자의 경계심을 일깨우는 이 회사의 성장스토리를 소개해본다.
 
에이치엘비는 1975년 당시 현대그룹 소속 현대정공의 자회사인 경일요트를 기반으로 시작해 1979년부터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대형선박에 들어가는 구명정을 본격 납품했다. 2000년 현대정공으로부터 분사된 현대라이프보트(Hyundai Life Boat)로부터 지금의 사명이 유래했다. 현대라이프보트는 당시 코스닥 등록회사였던 국제정공의 경영권을 사들여 2005년 4월 제대혈은행 및 임상시험 수탁(CRO)를 전문으로 하는 비상장사 라이프코드인터내셔널(당시 대표 최수환)을 우회상장했다.
 
1985년 설립돼 산업용 밸브를 제조했던 국제정공은 국제통화기금(IMF)발 외환위기 여파로 1998년 10월 부도처리됐다. 1999년 2월~2002년 5월 법정관리를 거쳐 시데코구조조정전문회사·S&K파트너스사 등에 인수됐으나 이들이 담보대출·유상증자 등으로 마련한 자금을 횡령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게임·엔터테인먼트 기업 등이 이 회사 지분을 매입하면서 사업변경 등 소문이 무성했지만 기업회생보다는 주가조작·우회상장 통로로 활용됐다.
 
라이프코드인터내셔널이 우회상장하기 직전인 2005년 3월 국제정공은 자본잠식률 50% 이하, 경상손실 및 시가총액 50억원, 매출액 30억원 이상 등 기준에 못미쳐 다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현대라이프보트는 2005년 4월 라이프코드인터내셔널로 사명을 변경한 뒤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100% 자회사로 편입하고 우회상장에 성공했다. 상장사 사명이 국제정공에서 라이프코드로 바뀌었고 현대라이프보트는 법률상 라이프코드의 자회사가 됐다. 이와 동시에 현재 에이치엘비의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계열사 라이프리버 대표로 있는 최수환 씨를 라이프코드의 대표이사로 앉혔다.
 
라이프리버는 라이프코드인터내셔널이 영위하던 줄기세포, 모낭치료제, 인공간 사업 중 가장 상용화가 빠를 것으로 기대되는 인공간 사업부문만을 떼어내 지난해 분사한 회사다. 에이치엘비가 지분 15.53%를 보유한 계열사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이 라이프리버 지분 98.9%를 보유하고 있다.
 
2005년 10월엔 라이프코드인터내셔널 회장에 미국국립보건원(NIH) 출신으로 임상시험 분야 권위자인 이영작 박사를 선임했다. 이 회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둘째 오빠 이경호씨의 장남으로 미국종합암네트워크 (NCCN, 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에서 근무했고 미국 국립모자건강연구소 통계실장까지 지낸 인물로 당시 한국에서 라이프코드-웨스텟코리아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앞서 이영작 씨는 2000년 미국의 임상시험 수탁회사인 웨스텟의 자회사인 웨스텟코리아(대표 이영작)를 출범시키고 대표를 맡았다. 2001년 신생아 탯줄에 남은 피(제대혈)를 냉동 저장해 백혈병 등 혈액질환 발병에 대비하는 라이프코드(대표 최수환)란 회사와 웨스텟코리아의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사업 부문만을 합병해 사명을 라이프코드스텟코리아로 변경했다. 2007년 지금의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LSK Global PS)로 개명했다.
 
서울대 공대 출신인 이 회장은 항암치료 관련 통계분석 등 전산 역량과 경험을 사회과학에 적용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위해 1987년부터 여론조사를 시작해 십수년간 선거전략가로 이름을 날렸다. 2012년 대선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캠프에 합류하는 등 정치권과도 인연이 있다. 그는 현재 국내 최대 CRO인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 대표, 한양대 석좌교수, 한국임상CRO협회 회장으로 있다.
 
에이치엘비의 미국법인인 LSK바이오파마와 이 회장의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는 별개 회사다. 최수환과 이영작은 사실상 LSK Global PS의 공동 창업자이면서 각각 고문과 대표이사를 나눠 맡고 있다. 이 회사 김성철 대표이사도 지난 8월까지 LSK바이오파마 등기 대표이사를 맡는 등 두 회사의 관계는 유기적이다.
 
비상장사였던 현대라이프보트는 2008년 3월 LCD부품 생산기업인 하이쎌을 통해 우회상장했다. 적자 폭이 커지는 등 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하이쎌을 금융투자자였던 진양곤 에이치엘비바이오 회장이 인수하면서 재무·사업 구조 개편이 이뤄졌고 2007년 158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액이 2009년 712억원으로 반전했다. 이 회사가 생산하던 주력 제품인 백라이트시트(BLS)는 한 때 국내 점유율 35%를 웃돌며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라이프코드인터내셔널은 2007년 10월 ‘아이리버 MP3’로 유명한 산업디자이너 김영세 씨의 회사인 이노GDN에 인수됐다. 이명박 정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이기도 했던 김 대표는 자신이 개발한 ‘INNO-T0’ MP3 플레이어 300개를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해외 국빈 방문 시 선물로 제공하겠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수환 라이프코드 대표는 자금난으로 회사를 매각했지만 전문경영인으로 남아 사업을 계속했다. 이노GDN의 출자회사 중 하나가 표적항암제 아파티닙(성분명 리보세라닙, rivoseranib)을 개발 중인 미국 LSK바이오파트너스(LSKB)였다.
 
하지만 이노GDN은 당기순손실 100억원에 달하는 등 경영난에 시달리다 1년 뒤인 2008년 10월 현대라이프보트가 생산하는 요트 디자인을 맡는 등 협업하는 명목으로 매각됐다. 현대라이프보트의 모회사인 하이쎌은 현대라이프보트의 주식 73.4%, 약 300억원 상당을 이노GDN에 현물출자해 주식 66.43%를 취득하며 대주주가 됐다. 이노GDN은 현대라이프보트의 모회사가 됐다. 상장사였던 이노GDN에 현물출자한 현대라이프보트의 비상장주식이 상장주식으로 바뀌며 현대라이프보트는 자금 유동성을 확보했다. 현대라이프보트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4대강 사업, 해양레저산업 육성의 직간접 수혜주로 주목받기도 했다.
 
2009년 3월 이노GDN은 현대라이프보트의 영어 약자인 에이치엘비로 사명을 바꿨다. 현대라이프보트 지분 74.59%를 보유하고 있던 에이치엘비는 2009년 10월 주식교환을 통해 나머지 지분을 전부 확보하고 현대라이프보트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사실상 에이치엘비그룹의 모회사로 조선해양 및 전자인쇄 사업을 영위하던 하이쎌은 업황이 악화돼 2013년 1월 주력인 전자인쇄사업 부문을 모바일광고 플랫폼 사업을 영위하던 리치커뮤니케션에 95억원에 매각했다. 이로써 하이쎌은 에이치엘비의 조선해양사업+바이오사업 부문과 전자사업 부문을 분리시키면서 소멸됐다.
 
에이치엘비는 2015년엔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Salt Lake City)에 본사를 둔 LSK바이오파마(LSKB)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비(非)연구·개발 전문 바이오벤처(No Research Development only Bio venture, NRDO)로 2005년 설립된 LSK바이오파마는 캘리포니아 소재 바이오테크어드벤첸(Biotech Advenchen Laboratories)로부터 2007년에 아파티닙(Apatinib)을 라이선스 인(license-in)했다.
 
에이치엘비는 2009년 이 회사에 투자를 시작해 2015년 주식 스왑을 통해 최대주주가 됐다. 중국에서 리보세라닙이 시판되기 시작한 2014년 투자규모를 늘려 지분 60%를 확보했다. 2016년엔 아파티닙의 글로벌 임상을 위해 LSK Global PS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지난 6월엔 미국 100% 자회사인 에이치엘비USA를 통해 LSKB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이를 계기로 지난 9월 1일 LSK바이오파마를 엘리바테라퓨틱스(
Elevar Therapeutics)로 개명하고 알렉스 김(Alex Kim)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합병 체결은 10월 30일 이뤄질 예정이다. 이에 비상장기업 LSKB는 상장사 에이치엘비를 통해 우회상장 효과를 보게 됐으며 신약 개발사를 소유로 에이치엘비 기업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가 개발한 아파티닙(Apatinib mesylate, 코드명 
YN968D1)의 중국 내 개발권은 중국 장쑤성 소재 항서제약(恒瑞醫藥, Jiangsu Hengrui Medicine, 헝루이이야오)이 2004년말 획득했다. 이 약은 본래 중국계 미국인인 폴 첸(Paul Chen)이 설립한 애드벤첸래버러토리(Advenchen Laboratories)가 개발했다. 2007년 중국 이외 지역의 글로벌 판권을 LSK바이오파마(현 엘리바)에 양도했다. 폴첸은 중국에서 약학을 전공하고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유기화학 석사를 취득하고 Neurogen, Cytel, Amgen 등 글로벌 제약회사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한 후 2003년 캘리포니아에 Advenchen Laboratories를 설립했으며 현재는 에이치엘비 이사회 멤버로 조력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파티닙은 2014년 11월 중국 식약청(CFDA)로부터 진행성 말기 위암 3차 치료제 신약 품목허가를 받아 2015년 8월 중국시장에서 ‘아이탄’(Aitan)이란 상품명으로 본격 판매에 들어갔다. 이 약의 한국 판권은 부광약품, 유럽과 일본 판권은 LSK바이오파마와 부광약품이 보유하고 있다. 이로써 에이치엘비는 공동 개발자로서 중국 내 아이탄 매출의 일부를 배분받고 있다. 아이탄의 2016년 중국 매출은 1.7억달러, 2017년은 2.5억달러(약 3000억원)였다.
 
아이탄이 만약 한국·유럽·일본 등에서 시판되면 에이치엘비와 부광약품의 이득 배분 수입이 기대된다. 동일 물질인데도 차별화를 기하기 위해 중국에서는 아파티닙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는 리보세라닙이란 다른 성분명으로 명명하고 있다.
 
지난 6월 3상 임상결과가 실망스럽게 나오자 오세중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 이미 시판 중인 약으로 임상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이번 3상 결과로는 신약 허가가 어려울 수도 있다”며 “위암의 2차치료와 간암 1차치료제로서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기대치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리보세라닙 3상 시작과 함께 주가가 급등해 같은해 9월말엔 2017년말 1만2500원의 10배가 넘는 12만6000원을 기록해 시가총액 5조원을 넘기도 했다. 그에 비해 실제 경영성적은 저조한 편이다. 지난해 연 매출이 360억원을 기록했지만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에이치엘비 임원의 스톡옵션 행사도 이어졌다. 김성철·김하용 공동대표는 지난해 스톡옵션 행사로 각각 265억원과 172억원, 알렉스 김 대표 146억원, 홍현실 부장 64억원 등 이익을 챙겼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이 지난 3월 27일 돌연 일신상의 사유로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2017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1년 9개월 만에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했다. 이 때 에이치엘비는 김성철 LSK바이오파마 대표와 김하용 에이치엘비생명과학 대표가 이끄는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그러나 석달 뒤인 지난 6월 10일 대표이사로 복귀하면서 김성철 LSK바이오파마 대표만 등기임원을 유지하고 나머지는 사퇴했다.
 
회사 측은 공시를 통해 “글로벌 3상 임상 결과 발표와 미국 시판허가 등 주요 사안이 집중됨에 따라 해외투자기관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최대주주이자 이사회 의장인 진 회장의 복귀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됐다”며 “최근 주가하락에 대응하는 동시에 글로벌 신약 시판허가까지 책임지고 관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리보세라닙’ 글로벌 임상 3상 결과 발표를 목전에 둔 시점에 진 회장이 갑작스럽게 사임했다가 석달 만에 마음을 다잡고 복귀한 것은 석연치 않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실망스런 리보세라닙 임상결과, 일본 라이선스 아웃 성사 실패 등의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가 같은 임상시험 결과도 해석만 달리하면 충분히 시장에서 먹힐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9일 ESMO 2019 발표와 동시에 유튜브 방송을 통해 리보세라닙을 적극 방어하기 위해 많은 물밑작업이 있었고 신뢰감을 주는 프리젠테이션을 하기 위해 방송 연습에 공을 들였다는 후문도 들린다.
 
원래 진 회장은 바이오업계에 문외한이었다. 금융투자자로 전직 은행원 출신인 진 회장은 하이쎌 인수에 투자금을 넣어 전자인쇄 사업과 인연을 맺은 뒤 2008년 하이쎌의 자회사로 인수한 에이치엘비(당시 이노GDN)를 했다. 이노GDN은 명색만 전자업체이지 사실상 구명정 건조 등 선박건조업이 중심이었다. 중국에서 시판된 아파티닙의 성공을 보고 다소 무모하게 뛰어든 에이치엘비의 도전도 아름답게 귀결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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