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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종양학회(ESMO), ‘넥틴-4’ ‘RET’등 새로운 표적항암제 등장
  • 송인하 기자
  • 등록 2019-10-02 00:09:08
  • 수정 2020-09-16 17:4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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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면역억제제 병용요법, 혈액검사기반 암진단, 요로상피암·위암 치료제 등 다양한 혁신 시장 기대감 불러
지난달 27일부터 5일간 열린 2019년도 유럽종양학회 총회(ESMO Congress 2019)는 미충족 수요가 높은 질환에 대한 신규 표적항암치료제·면역항암치료제가 소개되고, 장기사용에 따른 효과도 재입증되는 등 암환자의 갈증을 상당 부분 해소한 연구결과가 쏟아져 지난 6월 조용했던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19)보다 활기에 넘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ESMO Congress 2019 사진제공
지난달 27일부터 10월 1일까지 열린 유럽 최대 규모의 2019년도 유럽종양학회 총회(ESMO Congress 2019, European Society for Medical Oncology)에선 ‘넥틴-4’ ‘RET’등 새로운 표적을 겨냥한 신약후보물질이 소개돼 관련 환자의 치료 기대감과 제약사의 빅 히트를 예감케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Fira Gran Via) 전시장에서 진행된 이번 학술 대회는 ‘더 나은 암환자 관리를 위한 과학의 변신’(Translating Science into Better Cancer Patient Care)’이란 주제로 작년보다 16% 증가한 총 3904개의 논문초록이 접수됐다.
 
학회 이틀째인 28일 일본 아스텔라스와 미국 시애틀제네틱스(Seattle Genetics)는 공동개발 중인 항체-약물복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 엔포투맙 베도틴(enfortumab vedotin)을 미국 MSD(머크)의 면역관문억제제인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Pembrolizumab) 병용할 경우 유효성은 향상되고 안전성에도 문제가 없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엔포투맙은 요로상피암에서 높은 비율로 발현하는 단백질인 ‘넥틴-4(nectin-4)’를 표적으로 삼는다. 임상 1상 결과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 중 시스플라틴 화학요법에 적합하지 않은 환자 4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엔포투맙·펨브롤리주맙 병용요법을 실시한 결과 종양 크기는 71% 줄어들었다. 또 다른 암치료를 받은 적 없는 말기 환자의 13%는 종양이 소멸됐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지난 7월 16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면역관문억제제를 요로상피암 치료제로 사용한 경험이 있는 환자의 차후 치료제(later-line treatment)로 엔포투맙을 승인할 것을 요청을 했다.
 
28일 미국 생명과학 회사 그레일(Grail)은 혈액검사로 20가지 이상의 암을 감지하고 그 암의 근원까지 추적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DNA에 붙어 유전자가 켜지거나 꺼지는 것에 영향을 주는 작은 화학물질인 메틸(methyl group)을 찾아내는 것에 초점을 맞춘 신기술이다. 유전자의 온-오프 발현 패턴이 표준과 다르면 암으로 의심될 수 있다.
 
이 논문의 수석 저자인 미국 하버드대 다나파버암연구소의 제프리 옥스나드(Geoffrey Oxnard)는 “메틸화 기반 측정법이 혈액 샘플에서 암종별 표적유전자를 검출해 다양한 형태의 암을 예측하는 전통적인 DNA 접근법을 능가한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이달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세계정상회담(ASCO’s Breakthrough global summit)에서 추가적인 데이터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지난달 10일 세계폐암학회(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the Study of Lung Cancer, IASLC)에서 최초의 KRAS(G12C) 저해제로 주목받은 암젠의 ‘AMG 510’은 대장암 임상 결과가 기대에 못미쳐 실망감을 안겼다. 본래 폐질환 치료 연구에 사용할 목적으로 개발된 신약후보물질이라 대장·직장암 임상에선 별다른 효능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임상 1상에서 KRAS G12C 돌연변이 고형종양을 보인 76명의 환자 가운데 하루 최대 960mg까지 복용할 수 있는 12명의 환자를 집중치료한 결과 1명에서 부분적 치료반응(Partial response, PR)이 나타났다. 10명은 92%의 질병통제율(disease control rate)을 보이는 안정병변(Stable Disease, SD)였다. 1명은 통계에 잡히지 않았다. 안전성을 위협할 주요 부작용은 없었다.
 
투자자들이 원하는 두자릿수 치료효과를 겨냥해 연구팀은 15% 치료반응률(Overall Response Rate, ORR)을 목표로 삼았으나 기대와 달리 고용량 투여 환자군에서도 ORR이 8%에 그쳤다. 이로써 미국 월가의 기대치는 매우 낮아졌다. 통상 대장암은 폐암보다 더 연구가 어렵다. 암젠은 단기간으로 봤을 때는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전했다. 그러나 암젠은 2020년 초 대장암 및 폐암 단일요법제로서 임상데이터를 기대하고 있다.
 
다음 날인 29일엔 미국 릴리의 RET(rearranged during transfection) 억제제인 셀퍼카티닙(selpercatinib) 신약후보물질이 희귀 갑상선암을 절반 이상 줄였다고 발표했다. 이번 1/2상 임상 데이터는 2개 이상의 키나제억제제로 사노피젠자임(Sanofi Genzyme)의 ‘카프렐사(Caprelsa, 성분명 vandetanib)’나 엑셀리시스(Exelixis)의 ‘카보메틱스(Cabometyx, 성분명 cabozantinib)’로 치료한 경험이 있는 55명의 RET 돌연변이를 보인 갑상선수질암(RET-mutant medullary thyroid cancer, MTC)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환자의 56%에서 종양이 줄어들었음을 밝혔다.
 
셀퍼카티닙은 릴리가 올해 초 항암제 전문 바이오벤처인 록소온콜로지(Loxo Oncology)를 80억달러에 인수하면서 파이프라인에 추가한 신약후보물질이다. 201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혁신적 치료제로 지정받았다.
 
로슈와 제넨테크는 유전체 혈액검사로 침습성 조직생검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유전체 혈액검사는 조직 샘플 채취를 위해 수술할 필요가 없으며 검사결과는 환자에게 어떤 치료가 적합할지 알려줘 치료에 도움이 된다. 혈액우선유전체분석검사(Blood-First Assay Screening Trial, BFAST)는 혈액에 떠다니는 DNA 조각으로 종양 내에서 진행되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스크리닝하게 된다.
 
두 회사는 시험 대상자 중 5%의 혈액순환종양 DNA(circulating tumor DNA)에서 ALK 유전자 재배열(ALK gene rearrangement)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통적인 조직생검 샘플에서 나타나는 비율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이들 회사는 소개했다.
 
ALK는 역형성 림프종 인산화효소(ALK, Anaplastic Lymphoma Kinase)로 전체 폐암 환자의 약 85%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약 4~5%에서 ALK 변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대표적인 ALK 억제제인 알레센자(Alecesna, 성분명 알렉티닙 alectinib)의 경우 치료받은 환자의 75% 이상이 1년 후 병이 진행되는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
 
이밖에 BMS는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 nivolumab)’ 및 ‘여보이(성분명 이필리무맙 ipilimumab)’ 병용요법으로 폐암·흑색종·식도암·전립선암·자궁경부암 등 다양한 암종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흑색종에서 5년의 장기생존 데이터를 내놓은 유일한 제약사로 각인됐다. CheckMate-067 임상에서 1차 옵션으로 옵디보-여보이 병용을 사용한 환자군의 5년 생존율은 52%였다.
CheckMate-227에서도 옵디보·여보이 병용은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의 가치를 높였다. PD-L1 양성 및 음성 환자 모두에서 생존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미국 MSD의 KEYNOTE-522 임상은 삼중음성 유방암(triple-negative breast cancer, TNBC)에서 수술 전 선행화학요법 치료제로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의 긍정적 역할을 입증했다. 키트루다와 기존 화학요법제 병용은 PD-L1 발현과 상관없이 화학요법제 단독요법 대비 병리학적 완전반응(pathological Complete Response, pCR)을 유의미하게 개선했다. 키트루다는 이전에 치료받은 적 없는 비전이성 TNBC 환자의 68.9%에서 pCR을 보였다. 이에 비해 위약군은 54.9%에 그쳤다.
 
그동안 MSD는 키트루다를 전이암 치료제로 집중 육성했으나 TNBC 대상 임상결과는 비전이성암, 또는 초기암에 적용할 만한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린파자(성분명 올라파립, Olaparib)’는 PARP(Poly ADP-ribose polymerase) 억제제로는 처음으로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에 가능성을 보였다. Profound 임상에서 린파자는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 환자 중 BRCA1, BRCA2, ATM 돌연변이 중 하나의 돌연변이를 갖고 있는 환자의 질병 진행이나 사망 위험을 무려 66%까지 줄였다.
 
특히 린파자는 상동 재조합 DNA 회복유전자(Homologous Recombination DNA Repair Gene) 15개 중 1개라도 돌연변이(HRRm)가 있는 환자에서 질병의 진행 혹은 사망위험을 51%까지 줄였다.
 
로슈의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 atezolizumab)’은 Impower110 임상을 통해 단독으로 1차 비소세포폐암 치료에서 전체생존기간(OS)연장을 입증했다. PD-L1 발현율이 높은 환자군은 티쎈트릭 단독만으로도 긴 OS를 나타냈다.
 
이번 ESMO에서 발표된 임상데이터에 근거해 향후 관련 치료제 간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PARP 억제제의 경우 린파자와 GSK의 ‘제줄라(Zejula, 성분명 니라파립 niraparib)’가 BRCA 변이와 상관없이 이미 항암치료를 받은 난소암 환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줬다. 다만 린파자는 로슈의 ‘아바스틴(베바시주맙)’의 병용요법으로, 제줄라는 단독요법으로 쓰여 경쟁 조건이 달라진다.
 
이와 함께 사이클린의존인산화효소 4/6(CDK 4/6) 양성 유방암 치료제로는 화이자의 ‘입랜스’(Ibrance, 성분명 팔보시클립, palbociclib)가 선두를 잡고 있는 가운데 노바티스의 ‘키스칼리(Kisqali, 성분명 리보시클립, ribociclib)’와 릴리의 ‘버제니오(Verzenio 성분명 아베마시클립 abemaciclib)’도 각각 MONALEESA-3 임상과 MONARCH-2 임상 결과를 ESMO에 발표하면서 시장 도전의 출사표를 던졌다.
 
두 임상 모두 여성호르몬 억제제인 풀베스트란트(fulvestrant)와의 병용요법이 기본 옵션이다. 이중 MONALEESA-3 임상은 폐경 후 환자를 대상으로 키스칼리+풀베스트란트 병용요법을 시행한 결과 풀베스트란트 단독요법 대비 전체생존기간(OS)를 유의미하게 개선해 사망위험을 30% 안팎으로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MONARCH-2 연구는 과거 내분비요법으로 치료받은 적이 있는 폐경 전후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이들 신약후보물질은 긍정적인 결과로 입랜스와의 본격 경쟁을 알렸다.
 
아스트라제네카는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표피 성장인자수용체(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 관련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Osimertinib)’ FLAURA 3상 전체생존기간(OS) 데이터를 공개했다.
 
국내 기업들도 전시부스를 마련하고 연구개발 성과를 전세계에 홍보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바이오시밀러인 ‘트룩시마’(성분명 리툭시맙, rituximab, 로슈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와 ‘허쥬마’(성분명 트라스투주맙, trastuzumab)를 내세워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허쥬마는 29일 포스터를 통해 허쥬마 3년 장기추적 임상 결과도 공개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별도의 부스를 마련하진 않았지만 ‘온트루잔트’(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를 MSD가 주요 품목으로 소개하며 마케팅 활동을 벌였다.
 
에이치엘비 자회사 엘리바 테라퓨틱스는 처음으로 부스를 마련하고 알렉스 김(Alex Kim) 대표 등 핵심 임원이 총출동해 위암치료제로서 글로벌 3상을 마친 ‘리보세라닙’(성분명 아파티닙, apatinib) 3상 임상 전체 결과를 29일 공개했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KoNECT)도 한국 임상시험의 글로벌 경쟁력을 알리고 국제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전시부스를 열어 상담을 진행했다. 한미약품과 아테넥스(한미 기술 도입한 미국 기업)를 비롯해 이수앱지스, 지아이이노베이션, 싸이토젠, GC녹십자, 에이비온 등은 포스터와 세미나를 통해 연구성과를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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