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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B ‘리보세라닙’ 임상 3상 긍정 평가 … 지나친 확대해석 경계해야
  • 손세준 기자
  • 등록 2019-09-30 17:01:05
  • 수정 2023-11-13 15:4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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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6월 발표한 OS 목표치 도달 실패 동일 … 미 FDA 품목허가가 진짜 성패 결정
항암제 신약개발 전문회사인 에이치엘비(HLB)의 미국 자회사 엘리바테라퓨틱스(Elevar Therapeutics)가 경구용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최초 및 중국 성분명 아파티닙, apatinib, 중국 제외 성분명 rivoceranib)의 위암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를 지난 29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유럽종양학회(ESMO 2019)에서 발표했다.
 
HLB 측은 이번 임상 결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신약허가신청(NDA)을 위한 사전 미팅을 진행해 품목허가 승인 가능성을 타진할 계획이다.
 
리보세라닙 3상 임상시험은 2017년 2월~2018년 10월 12개국 88개 병원에서 2차 이상 표준치료에 실패한 위암 환자 460명(308명 리보세라닙 투여군, 102명 위약 투여군)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북미, 유럽, 아시아인 환자 중 비슷한 기전의 위암 2차 치료제인 릴리의 ‘사이람자(라무시루맙, Ramucirumab)’ 치료에 실패한 사람을 임상 대상으로 정했다.
 
3상 임상은 리보세라닙·최적지지요법(Best Supportive Care, BSC) 병용군과 위약·최적지지요법 병용군(대조군)을 비교 평가했다. BSC란 기존 치료로 만족할 만한 치료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질환과 관련 증상에 맞게 의사가 최적의 치료제를 선택해 조합하는 것을 말한다.
 
1차 평가지표는 전체 생존기간(OS), 2차 평가지표는 무진행생존기간(PFS), 객관적반응률(ORR), 질병통제율(DCR), 삶의 질(QoL), 안전성 등이었다.
 
임상 결과 OS는 리보세라닙+BSC 투약군 5.78개월, 대조군 5.13개월로 나타나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으나 그 외 PFS, ORR, DCR, QoL 등은 목표치에 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리보세라닙·BSC 병용군의 PFS는 2.83개월로 위암 3차 치료제로 허가받은 일본 다이호제약의 ‘론서프(성분명TAS-102)’+BSC의 2개월, ‘오노약품공업의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 Nivolumab)’+BSC의 1.6개월보다 높았다.
 
대조군의 PFS 결과는 리보세라닙+위약은 1.77개월, 론서프+위약 1.8개월, 옵디보+위약 1.5개월로 유사했다.
ORR은 리보세라닙·BSC 병용군이 6.87%인 데 비해 리보세라닙·위약 병용군(대조군)은 0%였다.
DCR은 리보세라닙·BSC 병용군이 42.37%인 데 비해 대조군은 13.08%로 나타났다.
 
반면 옵디보·BSC 병용군은 ORR 11.2%(대조군 0%), DCR 40%(25%)를 보였다. 론서프·BSC 병용군은 ORR 4%(2%), DCR 44%(14%)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4차 치료 이상을 받은 환자군에서 리보세라닙·BSC 병용군은 OS가 6.43개월로 나와 리보세라닙·위약 투여 대조군 (4.73개월)에 비해 월등이 높았다고 강조했다. 또 PFS 3.52개월로 대조군 1.71개월에 비해 크게 연장됐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대규모 글로벌 임상시험으로 리보세라닙의 안전성이 확인돼 위암 3차 치료제로 기존 허가받은 세포독성 항암제인 론서프에 비해 임상적 유의성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리보세라닙은 부작용도 전체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심각한 부작용(grade3 이상)은 고혈압 17.9%, 단백뇨 7.5%, 수족증후군 2.9% 수준으로 관리가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특히 사이람자로 치료해 실패한 환자에서도 약효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회사 측은 리보세라닙을 사이람자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투약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임상 결과에서 완전관해가 2건 보고돼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고 HLB는 자평했다. 옵디보와 론서프 임상 3상에선 완전관해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 사이람자 단독요법 임상에서만 완전관해 사례가 1건 발표됐다.
 
HLB는 이번 임상 결과로 미국 FDA에 위암 3차·4차 치료제로 품목허가를 추진할 예정이다. 4차 치료제로는 임상결과가 뛰어나 품목허가 승인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적응증 확대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번 임상에서 대조군의 OS가 높게 나타난 부분을 두고 회사 측은 모호한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조군에 속한 환자들이 임상 종료 후 다른 3차 치료제를 투여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명했다. FDA가 지난해 발간한 ‘항암 의약품 및 생물의약품의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 결과변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OS에 대해 ‘전체 생존기간 결과변수는 임상적 유의성을 나타내는 기준이지만 임상시험 종료 후 다른 형태의 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분석에 혼선을 주는 단점이 있다’고 명시했다.
 
얀센의 연부조직육종 항암제 ‘욘델리스(트라벡테딘, Trabectedin)’는 임상 3상 결과 OS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PFS가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해 2015년 10월 신약허가를 받은 사례도 있다.
 
하지만 지난 6월 임상 3상 톱라인(핵심 요약) 결과 발표 때와 같은 내용을 발표했는데도 시장 반응이 너무 상이해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석 달 전엔 1차 유효성 평가지표인 OS가 기존 허가받은 약물과 유사한 수준에 그쳐 국 임상 3상이 당초 목표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고 밝혀 ‘임상 실패’라는 뉴스가 쏟아졌다. 이 여파로 회사 주가는 지난 6월 26일 7만2000원에서 이틀 뒤인 28일 3만5300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하지만 지난 29일 같은 내용을 유럽종양학회에서 발표한 뒤 진양곤 HLB 대표가 직접 유튜브에 출연해 임상시험이 성공적이라고 말하자 ‘임상 성공’이라는 기사가 쏟아지며 이날 오후부터 검색어 순위 10위권을 유지했다. 30일 이 회사 주가는 6만400원으로 지난 27일 종가인 4만6500원 대비 30% 상승했다.
 
같은 내용인데도 회사 측이 차별화될 게 없는 전체 생존기간(OS)는 비중을 적게 하고 2차 평가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PFS), 객관적반응률(ORR), 질병통제율(DCR) 등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임상결과 해석을 내놓자 시장이 과잉반응하는 모양새다. 따라서 후발 투자자의 각별한 경계가 요구된다.
 
증권가는 오는 10월 예정된 미국 FDA 사전 미팅에서 OS 결과 관련 문제를 소명하는 게 관건이라는 분위기다. 신약허가를 받더라도 3차가 아닌 4차 치료제에 그친다면 마케팅에 한계가 명확하고 적응증을 얼마나 빠르게 확대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위암은 미국에서 연간 신규 환자가 2만명 안팎에 불과해 품목허가를 받아도 시장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보세라닙의 진정한 성공 혹은 시판 여부는 2021년 신약허가심사(NDA) 최종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회사 측은 추가·병용임상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를 발표하면서 기업가치 상승 노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아파티닙(Apatinib mesylate)은 혈관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 receptor-2, VEGFR2, KDR)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표적항암제다. 중국 내 개발권은 중국 장수성 소재 항서제약(恒瑞醫藥, Jiangsu Hengrui Medicine, 헝루이이야오)이 2005년말 획득했다. 아파티닙은 2014년 11월 중국 식약청(CFDA)로부터 진행성 말기 위암 3차 치료제 신약 품목허가를 받아 2015년 8월 중국시장에서 ‘아이탄’(Aitan)이란 상품명으로 본격 판매에 들어갔다. 동일 물질인데도 차별화를 기하기 위해 중국에서는 아파티닙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는 리보세라닙이란 다른 성분명으로 명명하고 있다.
 

한편 철자와 발음이 비슷한 아파티닙(afatinib)은 2세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표적항암제로 베링거인겔하임의 ‘지오트립정’이 있다. 기존 EGFR 변이가 있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NSCLC) 1차치료제 및 백금 기반 화학요법 투여 중 또는 투여 후 악화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편평조직 비소세포폐암 2차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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