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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청소년 전자담배 흡연율 1년만에 11.7%서 20.8%로 급상승
  • 송인하 기자
  • 등록 2019-09-23 17:07:11
  • 수정 2019-11-05 09: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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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통담배, 마약성진통제에 이어 미국 제3의 골칫거리로 떠올라 … ‘냄새 없고 부모간섭 안받는다’ 인식 심어줘
미국에서 ‘쥴(JULL)’ 같은 액상 전자담배는 청소년에게 학부모와 교사의 간섭 없이 피울 수 없는 ‘안심 담배’로 인식돼 있다. 미국 북동부의 6개 인디언 부족 자치구역(Apache, Seneca, Onondaga, Mohawk, Oneida, Cayuga) 등에서는 미국 법률이 예외적으로 느슨하게 적용되는 허점을 이용해 쥴 같은 전자담배 회사들이 잠재 소비자(흡연자)를 집중 공략한다.

이같은 현상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자 액상 전자담배가 최근 미국 유통 채널에서 잇따라 퇴출되고 있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지난 20일 액상 전자담배 판매 중단을 발표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액상 전자담배 흡연으로 인한 호흡곤란, 가슴통증, 구토, 설사 등 중증 또는 급성 폐질환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530여명이고, 지금까지 8명이 숨졌다”고 밝힌 게 계기가 됐다. 폐질환 원인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들이 최근 액상 전자담배를 피웠고, 호흡기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공통점이 있다고 CDC는 경고했다. 

이달 초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도 액상 전자담배 퇴출을 결정했다. 앞서 지난 4월 미국 대형 약국체인 ‘라이트 에이드’는 지난 4월 액상 전자담배 판매를 중단했다. 
미국 CBS와 CNN 모회사인 워너미디어 등 언론들도 지난주 전자담배 광고 중단을 선언했다. 뉴욕주(17일)와 미시간주(18일)는 최근 니코틴 액상에 과일향 등을 넣은 ‘가향(加香, flavored) 전자담배’ 판매를 일시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매사추세츠주와 캘리포니아주도 유사한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올해 초 전자담배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일 “전자담배가 청소년들에게 너무도 유혹적”이라며 “식품의약국(FDA)이 가향 전자담배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강력한 제재 조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혀 미국 내 전자담배 퇴출운동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전자담배는 크게 궐련형과 액상형으로 나뉜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니코틴이 들어있는 액체을 끓여 수증기를 흡입한다. 피워도 냄새가 거의 나지 않고 휴대가 간편해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 사이에선 모던한 디자인으로 숨기기가 쉬워 인기가 급상승세다. 궐련형은 기존 담배처럼 담뱃잎을 사용하지만 담뱃잎을 태워서 피우지 않고 담뱃잎을 쪄서 혹은 가열해서 피우는 원리다.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액상 전자담배가 애용되지만 담배맛을 즐기는 애호가가 많은 한국에서는 여전히 궐련형도 많이 팔린다. 초기 액상형(충전형)은 액체를 따라붓는 게 불편했지만 요즘 액상형(폐쇄형, CSV, closed system vaporizer)은 USB처럼 생긴 포드(pod, 팟)를 갈아끼우면 돼 사용이 간편하다. 궐련형은 태운 필터를 그냥 버리고 새로 끼우면 되기 때문에 충전형보다 사용이 편리하다.

미국 보건당국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청소년의 심각한 전자담배 흡연율 때문이다. ‘2018 청소년 흡연 조사 결과’ 액상 전자담배를 피우는 고등학생의 비율이 전년도 11.7%에서 20.8%로 급상승했다. 이 조사결과는 약 360만명의 중학생 및 고등학생들이 전자담배를 피울 것으로 보고했다.  CDC는 예비조사 결과 액상 전자담배 흡연율은 올해 4분의 1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올해 27.5%의 고등학생이 전자담배를 접하게 될 것이라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2016년 190억달러(약 23조원)였던 전세계 액상 전자담배 시장이 2021년 34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성장세가 지속되느냐, 대대적인 캠페인으로 사양길을 걷느냐는 전자담배의 유해성에 달렸다. 일반 담배보다 건강에 덜 해로울 것으로 인식됐지만, 전문가들은 위험성이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다는 문제를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 흡연과 니코틴 중독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민주당 시카고 출신 연방하원의원인 라자 크리스나무어티(Raja KrishnamoorthiKrishnamoorthi)는 경제 및 소비자정책 소위원회 감독위원장으로서 지난 7월 미국 최대 액상 전자담배회사인 쥴이 미국 원주민 부족 관계자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어떤 마케팅을 벌였는지 알아보는 청문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참석한 9학년(중3) 칼렙 민트(Caleb Mintz)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쥴 담당자를 면담한 후  “이제 걱정 없이 전자담배를 피워도 된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며 비 사용자들이 베이핑(vaping)을 시도해보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 학생은 “이제 사람들은 액상 전자담배를 해로운 물질이 들어있지 않은 향을 발산하는 장치쯤으로 생각하게 됐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쥴 관계자는 “2018년 가을에 (금연요법의 하나로 액상 전자담배를 채택하도록 유도하는) 프로그램을 끝냈다”며 “쥴은 이제 어린이들로부터 액상 전자담배를 멀리하게 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일반 담배를 끊으려는 사람들에게 전자담배의 이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CDC는 “니코틴은 중독성이 강하고 청소년기 뇌 발달에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전자담배에는 니코틴 이외의 다른 유해한 물질이 들어있을 수 있습니다. 전자담배가 장기적으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에는 시기상조입니다”라는 결론을 짓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에서 이미 담배와 아편계마약류 통제에 실패한 점을 들어 액상 전자담배도 이런 과거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1965년 이후 50년 동안 2100만명이 직접 흡연 또는 간접흡연으로 조기 사망했다. 담배연기가 해롭다고 알려진 수십년 동안 담배 위해성에 시민사회가 심각하게 반응하기 전까지 담배 사업자는 거부와 속임수, 회피로 일관했다. 또 유해하다는 과학적 사실과 담배를 찾는 대중의 반응을 분리해 대처해왔다.

20년 전부터 마약성 진통제를 과다 처방해온 관행은 이제야 이를 전염병처럼 인식하고 진지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CDC는 매일 평균 130명의 미국인이 아편계 진통제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다고 보고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공교롭게도 마약성 진통제(오피오이드)의 일종인 옥시콘틴으로 수천건의 소송에 시달리고 있는 제약사 퍼듀파마(Purdue Pharma)가 연방파산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서를 제출한 시점과 CDC가 액상 전자담배로 인한 사망 피해를 공표한 시점이 일치한다며 이들 전례로 볼 때 액상 전자담배가 창궐하지 않도록 잘 관리해나가야 한다고 썼다.

이 기사는 담배 판매로 공중 보건을 해치고 막대한 병든 수익을 올린 거대 담배회사가 그들의 이익을 전부 피해자 보상에 뱉어내야 할 무렵에 아직도 보상할 자세가 안 되어 있는지 전자담배로 소비자를 유인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또 퍼듀파마 등 제약사들이 마약성 진통제 남용을 통한 ‘대학살’을 이끌어 소송당한 후에도 인간적, 경제적인 피해 보상을 시작하지도 못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에 우리 정부도 액상 전자담배 사용 자제를 권고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일 “액상형 전자담배와 중증 폐질환의 인과관계가 밝혀질 때까지 액상형 전자담배의 사용을 자제하라”고 밝혔다. 당장 판매금지 등 강제조치를 취하지 않겠지만 소비자가 알아서 사용을 자제하라는 것이다. 또 의사는 기침, 호흡곤란, 가슴통증 등 호흡기 이상 증상이 액상형 전자담배와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즉시 질병관리본부에 보고하도록 당부했다.

올해 2분기 기준 국내 담배 판매량 비중은 일반 담배가 88%, 궐련형 전자담배가 11.5%, 액상형 전자담배는 0.7%다. 국내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는 지난 5월 쥴랩스의 ‘쥴’(미국시장 점유율 70%)이 처음으로 정식 출시됐고, 곧바로 KT&G의 ‘릴 베이퍼’가 나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두 제품은 출시 후 40일 동안 약 610만갑이 팔렸다. 

이에 BAT코리아 지난 8월부터 하이브리드 제품 ‘글로 센스’, JTI도 하이브리드 제품 ‘플룸테크’를 내놓고 전자담배 시장에서 다소 밀린 시장점유율 회복을 위해 본격 나섰다. 하이브리드 제품이란 니코틴을 함유하지 않은 가향 액상 카트리지를 삽입하고 이를 가열해 나온 증기가 카트리지 끝에 연결된 별도의 담뱃잎 농축 캡슐을 통과하도록 돼 있다. 풍부한 증기로 연무감을 올리고 담뱃잎 캡슐을 통해 담배 특유의 찐내를 맡게 함으로써 흡연 기분이 나게 하고 액상형의 단점인 낮은 니코틴 함량을 보완해 인기를 끌 것으로 이들 담배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전자담배 업계 관계자는 “과거 액상형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궐련)와 맛에서 큰 차이가 나 다시 궐련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으나 업그레이된 액상형 전자담배가 출시되고 금연 희망자가 늘면서 점차 수요가 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맛이나 니코틴 흡수, 입에 닿는 느낌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이고 기술력도 지속적으로 발전해 아직도 국내선 액상형보다 선호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참에 액상형 전자담배의 담배소비세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일반 담배에 대해서는 1갑(20개비)당 1007원), 궐련형 전자담배는 1갑당 897원이 부과되고 있다. 쥴 등 시판중인 폐쇄형 액상 전자담배의 액상 용액은 1포드(pod)당 0.7㎖여서 제세부담금이 1261원 수준이다. 쥴 제품의 1포드는 약 200회 담배연기를 흡입할 수 있다. 궐련 담배 1갑에 해당하는 1 포드는 당초 1㎖로 책정됐다가 싸보이게 하고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쥴의 경우 0.7㎖로 낮췄다. 

정부는 액상 전자담배의 흡연 패턴 및 구매 행태에 따라 소비량이 달라지는 점을 감안해 담배 종류 간 객관적 세율 비교를 위해 연구용역을 연말까지 진행 중이다. 일반 담배와 동일한 수준으로 액상담배도 담배소비세를 인상한다는 방안이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의식해 인상 시기는 다소 늦춰질 전망이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최근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가 중증 폐질환을 일으켰다는 논란과 관련, 사용 자제 혹은 금지 여부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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