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가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5424억원의 매출을 올려 2017년 4657억원 대비 18.8% 성장하며 건기식 중 가장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각종 광고를 통해 만병통치약 수준의 대접을 받으며 소비자들의 호주머니를 열고 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항생제(Antibiotics)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생겨났다. 프로(Pro, ~위함)와 바이오틱스(Biotics, 생명)의 합성어로 ‘미생물에서 분비돼 다른 미생물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물질’을 의미한다. 1998년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이 쏟아져 나오자 ‘장내 미생물의 밸런스를 개선해 숙주의 건강에 유익한 작용을 하는 살아있는 미생물’로 정의가 바꼈다. 흔히 유산균과 프로바이오틱스를 동의어로 취급하지만 명백하게는 프로바이오틱스가 포괄적인 개념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산균을 건강에 도움이 되는 장내 유익균으로 정의하고 프로바이오틱스는 상업적으로 제품화된 살아있는 유익균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오염된 음식을 먹어 집단 식중독에 걸렸을 경우 가벼운 복통을 증상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는 반면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지는 사람도 생긴다. 이는 면역력이 얼마나 강한가에 따라 증상이 달라진다.
면역 시스템을 구성하는 면역세포의 70~80%는 장 주변에 서식한다. 섭취한 음식에 세균이나 유해물질을 몸 속으로 받아들여도 될지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장기는 장이다. 이에 따라 장 주변에는 병원균 등의 침입을 막기 위한 강력한 면역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장 주변에서 철저히 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면역세포들은 장 점막에 붙어 장내 세균들과 지낸다. 유해균이나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면역세포의 일종인 자연살해세포(NK세포)가 출동해 면역글로블린 A 생성을 증가시켜 항체를 만든다. 장내 세포들은 박테리오신 등 항균물질을 생산해 유해균 증식을 막기도 한다. 특히 유산균이 만들어 내는 젖산은 장내 환경을 산성으로 만들어 유해균이 살 수 없도록 한다.
유산균은 크게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 스트렙토코커스(Streptococcus), 류코노스톡(Leuconostoc), 페디오코커스(Pediococcus), 락토코커스(Lactococcus) 등으로 나뉜다.
락토바실러스는 우유의 유당을 뜻하는 Lacto와 막대 모양이라는 Bacillus가 합쳐진 말로 우유 속에 있는 유당을 분해하는 막대 모양의 균이라는 뜻이다. 관련 유산균 중 과학적 효능에 대한 연구가 가장 수행됐으며 학술적, 산업적으로 많이 애용된다. 세부적으로 불가리쿠스(Bulgaricus), 야쿠르트균(Casei Shirota), 애시도필러스(Acidophilus) 등으로 분류된다.
불가리커스는 유럽 불가리아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발효유에서 처음 발견됐다. 면역세포의 증식을 돕고 유당분해효소를 형성해 유당불내증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입냄새를 유발하는 주원인인 황화수소를 약 80% 감소하는 효능도 지니고 있다.
아쿠르트균은 치즈를 뜻하는 Casei와 균을 발견한 일본 시로타(Shirota)의 이름을 합성한 것으로 막대 모양으로 소장에서 활동하면서 균총을 정상화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내산성이 강해 소화작용을 돕는 데 탁월하다. 순응도와 변이성이 좋아 글루텐과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를 만들어낸다.
애시도필러스는 야쿠르트균과 마찬가지로 산에 강한 내상선 균으로 장내 부패성 미생물의 생장을 억제한다. 항암, 콜레스테롤 저하 등 효과를 보이며 비타민 B 군과 합성하는 능력도 가졌다.
스트렙토코커스는 구형의 균이 사슬모양으로 이어져 있다. 고온에서 잘 자라는 써모필러스(Thermophilus)가 대표적이며 이는 유산 생성 능력이 뛰어나고 항생제에 민감한 특성을 갖고 있다.
류코노스톡은 김치에서 주로 발견된다. 김치 특유의 시원한 맛과 청량감을 오랫동안 유지시켜준다. 숙성된 김치의 신맛을 유발하는 산패균을 번식을 억제한다. 글루코스, 과당, 갈락토스, 마노스, 자일로스, 아라비노스 및 수크로스 등을 발효해 젖산을 생성한다.
페디오코커스는 각종 연구를 통해 식중독균 리스테리아 모노사이토진스의 성장 및 장기내 이동을 막는 효능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락토코커스는 치즈에서 주로 발견되며 사람의 체온보다 낮은 20~25도에서 잘 자란다. 향균물질인 니신(Nisin)을 생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이외에 비피더스균(Bifidobacterium)도 유산균과 동일하게 취급한다. 비피더스균은 유산과 초산을 생성한다. 장내 유익작용을 하며 모유를 섭취하는 유아의 장에서 다량으로 검출된다. 대부분 유산균이 자신만의 모양을 지녔지만, 비피더스균은 환경에 따라 생김새가 달라진다. 생성되기 위한 조건이 까다로워 인공적인 배양을 통한 증식이 매우 힘들다.
건강한 장을 유지하려면 장에서 존재하는 균의 약 85%가 유익균으로 구성돼야 한다. 따라서 장 속까지 살아갈 수 있는 유산균 제품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 하루에 1억~100억마리를 섭취하는 게 좋지만 상당수의 유산균이 쓸개즙, 위산 등에 의해 사멸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많이 복용하는 게 효과적이지 않다. 과량으로 섭취할 경우 장내 가스를 발생시켜 설사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동결 건조된 균은 쉽게 파손되고 변성될 수 있으며 습도에 민감해 구입 전 포장 및 보관 상태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단일유산균만 함유한 제품보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혼합유산균 제제를 선택하는 게 좋다. 비타민, 미네랄 등은 유산균 생착을 도와주는 효능도 있어 이들과 함께 섭취하는게 효과를 배가시키는 방법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꾸준한 섭취다.
위산 분비가 많은 아침 기상 직후나 공복 시간대에는 섭취를 피하는 게 좋다. 유산균은 위산에 쉽게 죽기 때문이다. 공복 상황에서 먹을 경우엔 물을 많이 마셔 위산을 희석시켜야하며 식후 30분에 유산균 제품을 먹어야 한다. 유산균은 금속에 약하므로 나무나 플라스틱 소재로 된 숟갈을 쓰는 게 좋다.
유산균 제제는 부작용과 내성이 전혀 없으며 어릴 때 복용할수록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사람마다 장내 세균의 구성이 달라 효과를 얻는 시기에도 차이가 있다. 빠르면 며칠, 늦으면 몇 주후에 유산균으로 인한 효능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