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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매력, 건강음주 속 대세는 ‘와인’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19-09-04 16:05:19
  • 수정 2021-05-30 13:5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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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주, 맥주보다 소통에 유리 … 화이트와인은 청포도로만 만드는게 아니에요
갈수록 건강을 챙기고, 음주운전 단속이 심해지고, 서민의 주머니 사정이 나빠지면서 1인당 주량도 감소세이지만 그래도 애주가는 술을 마시게 된다. 건전음주란 개념이 없다며 그럴 바엔 아예 술을 먹지 말라고 타박하는 필자로서 단 한가지 확신하는 것은 점차 ‘와인’이 대세가 될 것이란 점이다. 

소주는 도수가 낮아져 점점 묽어지고, 맥주는 첫 잔 이상 먹으면 머리도 아프고 속이 쓰리고(음냉체질의 경우 더함), 막걸리는 소변 냄새와 숙취로 매력이 떨어진다. 양주는 비싸거나 높은 도수에 다음날 일상생활에 부담이 되서 대중화되기 어렵다. 소주나 막걸리는 서민적인 느낌이 들어서 ‘있는 체’, ‘아는 체’, ‘우아한 체’ 하는 술 분위기가 안 나는 게 단점이다. 

이에 비해 와인은 맛이나 빛깔, 향기로 볼 때 경쟁력이 있다. 무엇보다 남녀노소 어울릴 때 분위기를 화사하게 만든다. 달고 시고 더러 쓰기도 한 와인은 오묘한 맛을 낸다. 하얀색부터 연노랑·진한 노랑·민트색·연두 등의 화이트 와인, 연분홍이거나 세련된 핑크빛의 로즈 와인, 선홍색 루비부터 벨벳 느낌의 진한 붉은색을 연출하는 레드와인에 이르기까지 빛깔도 아름답다. 와인 고유희 향기는 코를 거쳐 뇌의 식욕중추를 자극해 입맛을 돋우고 식사 분위기를 즐겁게 하며 소화도 잘 되게 한다. 

소주잔을 들면 ‘캬’하면서 대화 내용이 인생 비탄, 회사 비난, 부모 원망, 국민성 욕하기로 흐르기 쉽다.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하지만 심성이 거칠어진다. 하지만 와인잔을 들면 다들 왠지 우아한 얘기를 하려는 마음가짐을 갖는다. 독서, 음악, 미술, 역사, 철학 등 그래도 자기가 아는 괜찮은 지식을 나열하며 담소하게 만드는 게 와인이다. 물론 와인이 맞지 않는 사람은 숙취 탓에 여전히 소주를 제일로 치지만 말이다. 

와인은 서구인의 일상적인 술이다. 격식 차릴 때나 마시는 고급 술은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가격이 비싸고 접하기 어렵고 애호가층이 얇아서 그렇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필자를 포함한 초보 와인 애주가를 위해 와인 개론을 써본다. 물론 책을 몇 권 사보고, 인터넷을 뒤져보고, 소믈리에에게 몇마디 들으면 알 수 있는 정보지만 개념과 지식을 정리해보는 데 의미를 두려 한다.

와인은 포도나 포도즙의 당분을 발효시켜 만든 과실주이다. 영어로는 와인(Wine), 프랑스어로는 뱅(Vin), 이탈리아어로는 비노(Vino), 독일어로 바인(Wein)이라고 한다. 사과, 복숭아, 라즈베리 등 다른 과실을 발효해 만든 와인은 앞에 그 과실의 이름이 붙는다. 예컨대 사과가 원료인 애플와인은 프랑스 등 유럽과 일본에서 흔히 즐긴다. 참고로 1980년대 초반까지 대중이 먹던 ‘진로포도주’는 포도즙에 소주를 탄 짝퉁이었다.

포도 껍질에는 천연 효모(yeast)가 생식하고 있으므로 포도를 터뜨려서 방치하면 자연히 발효돼 술이 된다. 하지만 공업적으로 생산하거나 향미를 높이려면 인위적으로 배양한 특정 이스트를 투여해야 한다. 한국처럼 와인 제조 역사가 짧은 나라라면 당연히 별도의 이스트를 투여해야 한다. 처녀들이 맨발로 포도를 으깨는 과정에서 양질의 이스트가 들어간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시늉일 뿐이다. 과육과 껍질을 분리하는 과정이며 기계로 해도 상관 없다. 으깨야 발효가 잘 되고 당도가 높아진다. 

포도주가 잘 양조된다면 오크통 안에서 이스트가 수명을 다하고 와인(알코올 성분)이 통을 거의 가득 채우면서 발효가 멎어야 하는 게 정상이다. 1차 발효(알코올 발효, 효모가 당분을 먹고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생성)가 끝나 이스트가 모두 죽은 상태에서 포도의 당(sugar)이 더 남아 있으면 당을 분해하기 위해 오크통 안에서 2차 발효(숙성 과정, 말산 발효, 유산균이 말산을 젖산과 이산화탄소로 변화)가 과도하게 이뤄지면서 와인의 질이 떨어지거나 상하게 된다. 또는 오크통 안에 공기가 들어가서 외부 잡균이 들어가면 와인식초(wine vinegar)가 생성되거나 산패돼 아예 못 먹게 된다. 예컨대 막걸리를 사다가 마신 후 냉장보관하지 않거나 뚜껑을 대충 닿은 상태에서 냉장고에 넣으면 며칠 안 가 막걸리식초가 된다.

의도적으로 식초를 만들 때에는 와인에 아세토박테르 크실리눔(Acetobacter xylinum)이라는 박테리아(초산균)를 투여해 알코올을 아세트산으로 변화시킨다. 좋은 와인을 베이스로 하면 당연히 와인식초도 품질이 높아진다. 현지에서 직접 생산, 시음하는 극소수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와인에 아황산(SO2) 분말이나 가스가 들어간다. 와인을 상하게 하는 박테리아를 억제하고 와인의 정체성(wine integrity)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흔히 적포도주는 붉은 포도, 백포도주는 청포도로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색을 내는 데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대체로 이를 따르지만 얼마든지 붉은 포도로 화이트와인을 만들 수 있다. 대표적인 게 적포도인 피노누아로 만든 화이트와인이다. 이런 경우 아주 하얗지 않고 밀짚 또는 레몬 빛깔을 띠게 된다. 하지만 청포도로 레드와인을 빚는 것은 불가능하다. 

적포도로 화이트와인을 만들 때에는 으깨서 포도즙(must)이 흘러나오게 하고 껍질과 씨를 제거한 다음 다시 한번 적당히 압착해 잔여 포도즙을 충분히 빼어 이를 발효시키게 된다. 으깨고 압착하는 과정이 빨리 이뤄져야 좋은 품질의 화이트와인이 된다. 프랑스 정통 ‘샴페인’을 만들려면 껍질의 색소가 포도즙에 흘러들어가면 안된다는 규정이 있다. 

이밖에 레드와인을 만들 때 향미를 좋게 하기 위해 적포도에 백포도를 소량 섞거나, 밋밋한 화이트와인에 탄닌적인 거친 맛이나 풀냄새 같은 내추럴한 느낌을 가하기 위해 포도잎이나 줄기를 일부러 넣어 발효하기도 한다. 

레드와인은 포도껍질에 있는 붉은 색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씨와 껍질이 그대로 들어가므로 떫고 거친 맛이 난다. 알코올 도수는 12~14%이며 18~20도에서 제맛을 낸다. 화이트와인은 알코올 함량이 10~13%이며 7~10도로 차게 해서 마셔야 한다. 

로제와인은 분홍색이나 엷은 붉은색이다. 껍질과 과육을 같이 넣고 발효시키다가 어느 정도 색이 우려나오면 껍질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만드는 게 가장 일반적이다. 껍질의 붉은 포도색소(안토시아닌)가 포도즙에 배어나오도록 6~48시간을 기다린다. 이를 침용(maceration, 沈溶)이라고 한다. 보통 적절한 침용 시간은 8~12시간 정도다. 안토시아닌 함유량과 원하는 색의 농도에 따라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화이트와인을 만들 때 일부러 적포도의 과육과 껍질을 세게 눌러 껍질의 색소가 흘러나오게 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로즈와인의 일종인 블러시와인(Blush wine)으로 부른다. ‘로제보다 연한, 트렌디한 핑크’ 빛깔로 인기다. 대표적인 게 ‘화이트 진판델’이란 브랜드다. 

이밖에 이미 발효가 끝난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을 섞는 법, 레드와인의 농도를 진하기 위해 양조 과정 중 자연스레 흘러내린 맑은 즙(saignee)만 따로 발효시키는 법, 레드 와인에 석탄이나 숯 같은 탈색제를 넣어 색을 빼는 법, 처음부터 적포도와 청포도를 함께 발효하는 법 등이 있다. 

와인에 주정을 넣어 도수를 높인 강화와인(fortified wine)은 알코올 도수가 16~23%에 이른다. 낮은 포도주 도수를 높이기 위해서, 또는 장기 수송·보관시 알코올이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주정을 탄다. 스페인 셰리와인(Sherry Wine)과 포르투갈 포트와인(Port wine)이 양대 산맥이다. 셰리와인이 발효 완료 후 브랜디(포도주 등 과실주를 증류한 것)를 첨가한 강화와인이라면, 포트와인은 발효 도중 브랜디를 첨가하는 게 차이난다. 드라이한 셰리와인은 식전와인(Aperitif Wine)으로 주로 마시고, 스위트한 포트와인은 식후와인(dessert wine)으로 제격이다. 

와인은 다시 제조방법에 따라 발포성 와인(sparkling wine 또는 bubble wine)과 비발포성 와인(non sparkling wine 또는 still wine)으로 나뉜다. 발포성 와인을 미국에선 스파클링 와인(sparkling wine), 독일은 젝트(Sekt), 이탈리아는 스푸만테(Spumante), 스페인에서는 카바(Cava)라고 부른다. 샴페인은 프랑스 상파뉴(Champagne) 지방에서 생산되는 발포성 와인을 말한다.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것이나 포도가 아닌 복숭아 또는 사과로 만든 발포주는 샴페인이 아니다. 흔히 먹는 레드와인, 화이트와인, 로제와인 등은 비발포성 와인이다. 이밖에 와인 발효 전후에 과일즙이나 허브의 천연향을 첨가하는 가향와인(flavored wine)이 있다.

와인은 식사 시 용도에 따라 식전에 식욕을 돋워주기 위한 식전와인, 식사 분위기를 좋게 하고 입안을 헹궈줘 다음 나오는 음식의 맛을 잘 볼 수 있게 하는 식사 중 와인(table wine), 식후 뒷맛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더 먹고 싶은 여운을 잠재우하게 하는 식후와인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당도에 따라 단맛이 거의 나지 않는 드라이(dry), 약간 단 미디엄-드라이(medium-dry), 중간인 미디엄(medium), 아주 단 스위트(sweet) 등 4가지로 나뉜다. 영미권에서는 미디엄을 빼고 간단히 3단계로 나누는 게 일상적이다. 포도주를 만들 포도의 당도는 일반 와인의 경우 20%이상, 스위트와인의 경우 40%이상이어야 한다. 와인의 당도를 중시하는 독일은 이를 5단계로 세분화하고 있다. 프랑스는 6단계,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4단계로 나누지만 독일에 비해서는 이를 중시하지는 않는다. 스페인은 오크통에서 숙성 기간을 상대적으로 중시하는 편이다.

와인의 당도는 1차 발효 후 알코올로 전환되지 않고 남은 천연 포도당에 의해 좌우된다. 단맛을 내게 하기 위해 설탕을 첨가하기도 하지만 법적 제한이 있다. 일부러 완전히 발효시키지 않고 중간에 발효를 멈춰 당도를 높이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포도의 품종에 따라 와인의 당도가 결정된다. 

드라이한 와인은 와인 1ℓ에 10g이하의 당이 들어 있는 것이다. 1ℓ가 1000g으로 환산되므로 1% 이하다. 6단계로 1ℓ당 4g이하면 드라이, 5~9g이면 오프 드라이(off-dry), 10~18g이면 미디엄 드라이, 19~45g이면 미디엄 스위트(medium-sweet), 45g 이상이면 스위트, 150g 이상이면 루셔스(luscious, 아주 강한 단맛) 등으로 세분하기도 한다. 

독일과 캐나다 등에서는 초겨울에 얼어 있는 포도를 따서 달달한 맛이 나는 아이스와인(Ice Wine, 독일어로 Eiswein·아이스바인)을 만든다. 당도가 1ℓ당 150g이 넘는 것은 예사이고 심지어 225g을 초과하는 것도 많다. 포도가 얼면 수분이 날아가고 즙은 농축돼 당도와 산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를 발효시키면 감칠맛 나는 디저트와인이 나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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