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릴오일이 혈관 건강, 당뇨병 초기증상 개선, 다이어트 효과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크릴(Krill)은 새우와 비슷하게 생긴 외모 탓에 ‘크릴새우’라고 불렸지만 난바다곤쟁이목(Euphausiacea)에 속하는 갑각류다. 크릴은 남극 주변을 항해하는 노르웨이 포경선 선원들이 지은 이름으로 노르웨이어로 ‘작은 튀김 생선’이라는 뜻이다.
크릴은 식물성 플랑크톤과 동물성 플라크을 먹고 자라며 동물성의 양이 훨씬 적다. 해조류 중 미세조류(微細藻類, microalgae)는 얼음 속에서 살다가 여름철에 얼음이 녹으면 배출된다. 이 때문에 크릴은 여름에 해수면 가까이 올라온 조류를 섭취하지만 겨울엔 해저로 내려가 죽어서 가라앉은 조류 사체를 먹는다. 이렇게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자란 크릴은 고래, 물게, 펭귄, 오징어, 어류 등 다른 동물들이 섭취하는 먹잇감도 되는 매개체 역할도 한다.
크릴은 총 개체수가 약 500조마리, 3억7900만t으로 추정되는 어마어마한 종이다. 극지연구소 연구자료는 남극 크릴 자원의 양을 5억t 안팎으로 추산했다. 연구에 따라선 30억t이 넘는다는 보고도 있다. 전세계 인류가 1년간 소비하는 수산물이 1억t도 안 되는 점을 감안할 때 크릴 부존량은 상당히 많은 수준이다.
크릴은 2년이 지나면 성체가 되며 수명은 약 7년 정도다. 개체의 크기는 작지만 수가 많아서 같은 종 개체 체중을 모두 합한 양으로 따지면 단일종으로 세계 최대로 추정된다.
전세계에 걸쳐 약 85종이 살고 있으며 남극 대륙을 둘러싼 남빙양이 주 서식지다. 남빙양에서 크릴 조업 시기는 3~8월경으로 4~6월에 잡은 것을 최고 품질로 꼽는다. 이 무렵 잡힌 게 가장 크고 흰색을 띠기 때문이다. 크기는 일반적으로 1~4㎝ 안팎인데 몇몇 종은 15㎝까지 성장한다. 겉면인 갑각은 투명해서 내장이 보인다.
크릴은 고단백질에 필수지방산을 포함하고 있으며 껍데기는 키틴(Chitin)과 키토산(Chitosan)으로 싸여진 고영양 플랑크톤이다. 남극 크릴은 필수지방산인 오메가3지방산을 다량 함유해 헬스케어 및 식품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크릴 껍질은 인체에 해가 될 수 있는 불소 성분을 함유해 반드시 껍질을 제거해 가공한다.
한국은 세계 3위의 크릴 어업국으로 노르웨이, 일본, 미국 등과 대표적 수출국에 포함되지만 국내에선 주로 낚시 미끼로 사용하고 있다. 2018년 국내 전체 원양어업 어획량인 49만3000톤 중 가다랑어 26만7000톤(54.1%), 황다랑어 4만3000톤(8.8%) 등 다랑어류를 제외하면 남극 크릴이 3만6000톤(7.3%)으로 가장 많다.
미국, 일본, 캐나다, 노르웨이 등에선 미래식량자원으로서 크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엔 오메가3지방산 영양제, 크릴오일 등 다양한 건강식품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국내 제약·식품 업체도 남극 크릴을 원료로 한 제품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크릴은 ‘인지질’이라는 특징적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크릴오일은 인지질과 트리글리세라이드로 구성돼 체내에서 쉽게 흡수되고 물과 기름에 잘 녹는 친수성·친유성을 모두 갖췄다. 이 성분은 불포화지방산을 분해해 기름 성분을 쉽게 배출하는 효과가 있으며 총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저밀도 지단백(LDL) 결합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이로써 뇌심혈관질환 및 당뇨병합병증 등의 개선에 도움을 준다. 보통 인지질 함유량이 56% 이상인 제품이 상급으로 간주되지만 정확한 인지질 함량 측정법인 인지질시험법(NMR)을 시행하지 않은 제품이 많아 공인검사 결과지가 포함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오메가3지방산인 EPA와 DHA는 신체에 중요한 항염증기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관절염 및 관절 통증 감소에 도움을 주며 염증으로 인한 관절염 증상과 관절 통증을 호전시킬 수 있다.
크릴오일은 붉은 색을 띠는데 이는 항산화 성분인 아스타잔틴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비타민C의 6000배, 비타민E의 550배의 항산화 효과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염증을 억제해 암 예방 효과도 발휘한다. 하루 2000㎎정도 섭취하는 게 권장된다.
오일추출법도 중요하다. 헥산, 에탄올 등 화학용매제로 추출하면 완제품에 잔류 용매가 남아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화학용매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NCS(No Chemical Solvent) 인증 제품을 찾는 것은 안전을 지키는 방법이다. 잔류 화학용매 성분은 남성에선 정자에 손상을 주고, 여성에선 유산 빈도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릴오일은 지용성이기 때문에 다른 음식물과 먹었을 때 흡수가 더 잘 되기 때문에 식사 중간에 먹거나 식후 15분 내에 섭취하는 게 유리하다. 공복에 또는 과다 섭취하면 구토, 복통, 설사, 두통 등이 유발되거나 혈액 응고가 제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게, 새우 등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피해야 한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전문의와 상담 후 복용해야 안전하다.
크릴오일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니어서 원료관리나 제조과정 등 검사에서 건기식 관련 규정을 적용받지 않아 안전성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어유(魚油)시장에선 산패도가 품질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기름이 운반 및 보관 과정에서 얼마나 산화돼 상했느냐를 뜻하는데 산패된 기름은 효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암세포를 유발하는 발암물질로 변질될 수 있어 모르고 먹으면 건강을 망가뜨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료부터 제품으로 생산되는 과정이 길수록 산패 위험성은 높아진다”며 “가급적 국내산 원료를 사용하거나 국내 가공제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이라고 말했다.
크릴오일 100%로 홍보하는 제품이 많지만 세부 함량도 자세히 확인해야 한다. 일부 제품에선 광고와 다르게 크릴오일은 64%만 들어가고, 나머지 36%는 값싼 중국산 콩기름으로 채운 경우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