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로부터 ‘암이 의심된다’는 말을 들은 환자는 극도의 절망감에 빠집니다. 이후 확진검사와 수술까지 기다리는 동안 걱정과 불안함에 가슴이 타들어가죠. 중앙대병원 암센터는 체계적인 표준진료지침과 ‘원스톱 패스트트랙(One-Stop Fast Track Service)’을 통해 검사 후 1주일 내 수술·시술에 들어감으로써 환자의 불안감을 최소화하고, 암 조기진단 및 치료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일 ‘암토털케어’를 선언하며 문을 연 중앙대병원 암센터가 종양협진클리닉·신경스트레스클리닉·중심정맥클리닉 등 차별화된 다학제 진료시스템과 진료 프로토콜로 서울 남부 암치료 허브로 등극하기 위한 인프라를 갖춰나가고 있다. 암센터 개소 115일째인 지난 7월 24일 기존 대학병원 간 치열한 암병원 경쟁 속에서 탄탄히 내실을 다져가고 있는 신종욱 중앙대병원 암센터장(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을 만나 빠른 성장 비결, 집중 육성 분야,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암센터 개소 후 벌써 넉 달이 지났다. 주목할 만한 변화는.
“센터 개소 초창기엔 다들 왜 이렇게 힘든 일을 하냐는 네거티브한 반응이 많았는데 여러 진료과의 의사가 만나 회의하고 치료방침을 정하는 다학제협진 시스템이 자리잡아가면서 의료진이 편해하고 만족하는 포지티브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나를 못살게 굴 정도로 의료진과 임직원들이 활발하게 병원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표준진료지침(Critical Pathway), 즉 다양한 암질환의 진료일원화를 실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표준진료지침은 여러 진료과 의료진이 서로 예방·진단치료 과정을 공유함으로써 치료효과를 높이고 전이암, 재발암을 예방하는 등 여러 부분에서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 암 전 단계부터 환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질환을 조기진단하고 유사질환을 감별해 과잉진료를 막는 효과를 나타낸다. 예컨대 폐암의 경우 암으로 진행될 수 있는 전암성 병변·고립성 폐결절·다발성 폐결절·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의 진단정확도를 높이고, 결핵·기질화폐렴·기생충감염 같은 유사질환을 가려낼 수 있다.”
-국내 대학병원의 가장 큰 문제가 긴 대기시간인데 아직 해결책이 없다.
“그렇다. 병원마다 다르지만 흔히 ‘명의’로 알려진 교수에게 진료받으려면 길게는 2~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초진 때 30~40분 기다리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 환자가 많아지면 병원 경영진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겠지만 환자는 대기시간으로 인해 초조하고, 불안하고, 짜증날 수밖에 없다. 신장암, 전립선암, 대장암, 림프암 등은 유독 전이 속도가 빨라 조기진단 및 치료가 중요하다. 또 암과 비슷한 유사질환을 조기에 감별해야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하고 과잉진료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유사질환을 감별하는 데에만 3~6개월 소요돼 상당히 늦은 감이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스톱 패스트트랙’ 시스템을 구축했다.”
-원스톱 패스트트랙은 어떤 과정으로 이뤄지나.
“중앙대병원 암센터에선 당일 진료 및 검사, 3일 이내 조직검사 진단, 1주일 이내 수술 및 시술이 가능하다. 신규 암환자가 콜센터나 인터넷으로 진료를 예약하면 암 전담 코디네이터 간호사와 다이렉트로 연결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전담 간호사는 상담을 통해 환자 상태를 면밀히 파악한 뒤 적합한 진료과를 선택해주고 빠른 진료 및 검사와 수술이 이뤄지도록 스케줄을 구성한다. 치료 후엔 환자교육 및 상담서비스도 제공한다. 특히 100명의 환자를 볼 땐 빨랐던 패스트트랙이 200명을 볼 땐 느려지는 불상사가 없게, 즉 내원 환자가 늘어도 현재 진료 및 치료 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탄탄한 다학제협진 및 전담 코디네이터 체계를 조성했다.”
-폐암 전문가로 조기진단이 어려운 폐암의 진단과 치료에 원스톱 패스트트랙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폐암을 비롯해 췌장암, 신장암, 림프암 등은 초기에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 폐암의 경우 1기 생존율은 80% 정도인데 그중에서도 종양 크기가 직경 3㎝ 이하이면서 림프절 전이가 없는 1A기는 생존율이 90%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치료 후 별도의 항암치료도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2기로 넘어가면서부터 생존율이 급격히 하락하고, 치료법도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해진다. 문제는 폐암은 암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어 너무 늦게 진단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심지어 미세한 통증조차 느끼지 못한다. 폐는 다른 장기나 조직과 달리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이 없기 때문이다. 심한 기침, 가래, 객혈 등으로 폐암을 인지했을 땐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게다가 폐암은 종류에 따라 진행 양상도 판이하게 달라 일일이 대응하기가 어렵다. 예컨대 폐선암은 진단 후 10년 동안 암세포가 자라지 않는데, 또다른 폐암은 2~3개월안에 금방 자라거나 전이된다. 중앙대병원 암센터가 표준진료지침과 패스트트랙을 강조하는 것도 폐암처럼 조기진단이 어려운 암을 최대한 빨리 발견하고 치료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현재 병원 차원에서 폐암 국가암검진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암병원이 아닌 암센터라 규모가 작은 느낌이 든다. 기존 암병원과 차별화된 점은.
“공간적 제약으로 인해 기존 대학병원 암병원보다 하드웨어 규모는 작지만 소프트웨어의 질은 뒤지지 않는다. 암센터는 원래 잘했던 분야, 현재 집중 육성하고 있는 분야, 앞으로 잘해야 하는 분야를 각각 1·2·3단계로 나눠 특화 육성하고 있다. 중앙대병원은 전통적으로 갑상선암 등 갑상선질환, 유방암, 전립선암 등 비뇨기질환 분야에서 상당히 강세를 보여왔다. 원래 잘했던 분야는 1단계로 그동안 해왔던 대로 유지 발전시키면 된다. 2단계로 현재 집중 육성하고 있는 분야는 폐암과 위암·간암·대장암 등 소화기암이다. 특히 폐암은 최근 국내 환자가 급증하면서 국가암검진 항목에 추가된 터라 소명의식을 갖고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아울러 폐암과 소화기암에 대한 최소침습적수술, 즉 로봇수술이나 복강경수술 등의 발전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암센터 운영이 어느정도 체계화되면 3단계로 희귀암, 난치암, 소아청소년암, 혈액암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싶다.”
-다학제진료를 강화하기 위해 세부 클리닉 운영에 신경썼다고 들었다.
“대표적으로 종양협진클리닉은 내과, 외과, 혈액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진단검사의학과 의료진이 다학제협진실에 모여 협진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방침을 결정하게 된다. 신경심리스트레스클리닉은 암환자의 지지요법을 담당한다. 암환자는 신경성 위장병, 과민성 대장증상, 신경성 통증, 두통, 불면증, 어지럼증 같은 스트레스성 신체 증상과 우울·불안·불면증 등 정신적인 문제를 겪을 확률이 매우 높다. 신경심리스트레스클리닉은 내과·외과·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간 통합치료와 상담·약물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항암화학요법 시 정맥혈관을 통해 효과적으로 항암제가 투여되도록 돕는 ‘중심정맥관클리닉’을 두고 있다. 고령이어서 표적항암치료나 수술이 어려운 암환자를 대상으로 상담심리치료 등 지지요법을 실시하고 있다. 이밖에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으로 암 조기진단 및 맞춤치료를 유도하는 ‘암유전자클리닉’ 등을 개설할 계획이다. 암환자의 재활과 치유를 돕는 게임과 앱도 개발 중이다.”
-차세대 통합 암관리 표준모델을 개발한다고 들었다.
“주먹구구식 암치료 시대는 갔다. 이제는 정밀의학에 바탕을 둔 개인별 맞춤치료가 대세다. 환자마다 유전자, 장기 및 조직의 상태, 컨디션 등에 따라 같은 암이라도 발병 원인이나 기전이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폐선암의 경우 한국인은 원인이 되는 유전자가 미국인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개인별 맞춤치료를 실현하기 위해 전세계적 단위의 암치료 관련 임상연구에 참여하고, 의료진의 암치료 및 연구 역량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아울러 유전자가위, 줄기세포, 차세대염기서열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 같은 차세대 암치료기술 연구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 뇌로 전이가 잘되는 폐암을 선제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유전자가위로 항암 유전자를 탑재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중앙대병원 암센터 발전을 위한 향후 계획은.
“먼저 전문 영역인 폐암의 진료 및 치료 수준을 업그레이드하고 싶다. 폐암은 절대 의사 혼자서 치료할 수 없는 질환이다. 호흡기내과는 물론 다른 진료과 의료진 간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바탕에 둔 다학제진료가 필수다. 다학제협진 시스템을 더욱 강화해 폐암 진료 수준을 업그레이드하고 기관지내시경술, 내시경초음파 등 폐암 진단기법도 더 발전시키고 싶다. 또 암성통증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암통증클리닉을 개설해 집중 육성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척추·관절·재활 분야에 집중된 통증 전문인력을 암통증클리닉에도 배치할 예정이다. 현재는 혈액종양내과에서 약물치료를 통해 암성통증을 관리하고 있다. 아울러 중앙대 생명과학부, 생명공학과와 창의적인 연구 플랫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차세대 암치료 기술을 육성하겠다.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우리는 잘 못하니깐 다른 병원으로 가세요’라고 말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암을 전반적으로 잘 볼 수 있는 암 토털케어센터로 도약하고 싶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암환자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한다면.
“아직도 한국에선 한의학이나 민간요법, 대체요법에 의지하거나 맹신하는 암환자가 많다. 특히 말기암 환자일수록 그런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현대의학이 발달하면서 치료 의지만 있다면 암도 충분히 완치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게다가 의료진과 병원 시스템이 암 진단과 치료에 집중되는 추세여서 몇 년 안엔 지금보다 두세 단계 업그레이드된 획기적 치료법이 등장할 것이다. 스스로 완치될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을 가지길 바란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은 성공적인 암 치료를 위한 첫 단계임을 잊지 말자.”
신종욱 중앙대병원 암센터장 프로필
1987년 3월~1993년 2월 중앙대 의대 졸업
1994년 9월~1996년 8월 중앙대 대학원 의학과 석사
1996년 9월~2003년 2월 중앙대 대학원 의학과 박사
1993년 3월~1994년 2월 중앙대부속병원 인턴
1994년 3월 ~ 1998년 2월 중앙대부속병원 내과 전공의
1998년 3월 ~ 2001년 4월 국립보건원 공중보건의사
2001년 5월 ~ 2002년 2월 서울대병원 내과 전임의
2002년 3월 ~ 2003년 2월 중앙대부속병원 내과 전임의
2003년 3월 ~ 2003년 8월 중앙대부속병원 내과 진료조교수
2003년 9월 ~ 2007년 8월 중앙대 의대 및 부속병원 내과 조교수
2007년 9월 ~ 2012년 8월 중앙대병원 내과 부교수
2007년~2008년 8월 미국 시카고 일리노이대(University of Illinois at Chicago) 연수
2013년 1월 ~ 2016년 12월 중앙대병원 내과계중환자실장
2014년 3월 ~ 2019년 2월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분과장
2017년 11월 ~ 2019년 2월 중앙대병원 의무기록실장
2018년 3월 ~ 2019년 2월 중앙대병원 내과계중환자실장
2012년 9월 ~ 현재 중앙대병원 내과 교수
2019년 2월 ~ 현재 중앙대병원 부원장
2019년 4월 ~ 현재 중앙대병원 암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