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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만에 생산되는 ‘산분해간장’ … 발암물질 생성 우려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19-08-02 15:45:00
  • 수정 2020-10-21 09:2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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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모노클로로프로판디올(3-MCPD)’ 성분, 신장기능·생식능력↓ … 탈지대두분을 염산 분해하는 제조과정서 발생
장류는 미생물 발효로 콩의 단백질을 분해해서 만든 발효식품이다.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한식간장은 1년 이상, 양조간장은 6개월이 걸리는 반면 혼합간장에 양조간장과 혼합되는 산분해간장은 탈지대두(단백질원료)를 염산으로 분해해 제조하는 일종의 인스턴트 화학간장이다.  장류 고유의 특징인 미생물을 통한 발효·숙성을 거치지 않고 염산을 사용하기 때문에 제조 기간이 약 2일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로 인해 산분해간장은 3-MCPD(발암물질) 등 유해물질이 함유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산분해간장’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식당음식과 가공식품에 사용되는 간장의 90% 이상이 산분해간장을 넣은 ‘혼합간장’인 것으로 추정된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간장도 절반 이상도 혼합간장이다. 협행 법규상 산분해간장에 1%의 양조간장이 들어가도 혼합간장으로 분류해 소비자가 제품명이나 식품 유형만으로 배합 비율을 확인하기 힘들다.

산분해간장은 6개월 이상 숙성과정을 거치는 전통간장과 달리 탈지대두분를 염산으로 가수분해 후 중화재로 중화시켜 단 이틀만에 만들어진다. 소금, 색소, 캐러멜, 인공감미료 등도 추가된다. 더욱이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들이 단체급식 등을 통해 논란의 산분해간장을 자신도 모르게 무방비 상태로 먹고 있는 게 문제다.

산분해간장의 제조과정에서 염산은 중화과정에서 제로 수준에 가깝게 제거되지만 유해물질인 3-모노클로로프로판디올(3-MCPD)이 생성된다. 3-MCPD는 동물 독성실험 결과 신장과 생식기에 작용해 신장 기능을 저해하고 생식능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직까지 3-MCPD를 완전히 제거할 방법이 개발되지 않았다. 기름기가 쫙 빠진 대두를 사용하면 발생하는 양을 최대한 줄일 수 있지만, 대량 생산과정에서 이를 일일이 조절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전문가들은 산분해간장의 유해성뿐만 아니라 간장의 영양적인 측면에도 주목한다. 두 간장을 영양학적으로 비교한 결과, 양조간장은 항암·항산화 효과를 나타낸 반면 산분해간장에선 이로운 효과를 찾아볼 수 없었다. 급하게 만들어진 만큼 간장 특유의 효능도 발휘되지 않은 것이다.

1996년 보건복지부는 산분해간장의 유해성 논란이 불거지자 ‘산분해간장은 인체에 무해하나 바람직하지 않은 물질이므로 생산업자들이 최소한으로 줄여 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만 발표했을 뿐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2011년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도 전면적인 평가를 통해 3-MCPC 등에 대한 안전관리종합계획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뚜렷하게 바뀐 게 없다. 이미 국제식품첨가물전문위원회(JECFA)는 3MCPD를 ‘불임 및 발암 가능성이 있는 바람직하지 않은 물질’로 규정했고, 국제암연구소(IARC)도 ‘발암가능물질’로 분류했다. 산분해간장은 개발한 일본에서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간장은 소금과 함께 음식물의 간을 맞추는데 가장 많이 쓰이는 조미료다. 소금보다 독특한 풍미와 선명하면서도 투명한 적갈색을 지녀 음식의 맛, 색을 돋궈 준다. 음식물을 만들거나 절일 때에도 사용되지만, 이미 만들어 놓은 음식물의 간을 맞추는데 주로 애용된다.

간장은 크게 조선간장, 양조간장, 산분해간장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양조간장은 콩 또는 탈지대두에 쌀·보리·밀 등의 전분질 원료를 섞고 균을 접종시킨 뒤 소금물에 발효시켜 만든다. 숙성기간이 양조간장의 맛을 좌우한다. 발효실에서 3~6개월 가량 일정 온도로 가온해서 간장을 만들므로 맛이 균일하고 아미노산 함량도 높아지는 동시에 제품간에도 농도가 균일해진다. 오래될수록 맛과 향이 풍부해지고 빛깔도 진해진다. 액체 특성상 열을 가하면 향미가 날라가 조리시 사용하는 것보다 소스로 활용하는 게 좋다.

진간장은 산분해간장과 양조간장의 혼합간장으로 산분해간장의 비율이 최고 93%에 이른다. 사실 본디 진간장의 의미는 ‘오래 묵은 재래식간장’이지만 공장식 공장이 대세를 이루면서 이름을 빼앗겼다. 원조 전통 진간장은 달짝지근한 맛을 지녀 양조간장과 다른 맛을 낸다. 묵은 햇수에 따라 수분이 증발돼 소금이 과포화될 수 있어 매해 장독을 갈아 염의 결정체를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해방 이후 산분해간장과 양조간장을 섞어 만들어지면서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지금의 진간장은 양조간장에 비해 충분한 발효가 이뤄지지 않아 아미노산의 깊은 맛을 느끼기 힘들다. 대부분 요리에 적합하며 열을 가해도 맛이 변하지 않아 주로 끓이는 요리에 사용된다. 조림, 볶음, 찜, 불고기, 간장게장 등에 적합하다. 가격도 양조간장에 비해 저렴하다.

왜간장은 전통 조선간장에 배치되는 개념이다. 양조간장, 진간장(혼합간장), 산분해간장을 넓은 범위의 왜간장으로 정의할 수 있다. 국간장은 집에서 해먹는 간장이라 ‘집간장’·‘조선간장’이라고 불린다. 양조간장이나 진간장에 비해 색이 옅고 염도가 높으며 간결한 맛을 지녔다. 콩으로만 만든 메주를 이용해 만든다. 국간장을 이용하면 음식의 국물색을 해치지 않고 간을 맞출 수 있다. 나물을 무칠 때도 적절하다. 숙성기간은 2~3개월로 양조간장보다는 짧다. 최근 시판중인 국간장 중에서도 혼합간장이 상당수여서 구별이 필요하다.

간장을 만드는 방법은 재래식과 개량식이 있다. 재래식은 일반 가정에서 주로 만드는 방법으로 각 집안마다 미세하게 제조법이 다를 수 있다. 12월경에 콩으로 메주를 쒀 자연발효 시킨후 서서히 추위가 풀리는 2~4월에 소금물에 메주를 담가 1~2개월 숙성시킨다. 이후 메주를 건져내 발효즙액만을 걸러서 달이면서 맛과 수분을 조절한다. 염도는 18~20도 적당하다. 재래식 메주는 다양한 세균과 곰팡이가 번식해 메주콩을 가수분해하므로 좋지 않은 맛과 냄새가 나는 물질이 배설물로 생성돼 간장의 맛이 좋지 않은 경우도 있다.

최근 미생물학의 발달로 누룩곰팡이(황국균, 황곡균)만을 분리 배양해 메주에 투입하는 개량메주가 등장했다. 이를 이용해 간장을 담그면 순수한 단맛이 나는 간장을 담글 수 있다. 개량식 간장은 재래식보다 제조 기간이 짧아 빠른 시간에 간장을 맛볼 수 있지만, 재래식의 깊은 맛을 느끼기 힘들 수도 있다.

간장은 나트륨 함량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좋은 간장일수록 나트륨 함량이 적어 확인하고 구입하는 게 좋다. 간장 업계도 나트륨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샘표식품은 ‘맛있는 저염간장’, 청정원은 ‘햇살담은 자연숙성 저염진간장’을 출시해 소금 함량을 기존 간장보다 25%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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